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개별 작품이 가진 서사의 밀도에 비해 결국 다음 편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역량에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청각적 스펙터클은 기대했던 만큼 황홀경을 선사했고 이야기는 2편까지 빌드업된 내용만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을듯 합니다. 출애굽 스토리같이 구원자가 백성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그저 판에 박힌 메시아 서사에서 끝날 것이냐, <킹덤 오브 헤븐>같이 종교적 광신의 모순까지 건드리며 좀 더 딥하게 구원자의 고뇌를 다룰 것이냐의 차이일 것 같습니다. 아울러 예고된 삼각관계도 어떻게 진행될까 흥미진진하네요.
시리즈의 서막으로서 서사는 차치하고 가상 세계의 공기와 질감까지 온몸에 스며들게 만드는 '체험적 영화'의 측면에서 완전무결한 작품이었던 1편과 비교하자면, 비주얼은 전편에 뒤지지 않으면서 보다 역동적이었으며 이야기 또한 보다 급진적으로 전개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세시간의 러닝타임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러나 혈통의 비밀이 뜬금없이 밝혀지는 부분이라든가, 강렬한 등장으로 기대감을 한껏 높였으나 후반부에 맥없이 퇴장해버리는 페이드 로타의 캐릭터 소모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글래디에이터>를 오마주한 듯 하나 흑백으로 그려내 그로스테크함을 더한 생일파티 검투씬 연출은 이 영화의 백미였습니다. 어쨌든 파트2는 구원자로서의 성장과 화끈한 복수극의 정도로만 서사적 의미를 부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짜릿한 취켓팅에 성공하여 코돌비 명당에서 관람했는데 한스 짐머의 음악들이 사막의 풍광과 잘 어우러져 더욱 고혹적이고 장엄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돌비는 확실히 시각 자체의 압도감보다는 입체적이고 섬세한 청각적 장치로 시각에 몰입감을 가미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다음주에 용아맥 명당(풀아맥 기준 f열)에서 한번 더 관람하면서 사막에 빨려들어가 모래 폭풍을 온몸으로 맞아보렵니다. 개봉일에 소진될 줄 알았던 포스터도 소량 남아있어서 큰 하자 없는 양품으로 기분 좋게 데려왔습니다. 여튼 항상 끝날 때 마다 "이제 시작일 뿐"인것만 같은 <듄>... 파트3 빨리 만들어주세요 감독님!
*별점: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