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드림웍스를 사랑했던 팬들이라면 눈가가 촉촉해질 겁니다. 극 중 유사 모자로 나오는 로봇 로즈와 새끼 거위 브라이트 빌의 관계와 성장 스토리는 더 넓은 세상으로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했는데요. 로봇임에도 엄마의 마음과 눈망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뭐든지 할 수 있는 로봇임에도 새끼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모르는 가운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시키는 로즈의 모습은 기술에 따른 문명이 발달함에도 돌봄과 성장에 따른 교육은 고유의 인간 또는 생명체들만이 할 수 있다는 걸 역설적으로 표현하는데요. 이 부분은 AI에 점점 의존해 가는 현대사회에 큰 메시지를 전하는 듯합니다.
<슈렉>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아웃 사이더들의 이야기는 이번 작품에도 이어집니다.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는 로즈와 브라이트 빌, 이들을 도와주는 여우 핑크가 서로 의지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내용은 그 자체로 긍정 에너지를 전합니다. 예상대로 이 에너지는 함께 살아가는 모든 동물에게도 전파되죠. 특히 주요 인물들이 아웃사이더라는 점을 잘 표현하기 위해 로즈 역에는 루피타 뇽오, 핑크 역에는 페드로 파스칼 등 유색인종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을 합니다. 더빙판으로 봐서 이들의 연기를 보지 못한 게 가장 아쉽네요.
예고편을 본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영화를 보면 <아이언 자이언트> <천공의 성 라퓨타>가 생각납니다. 국내 관객들은 무조건 <마당을 나온 암탉>을 떠올릴 겁니다. 부분적으로 기시감은 들지만, 영화는 독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요. 이유는 감독을 맡은 크리스 샌더스 덕분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로 드림웍스의 새 지평을 열었던 장본인이기도 한 이 감독은 소년과 용의 우정처럼, 로봇과 동물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연대를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감독은 로즈를 통해 전작의 오마주를 바치는 장면도 선보입니다.
더불어 활공 장인이라 불리는 감독의 장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브라이트 빌과 철새들의 활공 모습은 그 자체로 웅장한데요. 특히 로즈와 함께 어른으로서 첫 여정을 떠나는 장면은 장관입니다. 여기에 동명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작화로 구현한 동물의 모습, 광활한 자연 풍광은 그 자체로 장관입니다.
앞서 소개했듯이 드림웍스를 사랑했던 팬들이라면 눈가가 촉촉해질텐데요. 그 이유는 <와일드 로봇>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자체 제작하는 마지막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재정적인 문제로 외주 비중을 늘려갈 예정이라 밝혔기에 이 영화는 그 의미를 더하죠. 개인적으로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스토리가 급하게 흘러가는 부분이나 후반부 자신을 만든 회사에 귀환하려다 다시 동물들과 살려고 하는 동기가 살짝 빈약하긴 하지만 완성도를 저해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 점 참고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말: 아무래도 더빙 버전으로 봤기에 가족 단위 관객이 많이 참석했는데요. 이곳저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많이 들렸습니다. 부모님이 많이 우시더라고요. 언젠가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미리 체감했다는 점,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일을 너무나 감동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눈물을 흘린 것 같습니다.
참고로 쿠키 1개 있습니다. 꼭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