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마다 위스키 패밀리]를 봤습니다.

 

 

 

원제는 '코마다 증류소에  어서오세요(駒田蒸留所へようこそ)'이더군요.

작중에 시작과 끝의 방점을 찍듯 등장하는 대사입니다만,

한국 제목은 보다 내용을 함축하는 쪽으로 정리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동일본 대지진으로 증류기가 망가지고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더는 생산이 되지 않는 코마마 증류소의 환상의 위스키 '코마'를 부활시키기 위해

증류소 가문의 차녀이자 주인공 루이가 고군분투 하는 것을 그리는 와중에

그녀의 일을 취재하기 위해 차출된 기자 코타로가 맥빠진 관찰자에서

적극적 조력자로 바뀌며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는 과정이 서브로 그려집니다.

 

위스키 증류소를 운영하는 코마다 가문과 그들이 만드는 술

그것으로 이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잔잔한 드라마입니다만,

소소하면서도 그럴듯한 인물들의 갈등이나 앞서 설명한 성장서사

그리고 '코마 위스키'의 제조법과 관련된 일종의 미스터리까지 

알차게 들어차서 90여분의 상영시간을 꽉꽉 채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위스키를 좋아해서 관련 서적이나 영상 등을 꾸준히 보아왔기에

작중에서 꼼꼼하게 설명하는 증류소나 위스키와 관련된 부분들은 

아무런 걸림 없이 스르륵 넘어갔습니다만, 이 쪽에 전혀 지식이 없는 관객이라면

중간중간 정확히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은 부분도 있더군요.

무엇보다 영화의 결말부, '코마 위스키' 제조의 핵심과 관련한 부분은 

자세한 설명은 없이 단서만 보여주는 터라 상당히 아쉬웠어요. (더불어 후술할 다른 이유로도..)

 

작화도 그렇고 연출 방식이나 색감 모두 제 취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점도 좋았습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야말로 실사화를 하는 편이 더 좋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

 

코마다 증류소 외에도 다양한 증류소들이 잠깐씩 등장하는데 모두 상당히 그럴듯한 모습이라서

'아마도 실재 배경을 적극 가져와서 그렸겠구나' 싶었는데 엔딩 크레딧을 보니까 역시나

증류소의 것이 분명한 앰블럼들이 줄줄이 나오더군요. 

아무리 일본이라도 이렇게나 증류소가 많다고? 싶기도 했지만

작중의 코마다처럼 소주 증류소도 겸하는 곳이라면 소규모라도 많을 수 있겠더라고요.

 

++

 

(스포일러)

영화의 핵심인 '코마 위스키'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 레시피는

같은 증류소에서 겸해서 제조하는 소주 '이토'를 숙성시킨 오크통을 

피니시 캐스크로 사용해서 마지막 향과 맛을 덧입혔던 것으로 밝혀집니다.

일본어로 '코마'는 팽이, '이토'는 실이라는 복선을 미리 깔아둔 것이 재밌긴 했지만

(영화 초반에 흘리듯 증류소에서 '이토'라는 소주를 생산한다고 알려주죠)

여기서 조금만 주조와 관련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의문이 일 수 밖에 없습니다.

피니시 캐스크라는 게.. 별 게 아니고. 1차 숙성까지 마친 위스키를 마지막으로 

다른 술(와인,럼,버번 등)을 숙성한 통에 옮겨 담아서 앞서 담았던 술들에 의해

통이 품은 향과 맛을 덧입히는 과정입니다.

그러니까 블렌딩한 위스키를 마지막으로 커다란 오크통에 옮겨담는 작업을

정기적으로 해왔었을 거란 말이죠... 이걸... 다른 사람도 아니고 증류소 자식들이 몰랐다는 게

백 보 양보해서 루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직원들이나 오빠 케이까지?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이게 말이 되려면 할아버지랑 아버지 둘이서 야밤에 몰래 옮겨담는 작업을 했다는 건데...ㅎㅎ

 

그래도 그 과정이 상징하는 바가 좋아서 포기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클랜시

글쓰고 영화보는 인생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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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PIFF 2시간 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ㅋㅋ

    팽이 & 실이라는 앤딩이 꽤 그럴싸하게 만들어졌고 어머니까지 감싸안으며 가족이란 큰 틀을 만들며 감동적인데,
    그 직원들은.. 여주 혼자 알기를 바라며 모른체 한건가 싶기도 ㅎ

    보고나서 위스키가 땡기긴 했어요. 해외 갈때마다 사온게 집에 좀 쌓여있는데 이번 다녀오면 친구들 좀 불러야굿네요. ㅋㅋ
    (혼자 절대 술 안먹기가 철칙이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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