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보스톤, 거미집, 천박사가 3파전 펼쳤는데, 올해는 거의 베테랑2의 독점이라고 봐도 될 듯 하네요. 저는 오늘까지 휴일이어서 오늘까지 보고 온 영화 간단한 느낌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화의 스포가 일부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베테랑2(아이맥스, 4dx관람) : 이번 시즌 최후의 승자일 듯 합니다. 다른 몇몇 분 리뷰에도 그냥 첨언을 했지만, 베테랑 1편에 비하면 확연히 완성도는 떨어졌다고 봅니다. 액션의 기교나 화려함은 1편에 비하면 확실히 발전한 것 같지만, 해치가 이야기의 중심이 돼 버린 바람에 서도철을 비롯한 베테랑 팀들의 서사와 활약이 나타나지 않은 것에 큰 문제였습니다. 두시간 남짓한 시간에 사적 제재, 사이버렉카, 다인종 혐오, 학폭 등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 감독의 욕심때문에 영화가 이도저도 아닌게 돼 버린게 패착 중 하나이구요. 차라리 해치 이야기에만 집중을 하고 마무리지었다면 훨씬 깔끔했을텐데 여전히 류승완 감독의 선택엔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포스터도 모을 겸 두 번 봤습니다.
트랜스포머 ONE(더빙, 자막판 관람) :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실사판들의 엄청난 똥볼짓이 자꾸만 생각나서, 제 마음속에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이제 지운다는 계획을 철회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영화판에선 알 수 없었던 젊고 미숙했던 프라임과 디셉티콘의 성장과 반목을 확실하게 보여줘서, 다음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게 되더라구요. 다음편이면 왜 그들은 사이버트론 행성을 날려버리게 됐는가를 보게 되니까요. 한없이 가벼웠던 프라임의 젊은 날, 우연한 계기로 분조장이 되는 디셉티콘의 어린 날,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촉새 범블비 등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캐릭터 묘사가 일품이었습니다. 역시 포스터도 부가 목적이었습니다.
트랩 : 우리 커뮤에서도 워낙 악평이 심하기도 해서 볼까말까 망설이다, 오늘 아침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악평에 비하면 걱정했던 것 만큼 보기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초반부 콘서트장 이야기는 여기저기 주인공이 자리 옮겨가며 머리싸움하는 것도 볼만 했습니다. 중반부 가수가 그 상황에 끼어드는 부분은 사실 좀 수긍이 안가긴 했습니다만, 뭐 감독 딸내미가 활약할 기회를 줘야 하니까요. 그것도 어찌저찌 넘기긴 했는데, 후반부의 마무리가 "읭?"하는 느낌이긴 했습니다. 관객에 따라서는 오히려 마지막 부분이 불호가 될 가능성이 높겠더라구요. 워낙 많이 봤던 익숙한 이야기들을 많이 차용하다보니 영화가 밋밋해질 수 밖에 없긴 했습니다. 조쉬 하트넷의 연기는 볼만했습니다.
코마다 위스키 이야기 : 사실 이건 추석 이전에 개봉한 영화라 제가 늦게 본 케이스이기도 하구요. 그럭저럭 일본인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더군요. 장인정신, 전통에 관한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일과 해야 할 일의 괴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러한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서 잘 풀어낸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게 일본 애니메이션의 장점인 듯 합니다.
새벽의 모든 : 이번 추석 명절엔 저는 이 영화를 만난게 가장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감독도 모르고, 배우도 모르고, 내용도 거의 아는 것 없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간만에 보는 그레인 지글거리는 해상도 떨어지는 화면을 보면서 (알고보니 이 영화는 16mm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디지털 상영에선 볼 수 없는 필름 그레인이 보인거였더라구요) 이 영화가 뭐지? 라면서 시큰둥하게 봤던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갈수록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더군요.불치는 아니지만 깊은 마음의 병을 가진 두 사람이 사랑도, 우정도, 사교관계도 아닌 '연대'를 해낸다는 것, 그래서 서로서로 깊은 밤을 견디며 지나면서 새벽을 맞이한다는 그 '연대'가 저는 참 좋았습니다. 영화 후반부에선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나도 갖고 있구나'하는 공감이 들어서 살짝 눈물도 훔치기도 했구요. 저는 상반기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하반기엔 이 영화를 선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 추석, 여러분들은 어떤 영화가 좋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