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솔 감독이 연출한 <늦더위>는 30대 초반의 취준생의 짧은 여행을 로드무비 방식으로 담은 작품입니다.
8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온 동주는 번번이 시험에 떨어집니다. 알바로 하고 있는 회사에 사장은 그가 이 일을 잘하고 있어서 정직원으로 고용하려고 하지만 동주는 공부 핑계를 대며 제안을 거절합니다.
함께 사는 형이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불러 술을 먹는다는 얘기에 동주는 집을 나와 짧은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지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잘 어울러 지내는 타인들과는 달리 동주는 홀로 관광을 합니다.
결국 동주는 고향으로 돌아오고 오랜만에 학창시절 친구들과 재회합니다. 이들에게서 뭔가 에너지를 받고 상경을 한 동주는 어떤 행위를 통해 마음을 다 잡습니다.
역시 일종의 로드무비였던 전작 <종착역>에 이은 <늦더위>는 30대 초반 취준생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스스로 뭔가 해내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가족과 동거인 그리고 직장 상사까지 잔소리만 해댈 뿐이죠. 좋은 핑계거리로 여행을 하게 된 동주는 학생들과 길거리 농구도 하고 공룡 박물관도 다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결국 고향으로 향합니다.
동주는 자신의 방식으로 타인을 대하는 것도 힘들고 타인도 동주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결국 혼자 살아야한다고 하지만 한편으론 사회적 동물로 함께 하지 않으면 또 안 되는 것이죠. 동주가 마지막 행위가 희망에 가득찬 행동까진 아니지만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어떤 행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종착역>에서 중학생 아이들이 펼치는 로드무비에서 어떤 작은 기적 같은 순간을 목격했던 기억이 나는데 <늦더위>는 다른 연령 때이긴 하지만 같은 선상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종착역>엔 좀 더 아마추어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이 눈에 띄었다면 <늦더위>는 한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과연 신한솔 감독이 비슷한 작품을 또 만들어 로드무비 삼부작을 만들지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