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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을 본 사람은 누구나 가장 한국적이기에 가장 우리와 맞닿은 영화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한국적'이라는 말에는 '국가로서의 역사'와 '국민으로서의 정서'가 모두 내포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적'이라는 말에 너무나 잘 맞게 그러한 큰 역사사건들이 가족 개개인의 개인사(트라우마)에 녹아져서 함께 보여지는데, 그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부모형제자매의 일상에 깊이 박혀 보이기에 위화감이 아닌 이해와 공감으로 다가서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오정민 감독님 인터뷰 중에 "잊혀진 역사는 복원해내고 사라질 것들은 기록으로 남긴다"라는 말이 무척 인상깊게 가슴에 남았습니다. 서서히 잊어가던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사실들, 그리고 의도적이든 아니든 사라지도록 방치했던 주변과 가족과 나의 기록들은 무엇이었을까를 불현듯 뒤돌아 보게 하고 기억하게 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고 지켜내는 일이 어쩌면 필요할 지 모르겠다는,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게 다가온 영화였기에 느꼈던 몇 가지를 적어 보고자 합니다.

 

우선 영화 <장손>이 보여주는 놀라운 연출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1. 자연풍경(계절마다의 보호수)과 불의 이미지와 가족서사의 연결, 그 절묘하게 맞물린 연출

 

영화에서 보여지는 계절은 여름, 가을, 겨울이고 이 계절마다 이 가족은 큰 가족행사로 모이는데 그 때마다 커다란 변화를 겪는 것을 보여줍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가족 구성원들도 변화하는 모습이 참 절묘하게 표현되죠.

이 가족은 여름에는 증조부모의 제사로 모이고, 가을에는 갑작스런 할머니의 장례로 모이고, 겨울에는 할머니를 보내드리는 절에서의 제사로 모입니다. 이 모임이 처음엔 블랙코메디처럼 웃음 섞인 이해 차이의 균열이었다가 점점 그 틈이 벌어져 붕괴되고 결국은 갈라서고 와해되고 붕괴하는 과정을 철저하고 집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 다가왔던 것은 이 단계마다 묘하게도 마을의 커다란 보호수와 불의 이미지가 접목되어 그 붕괴와 와해의 강도를 함께 드러냅니다. 처음 제사 때는 한여름 보호수 아래서 사진을 찍는 모습과 제사 후 지방을 태우는 모습으로, 두번째 장례때는 가을 해질녁 장례를 치르고 장지로 떠나며 보호수를 지나가는 가족의 모습과 장지에서 상여를 태우는 모습으로, 마지막에는 한겨울 할아버지와 함께 보호수를 지나치는 손자의 모습과 큰고모의 집이 불타는 모습으로,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보호수를 지나치는 가족의 모습과 불(태움)의 전소의 크기와 정도가 마치 가족의 붕괴의 깊이와 크기와 같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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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제사 후 지방을 태우고 제사상에 둘러앉아서 가업을 제대로 이어가느냐 마느냐 등 세대간(조부-부-손주)의 갈등과 베트남으로의 이민으로 인한 신념의 갈등을 가족간의 몇 마디 언성 높이는 정도로 갈무리 합니다. 이런 문제는 어떤 결론이 딱히 나지 않는 문제이기에 한밤중 아버지의 한바탕 주사 사건으로 일단락 되는 듯 보여집니다. 이 장면도 예사롭지가 않았지요. 아버지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며 아들을 찾을 때 아들과 할머니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 반응도 않다가 큰소리가 들리자 이를 저지하는데 마치 격투기 장면이나 액션씬을 보는 듯 아들이 아버지을 향해 돌진해 제압해 무너뜨리고, 거기에 더해 어머니는 이미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커다란 이불을 가지고 달려나와 한방에 이불로 아버지를 둘러싸 버립니다. 어머니와 아들이 2인 1조가 되어 환상의 호흡?으로 반항하는 아버지를 일격에 쓰러뜨리고 제압하는데 여기에 더해 할머니까지 나오셔서 '숨은 쉬게 해줘라'라는 한마디 일갈로 이 난동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습니다. 이 장면은 처음엔 퍽이나 우스운 블랙코메디로 보이지만 몇초 뒤면 저 행위가 반복되어 왔을 가족들의 한숨과 아픔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후에 아버지가 꿈결에 하는 말 "잘못했습니다. 선생님"을 듣고 나면 아버지가 젊은 시절 겪었을 트라우마(아마도 데모 후 취조받던 옛날의 상처)를 보게 되는데 이때쯤 되면 웃음은 어느덧 가라앉고 아버지의 사연과 주변 가족의 아픔이 그 순간의 착찹한 밤공기처럼 어둡게 내려앉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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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가을 어느 날 할머니의 급작스런 장례식에서의 가족의 급한 모임 때는 가족들이 사실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을 치르고 상여를 들고 보호수를 지나는 가족의 슬픈 긴 행렬을 보여줍니다. 가을 어느 날 해질 녁 노을을 배경으로 가을 색 깊게 입은 커다란 보호수와 그 아래를 슬픔에 잠겨 걸어가는 가족들. 그리고 장지에서 할머니의 상여를 불태웁니다. 그리고 이 중간중간에 드디어 가족의 균열이 크게 벌어지는 모습들이 보이지요. 큰고모가 할머니의 방에서 무언가를 뒤지다 나오는 걸 장손이 보게되고 의문을 품게 되죠. 할머니를 장지에 묻고 온 바로 그날부터 가족의 균열은 제대로 보여지게 됩니다. 드디어 '돈'이라는 화두가 등장하죠. 가족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 모두가 돈의 행방을 찾게 되고 급기야는 큰고모로 인해 그 균열은 드디어 붕괴의 시작을 보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이 개입되면 돈은 그냥 돈문제로 끝나지가 않게 되죠. 돈으로 인해 서로에게 입히고 당하게 되는 상처는 이상하게도 골이 깊어지니까요. 마치 본격적으로 불이 붙어 모든 게 불타오르듯 가족간의 분노와 와해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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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한겨울, 절에서 할머니 제사를 지내며 보내드리느라 모인 가족들. 그리고 점점 커지는 의심들 속에 큰고모의 폭발과 갈라섬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 가족 모두에게 무마될 수 없는 불화의 모습이 보입니다. 끝까지 아무말 않는 할아버지와 함께 산을 다녀오며 한겨울 가지만 남은 보호수 아래를 장손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은 담담함을 넘어 참담하고 처절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큰고모의 작은 집은 큰 불이 나 전소해 버리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붕괴의 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계절의 변화와 함께 가족의 변화를 담아낸다는 연출도 훌륭했고 더불어 불의 이미지를 통해 가족 와해와 붕과의 깊이를 보여주는 연출은 제가 느끼기에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절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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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희생과 트라우마의 대물림의 끝은 있을까-한국근현대사(거시사)와 가업(미시사)

이 영화를 보면서 또 한가지 슬프고도 아득하게 다가왔던 부분은, '장손이 짊어질 가업이라는 짐과 그에 따른 가족의 희생'이 세대를 거쳐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다소 끔찍한(?) 현실이었습니다. 더불어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역사 또한 세대를 거쳐 일어났었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까지 트라우마의 대물림으로도 보여졌습니다. 트라우마의 희생의 대물림이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 깊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태근) 대에는 공부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고모부가 두부공장을 운영하다 결국은 고모 부부는 희생양이 되고 맙니다. 아버지 태근은 할아버지(승필)의 바람대로 법대에 입학해 그당시 아마도 집안의 자랑이 되었겠지요. 당연 두부공장 가업은 큰고모와 큰고모부가 맡아 할아버지를 도우며 일을 해왔을테구요. 와중에 학생 때 민주화운동 데모로 인해 끌려가 취조를 당하면서 아버지 태근은 다리를 다치게 되었을 거라 추측됩니다. 아버지 태근이 고향으로 돌아와 정식으로 가업인 두부공장을 맡게되기 전까지는 큰고모 부부가 물심양면 그 가업을 지켜냈겠지요. 그러다 장손 성진의 졸업식 때 사고(?아마도 교통사고일듯)로 인해 큰고모부는 코마상태로 병원에 평생을 누워있을 상황이 되었고 자식없는 큰고모는 그럼에도 조카 성진을 친자식처럼 아끼며 살아온 듯 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상처만 남은 큰고모에겐 돌아온 것이 하나도 없고 집안과 갈라서게 되지요. 개인적으로 큰고모의 서사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대인 장손 성진 대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서울에서 영화작업을 하는 성진은 가업을 물려받지 않겠다 선언해 버림으로써, 그리고 부모와 누이(더불어 조부모도) 역시 그의 뜻을 응원하고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당연히 두부공장 가업은 누이부부가 맡는 수순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그 몫은 장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서 다만 바람이 있다면 누이 부부는 큰고모부부처럼 그런 희생(?)이 없기를 바랄 뿐이지요. 그래서일까요, 큰고모는 장녀 미화의 딸 갓난아이의 이름을 '늘봄'이라 지어주는데 아마도 그건 자신 대의 희생과 불행이 그 다음 대에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 집안의 장손들의 짐을 누군가는 곁에서 대신하는 희생의 대물림이 결국은 가족의 와해와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승필은 한국 근현대사를 오롯이 겪어온 사람으로 625때 온마을이 몰살 당하며 부모를 잃었던 큰 아픔과 살아남았다는 생존의 끄나풀과 그로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래서 공산당은 핏대 세우며 역정낼 정도로 극혐하는,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의 신념이 확고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평생 공산당, 빨갱이는 철천지 원수처럼 생각하며 살았겠지요. 그런데 정작 사랑하는 아들 태근은 데모로 인해 취조당해 결국 다리까지 불구가 되어 낙향한 모습을 보며 그 마음의 응어리가 더 단단해졌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에 비해 아버지 태근은 아버지의 뜻! 때문에 법대에 가고, 사진관도 접고 고향에 내려와 두부공장을 억지로 떠맡아 하고 있어 형생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한켠에 자리잡은 인물입니다. 젊은시절 법관으로서의 입지도 가지지 못했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도 가질 수 없었고, 지금의 두부공장 마저도 자신의 뜻대로 운영방식을 바꿀 수 없기에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한풀이를 알코올로 위안받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버지 태근은 주변의 위협, 즉 국가공권력의 탄압에 억압받아 무릎꿇었고 아버지의 명령에 복종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자괴감과 두려움과 답답함을 내재한 채 응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아마도 그에게 남은 자존심은 두부공장을 크게 업그레이드시켜 돈을 제대로 벌어보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인사불성되어 병적으로 울부짖을 정도로 주사가 심해졌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장손인 성진은 할아버지 세대와 아버지 세대를 지켜보긴 했지만 제대로 알 기회가 없이 자라왔기에, 그들에 대한 이해보다는 자신이 펼쳐나갈 자신만의 인생 그림이 중요한 세대의 인물입니다. 가족의 큰 변화를 목도하면서 할아버지의 생존을 위한 삶과 트라우마, 아버지의 버텨내기 위한 삶과 트라우마를 그나마 알아가게 되는 사람이지요. 그래서인지 성진이란 인물이 이 영화에서 가장 변화(?)를 보이는 인물로 보여집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생각만 관철하려는 이십대 청년으로서 그저 가족을 한발 물러서 관망하기만 하다가, 집안의 대소사를 겪으며 점점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아가고 점점 가족의 구성원으로 그 중심으로 다가가는 인물로 보였습니다.

 

장손이었던 할아버지의 역사가 또한 장손이던 아버지의 역사로, 그리고 장손인 그 아들의 역사로 대물림 되어 이어지고, 이것은 한국의 근현대사의 역사와 변화와 함께 궤를 그리고 있기에 더 깊이 있게 공감가는 내용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물림과 되물림은 켜켜히 쌓이다가 폭발하고 와해되는 트라우마의 역사가 아닌, 이해와 공감으로 새롭게 돌아보고 고찰하는 역사가 되어야 함을 또 한번 생각해 봅니다.

 

 

3. 소품의 활용으로 인물의 서사를 불러오는 연출

누차 언급했듯 할아버지의 숨겨진 이야기와 아버지의 숨겨진 이야기는 곧 이 가족이 지닌 아픔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아픈 트라우마의 연출을 그저 당사자(할아버지나 아버지)가 구구절절 말로 설명해 들려주는 방식이 아닌 그 시절로의 회귀로 보여주는 묘한 장치가 눈에 띄였습니다. 그건 바로 전등의 흔들림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술에 잔뜩 취해서 주사를 부리다가 아들과 어머니의 제압(?)으로 이불에 싸여 결박당하는데 이 때 위에 매달린 전등이 반복해서 흔들립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힘이 빠진 아버지는 잠에 들면서 잠꼬대 같은 말을 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잠에 들지요.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바라보는 엄마와 할머니와 아들은 표정이 착찹해 보입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취조실에서 취소받다가 다리까지 다치게 되던 그 시간대로 회귀되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버지에게는 가장 트라우마로 남았을 그 아픈 시간대로의 회귀이지요.

 

그리고 후반부에 식구들(아버지, 어머니, 성진, 할아버지)이 식탁에 모여 말도 없이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또 한번 식탁의 전등이 깜빡이며 흔들립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툭 하며 다시 한번 건들여 더 흔들리게 되지요. 그리고 그날 밤, 할아버지는 함께 잠든 장손 성진을 아들 태근으로 착각하고 숨겨진 과거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1950년 당시 부모가 학살당하고 혼자서 살아남았던 그 끔찍했던 기억의 순간을 아들에게 들려주듯 하나하나 들려줍니다. 이것도 역시 전등의 흔들림과 깜박거림이 할아버지의 가장 끔찍했고 슬프고 아팠던 과거 트라우마의 발생지점으로 시간을 돌려 놓은 듯 합니다.

이런 소품의 활용을 통해 인물의 서사(트라우마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참 신선하고 독특하게 다가왔습니다.

 

4. 가족의 와해와 더불어 보여지는 미장센
이 영화가 전체 부감이나 와이드샷으로 보여주는 풍경의 미장센은 누구라도 감탄할 것입니다.

특히 그 절정은 아마도 상여가 지나가는 장례행렬과 마지막 눈속의 산길을 오르는 조부의 장면일 것입니다. 이건 마치 '그럼에도 가야하는, 가고있는!' 모든 인간들의 한결같은 모습이 아닐까 싶었기에 숙연해 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와해를 보여주는 또 한 장면, 바로 밥상, 식탁 장면입니다.

식구, 가족이란 한 밥상에서 밥을 같이 먹는 사이라는 말 답게 초반에는 상을 여러개 이어붙여야 할 정도로 시끌벅적하던 식탁(밥상)이 점점 6명, 5명, 4명으로 줄어드는 식탁의 빈자리가 보여지는 전개가 독특하면서도 마음 아팠습니다. 할머니의 빈자리, 고모의 빈자리, 이처럼 빈자리가 하나씩 늘어나는 모습에서 이 가족이 점점 그 끈끈함을 잃어가고 가족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반증처럼 보여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이 비워짐이 늘어가면서 점점 혼자가 되어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왠지 모르게 크게 다가와 슬프기도 했구요.

 

이 영화의 여러 면에서 변해가고 잊혀가는 것들의 모습을 보았고 그것이 과연 그렇게 변하도록, 잊혀지도록 두어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서두 말한 것처럼 "잊혀진 역사는 복원해내고 사라질 것들은 기록으로 남긴다"는 감독님의 말이 마음에 남았는지도 모릅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막을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과 지켜내야 하는 것들과 변화해야 하는 것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 제가 영화 <장손>을 보고 일단 느낀 몇 가지 것들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이 영화에서 제가 참 좋아하는 장면들은,

1) 할머니가 한글 받아쓰기 연습하면서 소리내어 읽는데 장손 성진이 그런 할머니 손등(핏줄과 거칠어지고 주름진)을 손가락으로 만지작만지작 하는 장면이 특히나 좋았습니다. 무심결에 하는 그 행동이 손자나 할머니 모두에게 서로 너무도 편안해 보여서였나 봅니다.

2) 그리고 수박먹는 장면
가족 모두(할아버지만 빼고)가 밥먹는 성진 곁에 앉아서 수박 먹으며 성진의 어린시절 에피소드 들으면서 웃는데, 모두가 한마음으로 성진을 이뻐하고 귀여워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할머니와 손주 성진이 만들어낸 세월의 유대감이라고 해야할까, 무튼 모두가 함께 공감하는 추억으로 함께 즐거울 수 있다는 것 또한 가족만이 지닐 수 있는 특권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마 성진이 나중에 더 나이들어도 이 순간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겠구나 싶었습니다.

3) 새벽에 장손 택시 태워보내며 할머니까 전화하라니까 할아버지가 대뜸 "할머니한테 해라!" 두번이나 그러시는게 참 재밌었습니다. 

4) 그리고 또 하나 맘에 남았던 건 처음 제사때 가족 모두가 밥상에 둘러 앉았을때 둘째사위가 넉살좋게 다가섬에도 불구하고 유난스레 둘째사위에게 핀잔주고 빨갱이 나라에 간다고 역성내던 할아버지가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처음엔 괴팍하고 자신만의 아집에 쩌든 노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그 첫째사위(큰딸의 남편)가 내심 마음에 걸려서, 함께 하지 못하는 현실이 마음 상해서 둘째사위에게 더 그런 모습을 보이신 건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짠해졌던.

 

두서 없이 길게 적었지만 결론은,

영화 <장손> 추석 연휴에 가족들이 같이 보면 좋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profile Ju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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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나영화처럼 2시간 전
    후기 넘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어제 보고 왔는데 네이티브 사투리가 귀에 안 익어서 잘 못 알아들은 것도 있고 두시간내내 대화에 집중하며 보느라 피곤했는데 무코님 후기를 보면서 영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profile
    Julli 2시간 전
    네이티브 사투리 정도(?)를 고민하느라 감독님이 고심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아무리 쉽게 들리도록 말한다 해도 완벽하게 알아듣기는 어렵겠죠. 저도 귀 쫑긋 세우고 열심히 집중하며 봤었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 @Julli님에게 보내는 답글
    언제나영화처럼 2시간 전

    자막이 있었으면 좋았을테지만 그래도 중요한 대사는 다 듣긴 했습니다 엄청 집중했는지 영화보고 나오니깐 두통이 오더라고요 ㅎㅎㅎ 첨에 안 들린듯 하다가 갑자기 들리기도 하고 안 들려도 물 흐르듯(?) 듣다보면 이해가기도 하고 그랬는데 장례식장에서 할매 돌아가시고 극중 아들인 태근이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되서 하는 소리는 진짜 못 들었습니다 외국어인줄

  • @언제나영화처럼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Julli 2시간 전
    그 주사 울부짖음은 아마 옆에 있던 그 가족들도 못알아들었을 겁니다 ㅎㅎㅎ 저도 그냥 아버지는 또 저렇게 자신의 슬픔을 억울함 담아 쏟아내는구나~ 대충 그렇게 흐린 눈으로 넘겼어요^^
  • 루찌 58분 전
    후기 너무 잘 읽었습니다 미처 유심히 보지 못하고 지나간 소품이나 장면에 이런 의미들이 담겨져있었네요 이 후기 읽고 2회차 하면 감회 새로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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