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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좀비물을 잘 못 봅니다. 고어나 슬래셔도 못 보는 편이고, 어마무시한 공포영화도 두려워합니다. 그렇기에 얼마 전까지는 에일리언조차 도전을 못했었는데요, "이제 나이도 먹고 했으니 좀 보자" 하는 생각으로 디즈니 플러스의 프레이를 본 후 에일리언을 다시 보니 볼 만하기에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강도 높은 좀비물이나 '지네인간' 같은 건 도저히 도전할 엄두조차 안 나지만... ;; 그러던 중, 오늘 무코에 이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이야기가 나왔기에 별 생각 없이 도전했다가 "억"소리를 수십 번 내고 말았습니다. 저는 공포영화를 볼 때면 눈이나 귀가 아니라 입을 막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서 대체 몇 번 입을 막았는지 모르겠네요. 

 

이 여성 서사에서 돋보이는 것은 복남과 해원의 기이한 관계입니다. 복남에게 해원은 첫키스의 상대였습니다. 아마도 복남은 해원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첫키스를 한 날, 복남은 지독한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삶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날, 복남의 시계는 멈춰버립니다. 이후 복남은 서른살이 되도록 그 날을 되풀이하듯 지옥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 때 달아난 해원은 공포에 휩싸여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해원은 누구보다 못되고 불친절하게 사람을 대하며, 결코 남들이 자신을 깔보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방어하며 살아갑니다. 도시에 사는 해원은 차라리 혼자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복남처럼 헤헤거리고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성은 늘 경계합니다. 그런 여성이 누구에게 이용당할까봐 지레 겁을 먹고 경고합니다. 그런 해원의 삶이 지나친 방어기제로 단숨에 무너지고 섬에 가면서 해원과 복남의 멈췄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복남은 오랜 시간 해원에게 편지를 써왔습니다. 그가 구원자가 되어주길 바라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써온 편지. 복남은 해원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아니었습니다. 해원은 오래 전 그 소녀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방관자로 남으려 듭니다. 단 한 순간도 복남을 도와주려고 손을  뻗지 않습니다. 복남은 결국 스스로 구원을 찾기로 마음 먹습니다. 단단히 각오하고 섬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그런 복남에게 최악의 불행이 닥칩니다. 오랜 시간 섬에서 살며 버텨온 힘이 되어준 딸이 살해당한 것입니다. 복남은 이 상황을 좌시하지 않기로 작정합니다. 경찰에게 사실을 알리고, 모든 이를 단죄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섬사람들은 그런 복남을 미쳤다고, 오히려 복남을 살인자로 몰아갑니다. 

 

이 순간, 복남이 바라보는 것은 해원입니다. 해원만큼은 자신의 편이 되어주리라고, 이 상황에서 누가 정말 자신의 딸을 죽인지, 얼마나 자신이 박해를 당하며 이 섬에서 버텨왔는지 말해달라는 애원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해원은 다시 한 번 방관자로 남습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부정을 합니다. 그 순간, 복남은 뫼르소가 되기로 작정합니다. 햇빛이 너무 세서, 사람을 죽이는 뫼르소가. 이후 처절한 피의 복수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김부남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작업된 영화 중 하나라고 합니다. 다른 영화는 '친절한 금자씨'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친절한 금자씨'도 개봉 당시 무서워서 못봤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무서워도 반드시 보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최근 개봉했던 '헤어질 결심'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산이 무너져 바다가 되었거든요. 이건 영화를 보신 분들, 그리고 보실 분들을 위해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영화를 본 후 김부남 살인사건에 대해 알아보다가 발견한 한 줄을 마지막으로 남겨 봅니다. 그 한 줄이 제 감상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 

 

 

 

(적고 올리려고 카테고리 숫자를 보니, 영화리뷰 401번째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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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무코님 2022.09.18 08:12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볼 엄두가 안 났는데 리뷰보니 흥미가생기네요
  • @무코님님에게 보내는 답글
    Maetel 2022.09.18 12:00
    ㅎㅎ 요즘 개봉하는 느와르 영화들보다 조금 높은 강도라고 보시면 될 듯해요. 영화가 전반적으로 리얼리티가 너무 좋다 보니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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