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연출이 참 좋았습니다.
'불'의 이미지라든지.
정사각형에 계속해서 조커와 아서를 가두어 놓는다든지.
타인이자 사회의 시선으로 본인을 담아내고 있는 카메라를 망상을 통해 박살내고서야 비로소 아서 스스로가 '아서'임을 규정하게 되고, 그러자 현실에서도 그 시선(카메라)이 함께 박살나게 된다든지. (그리고 사실, 화면이 담아내는 것은 '아서 플렉의 재판'이자 '조커의 재판'입니다. 카메라조차도 정체성을 헷갈려하는 듯 보여요. 재판의 과정 자체가 그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처럼 보이고요.)
법정에서 사고가 벌어진 이후 경찰차에서 쫓아오는 사람이, 경찰이 아니라 조커로 변장한 추종자라든지 (아서가 조커에게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등등
조커는 결국 두 번 죽은 것입니다.
아서 플렉이 스스로를 아서 플렉으로 규정지었을 때 정신적으로 한 번, 결말부에 이르러 조커를 추앙하던 다른 죄수의 살인에 의해 물리적으로 한 번.
그리고 개인적으로 할리와의 사랑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할리는, 조커를 동경하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을 대표할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전작의 결말에서 자동차 위에 서서 추종자들의 환호를 받는다거나 이번 속편에서 감옥에서 추종자들의 환호를 받는 장면들이, 할리라는 하나의 인물로 상징된 것으로 보입니다.
<조커>는 정말 호아킨 피닉스가 미친 듯이 끌고 가는 '조커'의 이야기였다면
<조커: 폴리 아 되>는 배우의 힘을 조금 빼되, 이를 연출적으로 승화시키려는 시도 끝에 완성된 괜찮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