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은 리들리 스콧이 창조한 리들리 스콧의 시리즈로 1편이야말로 모든것의 근본이며 지향해야할 지점이고, 앞으로도 리들리 스콧의 비전이 가장 존중받아 마땅하다'
에이리언을 1부터 순차적으로 접했던 저는 90년대까지 단한번도 이렇게 생각해본적이 없었고, 이런 분위기를 느껴본적도 없었습니다.
물론 기념할만한 1편의 감독은 맞아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가 창작한 작품이 아닙니다.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려 집필을 시작한건 다크스타로 유명한 댄 오'배넌이었고 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로널드 슈셋이 함께 머리를 맞대 이야기를 써내려갔죠.
에이리언의 기본적이 컨셉트와 전개는 이미 이때 세워졌고요, 이후 월터 힐과 데이비드 길러가 참여해 안드로이드등 일부 요소들을 첨가했습니다.
또 당시 H.R 기거는 독특한 스타일로 이미 이름을 알리고 있었으므로 배넌은 그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밝혔죠.
흔히 에이리언이라 불리우는 제노모프의 디자인은 에이리언 1편이 개봉한 1979년보다 3년이나 앞선 1976년 H.R 기거의 네크로놈IV때 거의 완성된 형태로 등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1977년 스타워즈의 대흥행에 자극받은 폭스가 마침내 제작을 결정했고요. 당시 폭스가 갖고있던 우주배경 sf대본이 에이리언밖에 없었다나요.
처음부터 아이템을 개발하던 배넌이 감독직을 원했으나 거부당한후, 폭스가 여러 감독들을 찔러보고 거절당한 끝에 당시 장편데뷔도 얼마안된 유망주 리들리 스콧이 맡게된겁니다.
영화에서 연출이 가장 중요한건 맞아요.
그러나 타임라인을 보면 아시겠지만, 당시 스콧은 권한이 별로없는 고용감독에 가까웠고 에이리언이 인정받는 창작적 부분은 거의 스콧의 합류이전에 완성되어 있었어요.
심지어 1편은 개봉당시 호불호가 크게 갈리면서 지금과 다르게 평가도 결코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천만달러정도 제작비로 1억4천달러를 벌어들여 흥행대박이 터지고, SF호러크리처물 붐을 일으킨 이면에 77년 스타워즈와 미지와의 조우로 스페이스 오페라가 크게 부흥한 환경에서 텍사스 전기톱 학살과 할로윈등 고전 슬래셔물을 퓨전시킨 이 작품은 잽싸게 시류에 올라탄 싸구려 B급 장르물로 매도되었던 과거가 있습니다.
스타 감독, 스타 배우가 흥행을 좌우하던 당시엔 스타 평론가도 존재했는데 그 대표격인 로저 이버트또한 그때 혹평을가한 인물중 하나였죠.
(참고로 20년쯤후 디렉터즈 컷때 평을 철회했습니다)
애초에 여러 감독들에게 거절당했던것도 에이리언이 B급 고전 슬래셔물에 기반했기 때문이었고,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폭스는 에이리언을 흥행여부와 관계없이 대세에따라 깜짝흥행 했을뿐인 작품으로 간주해 더이상의 수익은 불가능하다보고 관계자와 팬들의 요청에도 후속프로젝트를 접어버리기까지 합니다.
폭스는 최종 200만달러 적자였다 발표했으며 이건이 실촬영을 맡은 브랜디와인 프로덕션과의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되자 83년 브랜디와인에 자금지원을 해주는 조건을 합의후 마지못해 후속기획을 진행하였으나 엎어지기만 반복할뿐 84년까지 진도는 나가지 않았죠.
그러다 터미네이터가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계약문제로 촬영중단됨에따라 제임스 카메론에게 여유가 생겼고 이때 그가 에이리언에 흥미를보여 파워로더나 퀸과같은 아이디어를 내놓기 시작해, 얼마후 터미네이터가 흥행대박을 터트린덕에 폭스의 신임을 사 후속작의 감독을 맡게 된겁니다.
폭스의 내부평가가 어떻든 에이리언은 대외적으로 이미 성공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카메론의 측근들은 스콧의 명성만 높여줄뿐 득볼것없는 일이라며 이 영화를 찍는것을 극구 말렸는데, 그럼에도 카메론은 뜻을 굽히지않고 작품을 진행해 1986년 마침내 개봉한 에이리언2(에이리언스)는 1억6천달러를 벌어들이며 성공을 거뒀습니다.
당시는 홈비디오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극장계에 새로운 위기론이 피어오르던 시절로, 홈비디오 시장이 83년에서 85년까지 8배이상 커진반면 기대받던 대작들은 극장에서 힘이 빠진모습을 보였으므로 이 기록은 단순수치이상으로 값진 기록이었습니다.
전편보다 낫다며 소포어모어 징크스를 깬 대표적인 사례로 심심찮게 거론될정도로 평단의 반응도 좋았고
엘렌 리플리가 강한여성이자 모성의 상징으로, 영화계 불멸의 캐릭터반열에 오른것도 이때부터였죠.
에이리언이 단발적인 흥행작으로 그치지않고 시리즈화된건 이 속편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속편은 창작의 영역에서도 카메론이 기여한바가 아주 컸고요.
전작이 sf호러크리처붐을 일으켰듯 에이리언2도 sf호러크리처액션물의 붐을 일으켰고, 에이리언 시리즈는 한 시리즈에서 서로 다른 장르붐을 연속해서 일으킨 매우 희귀한 사례에 속합니다.
이후에도 비록 실패한 영화로 간주되어 맹비난받기는 하지만 각자스타일이 확고한 각각의 감독들이 3와 4(레저렉션)를 맡으면서 에이리언은 1부터 4까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죠.
다만 시리즈에서 가장 성공한건 1과 2였고 이들의 특성이 매우 상이했기 때문에, 후속작들은 물론 게임이나 코믹스등 타매체에서도 이 두작품이 각자 기초적인 뼈대로 활용되어 이둘이 시리즈를 떠받드는 양대 기둥역활을 하였습니다.
시리즈 비화가 이렇다보니 시리즈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는 원래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고요.
어쨌든 스콧이 1을 감독해 흥행시켰으므로 스콧이 탄생시킨거라는 관점도 당시부터 있긴했어요.
그러나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인물은 단 한명으로 여겨졌으며 그가 근본중의 근본으로 불리우니 바로 H.R 기거죠.
직접 참여는 1뿐이 없었으나 그의 아트스타일이 당시 관객들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을 줬으니까요.
말씀드렸듯 그의 스타일은 영화이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오히려 역으로 영감을 준것이기에 영화에 빚진것도 아니었습니다.
게임의 발달로 정말 벼라별 괴악한 크리처들이 판치는 요즘 파급력이 많이 줄었습니다만, 1979년당시 기거가 디자인한 제노모프 및 관련디자인들은 정말 센세이셔널하다말곤 표현할길이 없었습니다.
직설적으로말해 작품의 내용같은것을 뛰어넘어 저 디자인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훨씬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우후죽순 쏟아져나온 수많은 아류작들중 어느하나도 에이리언 비슷한 충격을 주지못한 가장 큰 이유가 등장한 괴물이 에이리언이 아니기 때문이란 말까지 나올정도였으니 말이죠.
작품의 성공에서 기거의 지분이 워낙 컸기때문에 2부터 커버넌트까지의 모든 작품들이 기거의 기존디자인이나 다른작품들을 레퍼런스로 삼는것이고, 이게 지금까지도 시리즈의 가장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중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알겠지만 90년대까지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리들리 스콧이 차지하던 비중은 지금과같지 않았어요.
아마 리들리 스콧이 에일리언 이후 걸직을 만들지 못하고 그저 그런 감독으로 끝났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