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OST가 유작으로 남아 있지만, 사카모토 류이치 자신의 이름을 단 오리지널 정규앨범은 2023년 1월 발매된 <12>입니다.
저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세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만 그의 황혼기의 음악세계는 기억에 남는 장면의 음악으로서 각인된다기보다 인물의 심상의 분위기를 전하는 데 주력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귓가를 두드리며 마음을 들썩이기보다 마음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빗소리와 산새의 지저귐과 메아리, 벽난로의 장작에서 불티가 튀는 소리, 반복적인 자연음을 통해 평안해지는 백색소음 혹은 반복적인 멜로디의 앰비언트 뮤직을 참 좋아하는데, 본 앨범인 <12>를 계속 들을 때도 그런 백색소음이 조성하는 것 이상의 깊은 고요함이 마음속에 생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곡의 기승전결을 노린 것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둔 스케치를 토대로 만들어진 앨범이지만, 이 앨범은 발매 이후 걸작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생이 깎여나가는 순간에도 조율을 놓지 않은 음악에 무엇을 남기고 싶었는지, 이 위대한 음악가가 유작으로 남긴 음악의 깊이를 전부 헤아리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유한한 삶이 주는 공허함 속에서도 작고 흐릿하지만 빛나는 것들이 있다고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감히 제 막귀로 생각해 봅니다. 마음을 정돈할 때 자주 들을 음악이 될 것 같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async> 앨범이 참 좋았어요. 작정하고 본인이 듣고싶은 음악을 썼다고 한 작품이었죠.
전시장에서 <async surround> 영상을 다 보고 블루레이를 샀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