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너무 좋았어서 진지하게 감상을 나누고자 처음으로 리뷰를 써 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니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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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형식적 구성은
겨울,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이다.
그러나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은 다음 다섯 가지다.
1. 꿈을 노래하다
오프닝 하이웨이 씬에서 각양 각색의 옷 스타일, 그리고 자동차들로 이루어진 시각적 연출과 노랫말을 통해 사람들 저마다의 '꿈'이 있음을 설파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어느새 이번 영화의 주인공, 미아와 세바스찬에게 집중하여 두 사람의 '꿈'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뮤지컬 영화의 장르적 특성에 착안하여 이 영화를 하나의 완결된 악보로 본다면, 시린 현실에 마주하여 꿈을 좇는 이 두 청춘의 모습은 이 악보의 메인 멜로디가 될 것이다.
2.사랑이라는 화음을 쌓다
이야기가 진전됨에 따라 두 남녀는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지면 싫었던 재즈가 좋아지듯, 서로의 취미도 맞추려고 한다. 그리고 동거를 시작한 것처럼, 매 시간 매 순간을 어울리려고 한다. 마치 메인 멜로디에 아름다운 선율을 수 놓는 화음처럼.
하지만 이 뜨거운 사랑은 시린 꿈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천문대에서의 달콤한 시간을 보낸 후, 미아가 대본을 쓰고 있는 씬을 특이한 연출로 바로 넘어가면서 꿈이 더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라라랜드에서의 사랑은 서로의 꿈을 지지해주고,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동력원이라는 느낌이다.
3.진정한 꿈은 밤에만 꿀 수 있다
영화에서는 꿈과 사랑이 양립할 수 없음을 나타내지만, 그래도 사랑과 꿈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진정한 꿈'을 꿔볼 수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그 꿈을 꾸게 된다면 얼마나 달콤할까. 얼마나 아름다울까. 얼마나 환상적일까. 영화는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활용하여 마치 우리가 잠을 자면서 달콤한 꿈을 꾸듯, 꿈과 사랑의 합일을 아름다운 연출과 비현실적인 요소를 통해 보여준다.
천문대 비행 씬과 마지막 가상 회상씬을 통해 이 대목이 드러나 있다. 그 광경은 짜릿하다. 행복하다. 즐겁다. 하지만 진짜는 아니다...
4. 영화 곳곳에 드러나는, 꿈과 사랑에 대한 변주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개인적으로, 이 대사가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많은 함의가 있는데, 재즈의 속성 중 하나로 볼 수도 있다. 연주자의 개성과 해석이 다양한 재즈처럼, 이 영화는 꿈과 사랑에 대하여 변주를 시작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흘러가듯 시간에 흐름에 따라서 말이다.
4-1. 꿈에 대한 변주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기 때문에 간략하게 언급하겠다.
세바스찬은 생계의 벽에 부딪혀 재즈가 아닌 상업 음악으로의 변주를, 미아는 세간의 조롱에 부딪혀 꿈을 내려놓는 변주를 펼치다가 둘 모두 제자리로 돌아온다.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꿈에 대하여 저마다의 이유로 변주를 펼쳤다가 어느덧 꿈을 이루고야 만다.
4-2. 사랑에 대한 변주
오디션을 잘 치르고 캐스팅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둘의 애정 전선에 변주가 일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씬이다. 세바스찬은 기회를 잡게 되면 모든 것을 쏟아 부으라고 말한다. 사실 상, '사랑보다는 꿈을 좇아'라고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 둘의 관계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 보자'.
그리고 해당 씬이 펼쳐진 시간적 배경이 인상적이었다.
"전망 좀 봐, 낮에 온 건 처음이네."
"별로야."
"최악이네"
3에서 기술했듯이, 사랑과 꿈이 하나가 되는 진정한 꿈은 '밤'에만 일어났다. 그런데 처음으로 완전한 합일을 맛 보았던 천문대를 '낮'에 방문했다. 그렇다. 진정한 꿈을 꿀 수가 없다. 이 둘의 사랑에 변주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애절한 사랑 고백은 하늘이라는 허공에 잠시 머물 뿐이었다.
5. 이번에는 관객에게 변주를 맡기다
감독은 메인 멜로디와 몽환적인 화음, 그리고 중간 중간 변주를 그리며 악보를 완성시켜 나아갔다. 하지만 관람객들에게 두 마디의 비어있는 오선지도 제공했다. '이 부분은 여러분이 마음껏 변주(해석)해보세요'라는 메시지가 느껴졌다.
5-1마디.
5년의 텀,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사랑에 대한 변주를 예고하는 씬 이후에 5년이 흘렀다. 관객들은 5년이라는 공백을 다양한 해석(변주)을 통해 채워나갈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5-2마디.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전달했을까
이 장면 이전에 두 가지 양상이 나온다. 하나는 꿈을 이룬 둘의 현실. 다른 하나는 플래시백 기법을 활용한, 사랑을 이룬 가상의 현실이다. 두 가지 장면을 먼저 눈에 담은 관객들은 이제 선택해야 하고, 다양한 해석(변주)을 시작해야 한다.
당신은 이 둘의 꿈을 응원했는가
그렇다면 두 사람의 웃음은
'안도의 웃음'이었을 것이고,
아니면 이 둘의 사랑을 응원했는가
그렇다면 두 사람의 웃음은
'알싸한 웃음'이었을 것이다.
미아와 세바스찬 뿐만 아니라
관객까지도
재즈(변주)의 세계로 끌어들인
이 영화는
마법이었다.
#라라랜드#명작
내일 저거 보러 남돌비 가네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