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체스 영화제에서 큰 화제가 되었죠. 호러 장르를 애정하는 관객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 되겠습니다. 데미안 루그나 감독의 신작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는 매섭고 강렬합니다. 시종일관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과정은 매우 효과적이며, 영화가 주는 무기력함과 박탈감은 일말의 희망조차 내주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는 공포는 쉽습니다. 반면 본능으로 느끼는 공포에는 이유가 존재하지 않죠. 이번 영화가 그랬습니다. ‘악령’과 ‘빙의’라는 소재에서 오는 기시감을 비틀고, 장르적 재미를 갖추면서도 그 이면에 잔혹하고 시의적절한 비유를 펼치는 점이 흥미로웠네요.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시종일관 신경증적인 분위기로 몰아붙이니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예고편에서도 느껴지듯 상당한 수위를 자랑하니 꽤나 주의가 필요할테고요. 국내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고, 관객 반응도 상당히 괜찮아서 추천하는 작품이네요. 아마 7월에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할 것 같은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만나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