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4474174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common.jpeg-42.jpg

 

- 아까 전에 이 영화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글을 올렸었는데 보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몇몇분들이 신카이 마코토가 취향에 맞다면 비추한다고 조언해주셨는데 솔직히 신카이 작품들은 직접적인 메시지가 동어반복 되는 느낌이 있고 특유의 오글거리는 감정적 과잉이 있어서 완벽한 제 취향은 아니라 이 작품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작품을 보면서 의외로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가 떠올라서 나름 흥미롭게 관람했네요.

 

- 일단 전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그의 전작들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허나 이 작품 하나로도 그 유명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성장했으며 어떤 마음으로 일평생 창작자 혹은 예술가의 길을 걸어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파벨만스>를 보면서 내가 수많은 영화와 기타 매체들을 통해 접했던 스필버그라는 사람이 과거에 이런 시간과 희노애락을 겪어냈기에 현재와 같은 감독이 되었구나 라며 무릎 탁, 고개 끄덕끄덕했다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면서는 그동안 이름만 들어봤던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 이 작품도 20세기 일본에서 태어나 근현대사를 겪어 온 창작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같습니다.(그런 점에서는 신카이 마코토와 비슷)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베이스로 그 시절 소년이 했을 법한 공상과 나아가 현재 노인이 된 감독이 하고있는 회고가 절묘하게 맞닿아 적절하게 뒤섞인 느낌입니다.

 

- 미야자키와 스필버그의 공통 키워드는 2차 세계대전입니다. 실제로 출생년도도 두분 다 전쟁 전후로 비슷하고 그분들의 내면에서 2차 대전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한 창작의 소재를 넘어 이야기해야 할 사명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었습니다. <파벨만스>에서 어떻게 하면 서부극의 총격신과 전쟁영화를 보다 리얼하게 만들수 있을까 고민하는 어린 스필버그의 모습과 그 고민이 집대성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필버그가 가족주의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구현해낸 리얼리티로 이세계(현실이 아닌 세계)를 현세계보다 더 현세계같이 창조하는 실사 영화 예술가라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통해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현세계를 투영하여 독창적인 상상력과 은유로 자신만의 새로운 이세계를 창조하는 애니메이션 예술가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것을 느끼고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 패망 직전의 일본 제국주의 시대가 감독이 어린 시절 실제로 겪었을 이 작품에서의 현세계인데 재밌는 점은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 및 요소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평온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현세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반면 영화 속에서 감독의 상상으로 창조된 이세계가 당시 일본의 시대상을 더욱 선연하게 은유하고 있는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메타포가 풍성히 쓰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세계의 여러 캐릭터나 설정들에서 그의미를 유추해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튼 표면적으로는 명확하게 양분된듯 하면서도 스토리텔링적으로는 두 세계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이 관객들에게 난해하고 지루한 기분을 던져주거나 혹은 이 작품만이 가진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오거나 하는 식으로 갈릴 것 같습니다. 전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 감독 자신의 부모에 대한 정서도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군수산업체를 운영하며 떵떵거렸지만 감독이 추구하는 보다 선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과는 어찌보면 반대되는 삶을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부끄러움과 냉랭함(?)이 묻어나는 동시에 그러한 아버지의 손으로 창조해냈을 전투기(혹은 하늘을 나는 물체들)에 대한 동경(?) 비슷한 감정도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영화 내내 종을 불문하고 메타포 혹은 스토리텔러로 수없이 등장하는 새들을 보며 감독이 비행 성애자인가? 생각했다는.. 또한 어머니에 대한 애달픈 마음 즉 지켜줄수 없었던 무력감과 미안함이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행동을 유발하는 감정적 동기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재에서 비롯된 모성에 대한 감독의 애착이 강하게 엿보여서 뭉클했습니다.

 

common.jpeg-50.jpg

- 특히나 현세계로 돌아가서 운명대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와 함께 돌아가서 너라는 아들을 낳겠다는 이세계 엄마의 결연하고 가슴 벅찬 고백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오마주 아니냐는.

 

common.jpeg-49.jpg

- 와라와라 얘네들이 진심 킬링 포인트! <소울>이 생각났는데 소울의 영혼이들보다 백만배 귀여웠다는.

 

- 결국 제목 자체가 이 작품을 통해 감독이 하고싶은 말의 핵심이었습니다. 전범국으로서의 제국주의 역사와 끊임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지옥을 딛고 일어서 보다 나은 현세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숙명을 안고사는 현대의 일본인들에게, 나아가 동시대를 살고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어떻게 살라고 직언하기보다는 어떻게 살지 스스로 선택하라는 곡언이 어찌보면 예술가로서의 사명에 더 부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피곤한 금요일 밤에 관람하기에는 몽롱함이 찾아오는 고비의 순간들도 분명 있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기에 이 작품을 100퍼센트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거듭 볼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발견되는 재미가 있을듯 합니다. 여유가 되면 다시 보거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들도 감상해봐야겠네요.

 

*별점 및 한줄평:

●●●○ 무너진 제국주의의 잔해와 상흔 위에 유토피아의 건설을 일평생 고뇌해 온 창작자(예술가)의 일종의 사명 같은 회고와 곡언.


발없는새

 

♡My Favorite Artists♡

찰리 채플린, 왕가위, 장이머우, 마틴 스콜세지, 샘 멘데스, 크리스토퍼 놀란, 로버트 드니로, 양조위...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1)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한국에서는 댓글없다고 댓글달기를 중단합니까? "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489508 96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50] file Bob 2022.09.18 505901 146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6] file admin 2022.08.18 845829 204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8] admin 2022.08.17 590081 151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6] admin 2022.08.16 1252788 143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446594 173
더보기
칼럼 <트랜스포머 ONE> 변신이란 무엇인가 [9] file 카시모프 2024.09.26 6256 24
칼럼 [장손-1] 콩/씨앗을 으깨 두부로 만들고 꽃을 태우는 집안 (스포) [6] updatefile Nashira 2024.09.25 6418 7
불판 9월 30일(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19] update 장스 2024.09.27 9291 33
불판 9월 27일(금) 선착순 이벤트 불판 [54] update 아맞다 2024.09.26 15667 33
이벤트 2024년 최고의 문제작! <보통의 가족> VIP시사회 초대 이벤트 [175] updatefile 지니스 파트너 2024.09.23 13274 121
영화관잡담 메가박스 유료적립 25일 관람건이 지금도 되네요 new
04:29 81 0
영화잡담 바이크 라이더스 1주만 상영하고 끝나나보네요 [4] new
01:09 465 2
후기/리뷰 수분간의 응원을 호 후기 newfile
image
01:00 187 2
영화관잡담 디트릭스 취켓팅 새로고침 어떻게 하시나요? [2] new
00:43 370 0
영화관잡담 메가박스 화곡 질문있습니다 [5] new
00:42 281 1
후기/리뷰 (약스포) 도쿄에서 <기븐: 바다로> N차 하고 왔습니다 (+일본 극장 특전) [1] newfile
image
00:36 143 1
영화잡담 개인적으로 걸작이라 평가하지만 다시 볼 엄두가 안나서 못보는 영화ㅜㅜ [2] newfile
image
00:31 684 4
영화잡담 영화관에서 메모하면서 영화 보시는분 계시나요? [14] new
00:19 791 2
9월 28일 박스오피스<트랜스포머 ONE 10만 돌파> [16] newfile
image
00:01 974 15
후기/리뷰 [트랜스포머 원] - 내 안의 잠재능력을 찾아서 (약스포) newfile
image
23:57 192 0
영화잡담 영화에 집중하는 여러분들의 팁이 있나요 [20] new
23:41 750 5
영화잡담 베테랑2 무대인사 황정민배우님 싸인받았어요! [7] newfile
image
23:35 682 5
영화관정보 메가박스 하남스타필드 Dolby Cinema 상영관 정보 new
23:28 450 2
후기/리뷰 <세가지 색 3부작>은 옴니버스 영화라고 봐도 될 듯 (노스포 가이드 리뷰) [2] newfile
image
23:28 303 2
영화잡담 와일드 로봇 굉장히 호평이라 기대 되는데 혹시 이런 느낌인가요? [7] newfile
image
23:26 635 4
후기/리뷰 [약호,약스포] 더 커버넌트 후기 [7] new
23:24 288 3
영화관잡담 cgv 예매현황 빨간불 기준 [1] newfile
image
23:20 385 1
영화잡담 넷플릭스 파벨만스 업로드 [4] newfile
image
23:19 334 7
영화관잡담 이번에 씨지비 베테랑 8천원 할인도 승급점수 올라가나요? [5] newfile
image
23:17 403 0
영화잡담 도그마 95란 무엇인가 [5] newfile
image
22:10 433 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