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신작 <메갈로폴리스>가 프랑스에서 개봉해서
개봉날 당일 보고 왔습니다
이미 77회 칸 영화제부터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극과 극으로 갈렸었고
현재 Letterboxd 사용자 별점을 보시면
1점부터 10점까지 별점이 대체로 골고루 분배된 희귀한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정말 본인 마음대로 만들었나보다'라는 생각을 안 할 수야 없었죠
네, 정말 본인 마음대로 만들었더라구요
예상한 대로 탄탄한 스토리라던가 일반적으로 관객을 만족시켜줄 만한 요소는 전무합니다
이야기만 놓고 말하면 고전틱한 멜로드라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중간중간에 제국의 종말에 관한 내레이션과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계속 틈입하여
영화 자체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관객이 영화를 잘 따라가기 어렵게 만듭니다
자의적인 플롯을 만든 엄청 실험적인 영화예요
코폴라 감독은 이 영화를 하나의 우화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영화에서 과거의 로마 제국과 현대의 대도시 뉴욕을 한 이미지에 겹치면서
인류와 문명에 대한 장엄한 이미지를 펼쳐보이려 합니다
이 영화가 담고자 하는 주제는 너무나 크기 떄문에
상징적인 이미지들에는 코폴라 감독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너무나 넘쳐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잉된 이미지들이 관객의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런닝타임 내내 이어집니다
코폴라 감독은 이 영화에서 인류와 문명에 대한 이미지-시를 쓰고 싶었거나
철학적 에세이를 쓰고 싶었던 것 같은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에 철학적 깊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상징적인 이미지의 향연이라고 하지만
그게 전부 파편화되어 있어서 통일감이 거의 없습니다
연출에 있어서 좀 영화가 오락가락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어떨 때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걸 대사를 통해서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너무나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정확한 의미를 붙잡기 힘들 정도로 추상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영화의 톤이 좀 왔다갔다합니다
불필요한 장면들도 많아 보이고 허세 같은 대사들도 많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영화의 결론이 너무 순진합니다
말씀드리면 당연히 스포라서 말은 아끼겠지만
이미지의 장대함에서 느껴지는 감독의 야심에 비하면 상당히 용두사미였습니다
재미가 없어도 그래도 "왜 이런 방식으로 연출을 했을까?" 스스로 질문하면서 계속 봤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너무 허무했어요
영화에서 거장의 야심으로 보였던 것들이 거장의 잡념들로 보이기 시작할 정도로
너무나 안전한 결말은 저한테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재밌었던 점이 아예 없진 않았는데요
이 영화에서 코폴라는 무성영화에서 볼 법한 연출을 많이 씁니다
미술 자체도 고전스러운 느낌이 많이 들구요
어떤 장면에서는 아벨 강스의 <나폴레옹>에서 보였던 폴리비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나폴레옹>은 코폴라가 애정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고전영화에 대한 코폴라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코폴라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말할 수도...?
그래도 저는 별로였습니다
별점은 10점 만점에 4점을 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