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어머니가 장애자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고 헌신하는 문법과 달리,
이 영화는 사회주류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추정컨대 그녀는 메이저신문의 기자고,
연령대마다 쟁취할 직책을 목표로 고군분투중이며,
출신은 강남에 결혼 이후에도 강남 아파트에
거주할 계획을 갖고 있는 이 사회의 주류층입니다.
일적으로도 유능하여 그녀는 항상 꼿꼿하고,
국회의원에게도 쫄지 않습니다.
순항할 것 같던 그녀의 삶은,
둘째가 장애판정을 받으며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일반학교에 진학하면서 여러 사건, 사고에
그녀의 허리는 쉴 새 없이 숙여집니다.
주변의 시선보다
더 힘든 문제는 그녀라는 '개인'이 아예 소멸됐다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오롯이 쏟아야 할 시간이,
특정 기간이 아니라
어쩌면 영구적이 아닐까, 란 생각에 어느 귀갓길.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차도 앞에 몸을 밀어넣을 뻔 했고,
아이는 그런 그녀를 무심코 손으로 잡습니다.
괜히 가슴 찡한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다 괜찮아질거라며, 극복할 수 있는 류의 이야기로 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정신은 여전히 유아기에 머물러 있으며
눈을 떼는 순간순간이 돌발상황이고 웃는 순간보다
얼굴을 찌푸리는 순간이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는 건 부모뿐이고,
자식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괜히 주눅들고,
저자세를 취했던 것과 달리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며
예전보다 훨씬 당당하게 행동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거나,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오는 건 아니겠지만.
우리 안에 있는 냉소를 조금이나마
걷어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