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 못 본 눈이었는데 재개봉했길래 스크린 엑스로 관람했습니다. 일단 형식적으로 페이크 다큐에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 혼합되어 흥미롭네요. 빌드업을 차곡차곡 잘해나가서 그런지 후반부로 갈수록 장르적 기능을 무난하게 합니다.
- 근데 다 차치하고 이 영화 그냥 세월호 영화네요. 영화 전체를 메타포로 봐도 무방합니다. 단순히 <블레어 윗치>를 표방한 공포 영화인줄 알았는데 뚜껑을 여니 정치적 메시지가 뚜렷합니다. 영화 속 정신병원의 개원일과 폐원일(5/16, 10/26)은 고 박정희 전대통령 정권의 시작과 끝과 일치하고 정신병원 원장은 박근혜 전대통령, 라이브 방송 연출자는 세월호 선장으로 빗대고 있습니다. 곤지암 정신병원이라는 공간 자체도 유신정권 + 세월호를 상징한다고 봐야할듯 합니다. 그 밖에도 영화 곳곳에 세월호 참사로 운명을 달리한 영혼들을 추모하는 메시지와 메타포들이 등장하는데다 당시 정권을 조롱 혹은 비판하고 심판하는 영화적 장치들이 어마어마하게 숨겨져있네요. 최후에 연출자를 귀신이 대롱대롱 매달아 죽이는 장면에서는 장면 자체가 주는 공포보다도 세월호 참사를 목도하는 감독의 분노에 찬 의지가 확고히 보여서 무서웠습니다.
- 솔직히 전 감독의 정치적 성향과 전혀 안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신선한 재미와 충격을 느꼈습니다.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경탄이 아닌 다른 의미에서 혀를 내둘렀네요. 굳이 대놓고 정치색 뚜렷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지 않아도 이런 방식으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메시지의 내용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 전달하는 방식에 영화적으로 참신함을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별점 및 한줄평:
●●● 장르와 형식 안에 하고 싶은 말을 영리하게 숨겨 놓는 기획과 야심이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