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는 왕가위 감독님 영화들이 재상영되는걸 보니 23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같은데, 4월 1일이 다가오고있다는걸 봄처럼 느끼네요.
봄처럼 짧게 왔다가신 고 장국영 배우의 빈자리를 느끼며 해마다 빈소를 찾아뵙는 느낌으로 그의 얼굴을 다시 보곤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메박 오티는 참 예쁘게 만들어요. 그간 모았던 두 작품의 오티에 이번엔 해피투게더 오티라니! 오티를 모르는 사람도 갖고싶을 정도로 탐나는 물건입니다.
오늘 창동에 조조로 예매해서 9시 7분에 도착했더니 오티가 다 떨어졌다는군요.
직원 왈 "한 분이 8장 가져가시고 그래요" 저희가 발주를 넣는게 아니라 어쩔 수가 없어요"
쌓여있는 종이 취소표를 보며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더라구요. 예매한 영화나 보고 집에 돌아갈까 하다가 갑자기 오기가 생겨 동대문 메박으로 향했습니다.
동메박은 오늘 첫 영화가 11시 55분이라 오픈을 늦게 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몇 분 계시더라구요. 근데 관계자인지 누군지 정체모를 사람이 메박 로비 가운데서 메박 직원분들로 보이는 분들 세워두고 무슨 일장연설을 늘어놓는겁니다.
대충 들은 내용을 조금 옮겨보자면, "이들은 잠을 안 자. 잠을 안 자는데 어떻게 이겨. 자기 시간 들여서 노력해서 예매하고 온건데. 이렇게 8장 사서 되팔아봤자 장당 2만원해서 16만원 버나? 되게 비효율적인데도 노력해서 하는거잖아. 업자도 직업이야. 업자들이 벌여들이는 돈이 얼만데, 영화 굿즈 백장 한정으로 준다면 안 보려는 사람들도 올걸? 잔뜩 찍어내면 올 사람들도 안 온다고. 스즈메 봐봐, 사람들 몰려들어서 다 품절되고 한장에 4만원에 팔고. 작년 메박 매출이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보이며)이정도라고. 공식이야. (후략)"
대체 내가 들은 말들은 뭘까. 마치 서론의 제 기분을 깨부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또한 양심고백을 하자면 영화 굿즈에 미쳐 보지도 않고 굿즈를 받거나 추가로 받은 중복 포스터를 영화값 이하(5천원)로 중고거래를 해본 경험이 두번 있습니다. 저또한 같은 사람일지도 몰라요. 저도 별거 아닌 종이쪼가리땜에 오기 생겨서 다른 영화관까지 왔으니깐요. 언제부턴가 주객전도가 되서 영화보다 굿즈가 더 중요해지기 시작한 요즘, 안 주면 왜 봐? 하는 수준의 나락으로 떨어진듯 합니다.
근데 저런 말들을 들으니 맘을 다잡게 되네요. 여기 무코의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들처럼 영화를 정말 사랑하자. 굿즈는 덤일 뿐.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저런 가여운 사랑은 하지말자구요.
이제 오티 배부 시작됐습니다. 동메박 복도 주변을 다 꽉 채울만큼 기다리고 계시네요. 영화 재밌게 보시고 좋은 추억의 증표도 모두 다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사설같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기 사람은 제일 먼저 온 업자였습니다.
8장 받아가네요. 왜 직원분들에게 반말이지?
**업자 옹호글 아닙니다. 요약하자면 서로의 추억을 남에게 돈 주고 사는거 거지같다는겁니다.
***업자의 이야기 중 스즈메 관련 내용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