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신작 <에밀리아 페레즈>가 프랑스에서 8월 21일에 개봉해서 보러 갔다 왔습니다
2024년 칸 영화제 단체 여우주연상, 심사위원상 수상작이죠
이런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보러가야 하는데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20편 가까이 밀려있는 바람에
다 보고 난 뒤에 개봉 2주쯤 지나서 보게 되었네요
이 영화에는 느와르와 뮤지컬, 가족 드라마와 퀴어물, 사회파 리얼리즘과 구도적 이야기가 모두 뒤섞여 있습니다
만약 제가 이 영화를 안 본 사람들에게 이렇게 설명하면
'그게 한 영화에 다 섞이긴 하냐'라는 대답을 들을 것 같을 정도로
영화의 거의 모든 요소들이 겉보기엔 서로 이질적입니다
뭔가 하나가 애매하거나 잘못되면 영화 전체가 어색보일 법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자크 오디아르는 그 요소들을 갑자기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는 장면들을 계속 보여줍니다
그 장면들을 보는 제 느낌이 어땠냐면, 영화가 15~20분 간격으로 다이너마이트를 떠뜨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즉발적인 에너지가 대단한 영화였어요
이 영화의 배경은 대부분 멕시코이지만 실제 촬영은 프랑스 파리의 세트 촬영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배경과 미술의 사실적인 느낌과 세트 공간의 추상적인 느낌이 같이 공존하는데요
이 불균질한 느낌 위에서 펼쳐지는 장르나 다른 요소들의 충돌이 영화를 계속 이끌어갑니다
대단한 건 그 충돌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내 응축하고 터뜨리는 배우들입니다
이 배우들은 서로 부딪히면서 더 빛을 발하는 영화적 앙상블을 통해
정말 강렬하고 관객을 단숨에 잡아채면서도 서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는 물론이고 조 샐다나와 샐레나 고메즈도 각자가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남성성이 주로 활약을 펼치는 느와르 장르이지만
이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는 도구화된다는 느낌에 가까울 정도로 배제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여성 캐릭터들로 이끌어가는 영화인데요
그래서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로 보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페미니즘 영화라고 단순히 결론내리긴 힘듭니다
왜냐면 영화를 보다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까 쉬이 짐작이 안 되는 기분 좋은 혼란에 있다보면
이 영화가 구원을 갈망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거든요
자크 오디아르 전작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별점은 5점 만점에 4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