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예로 주조연 모두 신인 무명배우들로 캐스팅하더라도 감독이 훌륭한 거장이라면 걸작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게 영화예술이죠.
90년대후반~00년대초반의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절에 좋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 건, 작가주의적 태도를 가진 잠재성이 보이는 신인 감독들에게 기회를 준 덕입니다.
제가 제작자라면 또 그저그런 시나리오를 쓴 감독에게 200억 주고 스타캐스팅 범벅인 영화 하나를 만들바에 100억, 50억, 50억 프로젝트 3개로 나누어서
100억은 이미 50억 <잠> 으로 증명한 유재선에게,
나머지 50억 프로젝트들은 각각 작년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던 두 감독, 이정홍과 조현철에게 프로젝트를 맡겨볼 것 같습니다.
제 아무리 좋은 재능을 지닌 감독일지언정 기회가 없으면 제2의 봉준호, 제2의 박찬욱은 나오지 못할겁니다.
그 봉준호와 박찬욱도, 제2, 제3의 기회를 얻은 끝에 탄생한 거장들이란 걸 충무로 종사자 본인들은 누구보다 잘 알 거라 믿습니다.
시대가 바뀐만큼 연출은 괜찮은데 문제는 이야기 전개...
각 장르에 맞는 글쓰기가 따로 있는데 예전 클리셰를 지속하는 느낌.
형식은 스릴러, SF, 판타지인데 이야기 알맹이는 진부하거나 사회성, 인간 멜로드라마가 짙더라고요.
이야기로 놀라게 하지 못하니까 잔인한 폭력으로 무마하려는 게 눈에 보여요.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둘 다 잘 하기 힘드니까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 많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