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감독이 연출한 1967년 작 <원점>은 조직에서 배신을 당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산업스파이인 석구(신성일)은 미션 중 실수로 사람을 죽이게 되고 이를 조직에게 사실대로 알리게 됩니다. 보스는 일단 석구에게 잠시 숨어있으라며 자신이 그동안 일을 해결해준다고 합니다. 보스는 석구에게 자신이 여자를 한 명 붙어 줄테니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 행세를 하라고 합니다.
한편 생계를 위해 매춘을 하는 선(문희)은 석구의 조직 보스의 소속(?)되어 있습니다. 보스는 선에게 석구와 함께 설악산으로 가 부부행세를 하라는 미션을 받게 됩니다.
선과 석구는 설악산에 도착하게 되고 그들 뿐 아니라 패키지여행을 온 다른 부부와 함께 설악산 2박 3일 여정을 지내게 되는데 다른 부부들은 이 둘을 가짜 부부로 의심하고 결국 선이 매춘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선을 왕따 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구는 선을 보듬어주고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지던 와중 석구를 보호해주겠다던 보스와 그의 부하는 석구를 죽이기 위해 설악산에 도착합니다.
이만희 감독의 <만추> 후속작인 <원점>은 6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세련된 연출을 보여줍니다. 물론 요즘과 다른 성 역할과 더불어 문화는 당대의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그 문화를 비꼬는 것과 함께 액션물로서도 훌륭한 장면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특히 하이라이트 액션 장면은 너무나 훌륭합니다. 설악산 난간에서 펼쳐지는 신성일 배우와 악역들의 합은 엄청난 긴장감을 안겨줍니다.
한국 영화사에 빼놓을 수 없을 감독인 이만희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그의 훌륭한 작품을 좀 더 볼 수 없지만 남겨진 그의 작품들 중 <원점>또한 반드시 기억해야 될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추><원점><휴일> 이렇게 세 작품을 연달아 연출했는데 이 세 작품이 그의 대표작이라고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