3.0/5.0
영화 잘 봤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깔끔하고 담백한 한국 작품을 본 것 같아 좋습니다.
그러나 재희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려웠던 점은 아쉽네요. 흥수가 성소수자의 위치에서 겪는 여러 사회적 상황들은 이해가 되나, 재희의 일생에는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치 영화가 재희의 삶의 형태를 "청춘이라 당연하다 내지 괜찮다, 이 정도는 성장통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포장하고, 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주변인들을 악마화 하는게 조금 의아했습니다. 물론 재희 개인에게 비난과 험담을 하는 것은 잘못됐지만요.
여러 대사나 묘사들로 미루어 봤을 때 재희를 매개로 영화가 페미니즘적 성격을 짙게 띄고 있는데, 이런식의 어쩌면 너무 극단적인 자유를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반감만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그럼에도 20대의 외장하드를 떠올리게 하는 청춘의 모습과, 2010년대 한국의 묘사를 보는 맛은 쏠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