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영국령이었다가 1997년 중국으로 번반환되어 일국양제 체제로 중국의 자본주의지역 특별행정구로 남은 작은 섬, 홍콩은 제가 가보았던 그 어떤 지역보다도 제일 특색있는 지역임은 분명했습니다.
홍콩의 시작이 된 홍콩 섬과 침사추이가 있는 본토영역 사이에 바다를 두고있고, 그 넓은 바다를 환하게 비추는 찬란한 야경과 높은 마천루들. 싸이버펑크의 모티브가 된 네온사인이 잔뜩 걸려있는 비내리는 도시의 모습. 그리고 높은 빌딩이 세워져있는 거리를 꽉꽉 채우며 움직이는 홍콩의 바쁜 현대인들. 영국령이 된 계기로 서양문물이 빠르게 유입되어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움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옛 홍콩의 거리. 지금은 더 좋고 깨끗한 공항이 다른 섬에 생겨 훨씬 쾌적했지만 한때는 구룡성채와 더불어 카이탁 국제공항이 도시 한가운데에 있어 비행기의 굉음과 함께 살아가야했던 까우룽 지역.
그런 홍콩을 보자마자 전 왜 홍콩이 영화의 성지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현대인의 삶의 애환이 가장 잘 녹아들어있는 도시와 그 아름다운 경관만으로도 스크린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그런 힘이 있는 도시이지만,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과 비주얼만이 홍콩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지난 10년만 두고 보더라도 정말 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많은 변화를 겪고있는 나라이지만, 근 10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홍콩의 역사와 정치적인 이슈들로 인해서 홍콩 사람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 가지고 있는 애향심, 홍콩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홍콩에서의 삶이 각박한 사람에게나, 홍콩에서의 삶이 풍요로운 사람에게나 모두가 품고있는 공통적인 요소기도 합니다.
<칠중주: 홍콩 이야기>에서도 보면 홍콩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2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자녀들의 더 좋은 공부환경을 위해 영국으로 떠나는 사람,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캐나다로 떠나는 가족.
실제로 이 두 가지를 위해 홍콩을 떠나는 사람도 많고 이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의 패권주의통치로 인해 일국양제체제가 붕괴되어 자신들이 알던 홍콩이 사라지게될지 모른다는 사람들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97년도 홍콩반환을 계기로 늘어나기 시작해 2010년대에 부쩍 많아졌다고 하죠.
그러고보니 따라가기도 버거운 속도로 격변하는 홍콩에서 앞날을 알 수 없으니 주식 단타로 돈을 벌어보려 발버둥치는 홍콩의 젊은이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사스 전염병 사태, 미국의 프라임모기지 사태 등 여러가지 사건들이 홍콩의 주식시장에 어떤 거품을 만들어내고 변화를 불러왔는지 정신없이 흘러가는 듯한 연출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였었죠.
그러나 그러한 계기로 홍콩을 떠나는 이들 중엔 그 누구도 홍콩을 미워했기때문에 떠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립지만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홍콩.
그런 홍콩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이들이 홍콩의 큰 변화를 겪고 혼란스러워하는 <미로>라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저는 이 에피소드가 '마음속의 고향'을 언제나 가슴속에 묻어두며 그리울때마다 떠올려보는 그런 사람의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한 것같아 제일 좋게 본 에피소드였습니다. 항상 좋은 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단점도 많은 그런 곳이라고 해도, 그럼에도 우린 고향을 제일 그리워할 수 밖에 없다는 마음이 잘 녹아있는 에피소드였다고 생각해요ㅋㅋ
<홍콩보다 좋은 도시들도 많지만, 고향만큼 좋은 곳은 없다>라는 구절이 정확히 기억을 한건진 모르겠지만 에피소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구절을 보며 절로 끄덕여졌어요.
여러분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었던 에피소드는 어떤 편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