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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뼈 있는 충언과 싫은 소리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팬이자, 인생에 굉장한 영화적 영감을 얻었고

존경해 마지 않는, 영화인의 입지적인 인물임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제 곧 싫은 소리를 늘어 놓겠지만

그럼에도 차기작은 또 찾아서 볼 예정이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할 이야기는 하겠습니다.

 

감독님. 감독님은 이제 액션"키드"가 아니라 액션 "거장"이십니다.

하지만 감독님, 생각을 설교하려고 하시지 마시고,

끊임없이 스스로의 신념과 관점이 낡지 않았나 의심해주십시오.

감독님의 사부인 박찬욱 감독님도 절대 영화에서 관객에게 설교를 하지 않습니다.

왜 사부님도 걷지 않았던 길을 가십니까?

팬으로서 간곡하게 비옵건데 강우석 감독의 전철을 밟지 마십시오.

 

 

아주 오래 전, 정두홍 무술감독 출연을 염두하고 기획했던

류승완 감독의 엎어진 영화 기획이 있었습니다.

그 제목이 바로 "내가 집행한다"

베테랑2의 영제이자 캐치 프라이즈죠.

 

내용도 지금의 해치 설정과 비슷합니다.

교도소로 억울하게 간 경찰이 나와서 자경단을 펼친다는 그런 설정이었죠.

계속 준비하다가 엎어진 것으로 압니다.

 

베테랑2는 베테랑이라는 기대 프랜차이즈의 탈을 쓰고

류승완 감독의 위시리스트를 찍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톤도 전 보다 어둡고, 진지하고

베테랑이 가지고 있는 미덕이나 장점, 프랜차이즈로서의 강점보다

오히려 전작의 미덕을 배반하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런 의도는 좋습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프로 중에 프로고,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기준과 잣대의 지표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미덕을 배반하려면

그래서 메세지를 말하려면 

정확하게 관객에게 설득을 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설득대신 이 영화가 선택한 것은 설교입니다.

게다가 과정도 우리가 너무가 쉽게 예상하던 그 과정입니다.

스포일러랄게 없을 정도에요.

여러분이 만약에 예고편을 보고서 "에이 설마 그런 내용 이 이렇게 가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셨다면, 빙고! 여러분이 맞습니다. 진짜로 영화가 그렇게 갑니다.

 

물론 정의관이라는 것은 개인마다 전부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의견 또한 감독의 견해이고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이라면 그것을 흥미롭고 납득시킬 수 있는 솜씨가 있었어야 합니다.

업계 경력이 25년이 넘어가는 베테랑 감독이라면

저는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것은 저의 오판이었습니다.

베테랑2가 걷는 길은 

마치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가 걷는 길과 같습니다.

아니라고요?

전작의 미덕을 부정하는 지금의 메세지, 방식, 게다가 예상 가능한 뻔하디 뻔한 전개.

갑자기 능지가 없어져서 이상한 선택을 하는 캐릭터들.

그러면서 나온 메세지는 다분히 교과서적인 대답.

어떻게 다를 수가 있습니까?

액션은 좋다고요?

라오어2도 그래픽과 액션은 좋았습니다.

 

전작 부정을 하는 것은 좋지만, 어떻게 그것을 관객에게 설득시키는 지는 다른 문제 입니다.

그걸 못하면, 상업적으로서 관객을 기만하는 거고

작가적으로서도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 버립니다.

초반에 반전이 누구인지 밝혔으면

어떻게 그것을 설득시킬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만들어졌어야 했습니다.

영화가 이렇게 안일하게 예상 가능한 범위로만 전개되고,

가장 중요한 극 중 수사가 이렇게 부실하게 이루어지면

사유에 집중했다는 이 영화에서 정작 사유가 상해버립니다.

 

더구나, 앞서 말한 그 사적 재재에 대한 소재는

이미 너무 많이 나와버렸습니다.

그랬다면 그것들과 차별화를 줘야지 우라까이 레퍼런스를 삼은 인상을 주면 어떡합니까?

이미 김이 다 세어버린 사이다를 마시는 기분 밖에 더 들겠습니까?

이게 무려 9년만에 나온 속편이라면 얼마나 팬으로서 속이 상하겠습니까?

9년만에 나와놓고선 잘하던 그 심플함과 단백함은 빠지고

9년 동안의 쌓여온 늙은 삼촌의 설교를 2시간 동안 듣는 건 정말 팬으로서 슬픈 일입니다.

 

 

류승완 감독님. 올 추석에는 부디 풍성하게 보내시고, 꼭 감 좀 많이 드시길 바랍니다.

없으면 꽂감이라도 드시길 바랍니다.

 

 

모가디슈에서 드디어 물이 올랐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크게 미끄러질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군함도보다도 더 별로 였습니다.

제발 휴민트에서는 메세지에 집중, 전작의 탐구 뭐 이런 거 제발 하지 마시고

본인 잘하던 거 계속 해주세요.

 

우리가 베테랑 시리즈에서 바랬던 건 단순하지면 명료하고 

자기 장기 잘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베테랑 다운 그 캐릭터성,  

그게 전부입니다.

3편을 만드시려면 제발 그렇게만 해주세요.

아니면 그냥 범도랑 광수대 유니버스로 콜라보나 좀 해주세요.

 

 

제가 이렇게 썼어도 류승완 감독은 어차피 건물주 만큼 돈이 많으시기 때문에

신경도 안 쓰실 거 잘 압니다. 그리고 앞으로 영화를 찍는 것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계속 될 것도 알고요.

부디 팬으로서 충언으로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PS: 한국영화 요즘 힘들다 영화계가 어렵다 도와달라 뭐 자꾸 이러시는 데, 

다들 프로시니까 프로답게 행동해주셨으면 관객으로서 바랄게 없겠습니다.

자영업이 어렵다고 식당에 음식이 간도 안 맞추는 집이 있다면

그저 어려운 경기 살려준다고 가서 밥을 드십니까?

베테랑이면 베테랑 답게 결과로 이야기 하고,

결과가 안 좋으면 수습을 해주셔야지 무대인사에서 빌지 마세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습니까?

애원 대신 복기, 홍보 대신 자신감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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