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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다른 분들 후기를 아직 제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제가 느낀 부분들만으로 제 생각을 먼저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미리 말씀드리면 글이 매우 깁니다 ㅋㅋ)

 

<조커2> 관람을 마치고 즉시(잠깐) 드는 생각은
영화 대부분의 요소가 나의 기대와 어긋난다 였습니다. 크게 세가지였습니다.

 

• 뮤지컬 요소가 엔터테이닝한 음악적 요소로 사용되지 않음.

- ‘아서’가 판타지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되고 이 반복이 저에게 불편하게 다가옴

 

• 할리퀸 캐릭터가 딥하게 그려지지 않고 이 캐릭터 또한 아서를 판타지로 밀어 넣는 도구로 느껴짐. 마치 거대한 배경이나 야망이 있을 것 같은 캐릭터인데 그게 뭔지는 안알랴줌.

 

• 전작에서 조커로 탄생한 아서. 이번에는 조커로서의 활약을 기대했으나 아서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며 마지막 선택 또한 조커가 아닌 아서로 남는 것.

 

이쯤에서 질문하게 됩니다.
감독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행오버>와 <조커>를 넘나들며 전혀 다른 두 장르/작품에서 충격적인 역량을 보여주셨던 똑똑한 분이 어떤 의도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조커2>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분명한지는 몰라요. 감독님께 물어본 거 아니니까요. ㅋㅋ 그냥 제 생각입니다.

 

•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

- ‘부캐’라는 설정이 왜 탄생했을까? ‘본캐’로는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닐까?

- 저도 SNS에 제 약점이나 초라한 모습은 올리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 제 모습일지도요.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포장한 것만 올리게 되죠. 내가 생각했을 때 내가 가장 빛나는 모습이 아니라 남들이 생각했을 때 내가 가장 빛나 보일 모습으로요.

- ‘아서’도 주변에서 ‘조커’가 되라고 부추깁니다. 대표적으로 ‘리’가 그 역할을 하고 심지어 관객인 나도 그걸 바라죠. ‘리’가 부르는 노래가 노랫말은 너무 아름답지만 악마의 속삭임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네 본 모습은 버리고 가면을 쓰고 살아. 그래야 네가 사랑받아.’) 그래서 반복되는 노래에서 느껴졌던 불편함은 감독님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실제로 마지막 부분 ‘아서’의 대사에 (아름답지만 의미 없는) 노래를 멈추고 (진짜) 대화를 해달라는 대사가 있죠.

-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 봐주는 사람과 마주 앉아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그를 통해 치유 받았던 적이 언제였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대화를 제공했던 적은?

 

•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세상

- ‘아서’는 ‘아서’일 때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조커’일 때만 추앙받는다.

- 극 중 아서를 살해하는 사이코패스가 영화 내내 ‘아서’가 본인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조커’로 부상하는 모습을 관찰하다가 마지막에 ‘아서’로 남기로 선택한 그를 죽이는 장면이 마치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아서’가 ‘조커’가 되기를 바랐던 나도 싸이코패스와 같이 정상이 아니라는 의미일까?

- ‘아서’가 ‘조커’가 아닌 ‘아서’를 선택한 것이 얼마나 큰 용기였는지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 물론 ‘아서’는 명백한 살인자이고 살인자를 미화 하거나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아서’를 그렇게 벼랑 끝까지 몰고간 것의 근원은 무관심이 아닐까?

 

•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

- 저는 ‘아서’와 같이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인물에 대해 연민을 느끼기보단 ‘아서’가 어서 ‘조커’로 흑화해서 그를 무시했던 인물들에게 복수하길 바랐습니다. 도파민 폭발하는 고자극을 바랐죠.

- 하지만 영화에서 기대했던 ‘폭발하는’ 요소는 찾아보기 힘듦. 아니 어쩌면 이정도의 자극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 아니면 자극적인 것만 바라다가 현실에 발 불이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정작 중요한 핵심은 다 놓쳐버리는 사람이 된 걸까?

- 개인적으로 ‘아서’가 죽는 장면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장면일 텐데 영화를 관람하는 당시에는 이게 그렇게 큰 충격으로 와닿지 않고 결말을 위한 장면이라 생각함(이런 자극에 내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커’가 아닌 ‘아서’로 쓸모 없는 인간이 되었을 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큰 충격으로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굉장히 슬픈 감정이었고 다른 의미에서 고자극이었습니다.

 

요딴 생각들을 하다가 영화에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아직 발견할 것, 생각할 것이 너무 많을 것 같아 당분간 N차 각입니다.
(연기, 연출, 촬영, 음악 얘기는 하지도 않았지만 모두 미쳤다는 생각뿐이고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굉장히 많습니다.)

 

마치 감독님이 세상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고

세상에 필요한 자극과 질문들을 던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걸 ‘조커’라는 대중적인 캐릭터를 이용해서 메이저 스튜디오의 자본으로 뚝심 있게 던졌다?
이 사람 미쳤거나 천재가 아닐까? 둘 다이거나..

 

학생 시절 존경했던 광고 콘텐츠 관련 교수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던 게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수업이었고 수업 중 과제를 주셨습니다.

 

“내가 지금 엄청나게 재밌는 동영상을 하나 틀 건데, 너희 과제는 저 동영상을 보지 말고 날 보는 거야. 날 봐야 너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거야. 계속 나만 보는 거야.”

동영상이 틀어졌고 어떤 학생은 동영상을 보고 어떤 학생은 안 봤겠죠.
시간이 지나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세상이 너희에게 보여주는 건, 저렇게 너희를 쉽게 유혹할만한 재밌는 것들이야. 너희가 너희 자신, 너희 자식, 미래를 위하고 싶다면 지금 자연스럽게 눈에 보여지는 것 말고 숨겨진 것을 보도록 노력해. 계속 재밌는 거나 보면서 대책 없이, 생각 없이 살래? 아님 미래, 인류, 지구를 살릴래? 나는 절대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을 거야. 그건 너희 몫이니까.”

 

“세상을 파헤치다 보면 비관적인 현실을 직면하게 될 거야. 하지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건 더 나은,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의지야. 희망은 있어. 수업 끝.”

 

<조커2>는 어이없고 말도 안 되게 10년도 지난 이 말들까지 떠오르게 했고 그때 학생 전원이 마지막 수업에서 교수님에게 박수갈채를 보내 드렸던 것처럼, 감독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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