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12498214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이 영화는 분명히 박찬욱감독의 연출작이 아닙니다.

<심야의 FM>을 찍은 김상만 감독의

박찬욱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은 작품이죠.

김상만 감독의 작품이긴 하지만 각본에서 비롯된 박찬욱 특유의 블랙유머와 테이스트가 짙다보니

사실 상 박찬욱 감독의 취향이 고루 들어간,

하지만 영화광 다운 박찬욱 감독의 장르에 통달한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나온 사극 영화가 몇 없지만, 개인적으로 올빼미 이후로 만족감을 크게 느끼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보면서도 대중적으로 어필하기엔 거리감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이유는 후술하도록 하지요.

 

 

저는 처음에 의아했어요.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같은 라인업에 

이정도 규모면 충분히 극장개봉을 해도 되었을 텐데

왜 넷플릭스를 선택했을까?

 

일단 영화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극장의 체험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설계는 되어 있습니다.

거대한 궁중씬, 준수한 CG와 규모, 웅장한 몹신 등 볼거리는 충분해요

(거기에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멋들어지게 칼질하는 강동원은 항상 옳죠)

 

하지만 영화를 막상 보고나니 이유가 수긍이 갔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는 장르가 사극이 아니에요. 한국식 사극이 아니라,

"찬바라" 장르에요.

일본 특유의 사무라이 활극 "찬바라"를 조선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사의 의리, 우정, 신의를 저버린 쇼군(지배층), 폭력이 지배하는 난세, 화려한 검술과 유혈 낭자한 피.

특히 유혈은 "찬바라"를 말그대로 정의하는데

그걸 빼버리면 찬바라가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형배급사들이

그런 고어한 걸 용납할 리가 없죠.

무조건 손기 맞추어야 한다고 내용과 연출에 개입했을 거고 편집에 개입했을 겁니다.

그러니, 이것이 정체성인 이 작품은 넷플릭스를 할 수밖에 없고요.

그런 면에서 박찬욱감독의 제작자 다운 영리함이 보입니다.

"니네가 못하게 하면 난 다른데서 다른 방식으로 영화 만들 수 있어"

라고 일종의 배급사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주관적으로)

 

물론 찬바라는 그야말로 매니아적인 장르에요. 좋아하는 사람은 그 특유의 멋과 간지로 환장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그 고어함때문에 찡그리죠.

하지만, 그 장르에 대한 박찬욱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고 그것이

나름 온전히 영화로 연출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저는 영화의 각본과 설정이 정말이지 탁월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찬바라를 조선식으로 끌고 오려면 아주 자연스럽게 왜색을 어느 정도 가져오는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찬바라 장르의 클리셰중 하나인, 탐욕스럽고 인의가 없는 권위적인 지배층(악역)도 가져와야 하고요

그런 면에서 임진왜란과 선조를 가져온 것은 그야말로 탁월하다 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고요.

아귀가 딱딱 들이 맞게, 그러면서도 기존의 영화들은 임진왜란 = 이순신 으로 대변되는 반면

항상 이순신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의병의 활약과

의병의 대우, 런조의 배신까지 다룬 것은

한국 사극의 공식도 뒤튼 영리하고, 진보적인 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간에는 경복궁이 불 탄 것이 일본이 아니라 민란으로 불탔다는 묘사로 딴지를 걸지만

그것은 정확한 사료가 없이 추정되는 사실인 바

역사적 공란을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표현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고 저는 의견을 가집니다.

 

주인공의 둘의 심리묘사도 좋았고, 극 후반부 해무를 이용한 설정도 저는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웅장하게, 군중(덩어리)로 시작했던 영화가 결국에는 두 주인공에게 포커싱되는 연출이었구요.

연기는 특히 두드러지는 역이 차승원입니다.

차승원은 요즘 폼이 남달라요. 폼이 좋아요. 정말 수를 많이 가지고 있는 배우입니다.

차승원 스러운 연기에서 좀 더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여러 표현의 수가 보여서 앞으로의 작품이 더더욱 

기대된다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일단, 액션은 강동원과 타 배우들의 태가 너무 좋아 티가 안나긴 하지만,

과도하게 슬로우모션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 있어 시대적으로 약간 올드하게 연출된 느낌이 있습니다.

액션 연출에서 배우끼리의 합의 세팅은 좋았지만 다찌씬에서 몇몇 장면은

조연들이 주인공을 공격을 할 수 있음에도 허우적 거리는  그런 오점들이 보였구요

그리고, 강동원의 연기는 일단 액션은 100점짜리 액션이에요.

한국에서 그 만큼 액션이 아름답게 나오는 배우는 극히 드뭅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게 선이 예쁜 배우가 없어요.

다만 강동원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다 준수하고 좋다가

꼭 한 번 나오는 그 특유의 똑같은 "애절한(척 하는) 눈썹연기와 발성" 쪼는 고쳐지지가 않군요.

초반에 칼을 무는 장면까지는 좋았지만 극이 진행 될 수록

인물이 평면적으로 표현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강동원이 20~30대였다면 넘어갔겠지만, 이제 데뷔경력이 그정도 된다면

연기적 스펙트럼에 정말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 정도 배우라면 이제 자신이 가진 스펙트럼의 다양함을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표현력에 대해 같은 대사 같은 인물이라도 어떻게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합니다.

어떻게 보면 미남, 미녀 배우들의 임계점이자 위기가 바로 딱 강동원의 나이대인데

그걸 넘으면 이병헌, 이정재,정우성이 될 수 있습니다.

차기작에서는 그저 멋있는 남자가 아니라 강동원이 대중적으로 가지고 있는 틀을 과감하게 

깰 수 있는 컨택을 여러번 시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우로서 더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밌습니다.

잘 만들어졌고, 찬바라 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색다른 디쉬가 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한국영화계에서 나오기 힘든 작품이 나왔고

저는 그 부분에서 지지하는 영화입니다.

만약 사무라이 활극이나 찬바라 장르를 좋아하시는 관객이라면

꼭 한 번 즐겨도 되는 영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profile 주윤발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1)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profile
    박재난 2024.10.12 17:42
    차승원 배우는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는 기분입니다. 물론 그 전부터 연기를 곧잘하던 배우였지만 최근에 가리지 않고 이런 저런 배역들을 고르는데 하나같이 연기력으로 증명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더라구요...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거대한 무리 사이의 싸움에서 결국은 종려와 천영의 이야기로 돌아오는 전개는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 바닷마을 2024.10.12 18:01
    글쎄요.
    저는 솔직히 기본적인 줄거리가 너무나 전형적인 한국물이라고 느꼈습니다ㅠㅠ
    권력층이 무능하고, 악역인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군도', '그르믈 버서난 달처럼' 같은 한국 기존 틀에서 벗어난 다른 줄거리를 보고 싶었는데 평들 보면 이것도 비슷한 거 같아요.
    2005년 한국 사극영화 '혈의 누' 같은 고어함이 추가된.
    다만 반착욱 제작자는 기존작들 생각하면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거 같긴 합니다.
  • 클랜시 2024.10.13 02:35

    보면서 외국인들이 좋아하겠구나.. 싶었는데 '찬바라'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가 분명해지네요.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677192 96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52] file Bob 2022.09.18 784757 148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8] file admin 2022.08.18 1113873 204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70] admin 2022.08.17 819851 151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6] admin 2022.08.16 1496069 143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588704 173
더보기
칼럼 <보통의 가족> 양심의 기운 빠진 외침 [4] file 카시모프 2024.10.17 20634 14
칼럼 <레드 룸스> T가 공감하는 방법 [28] file 카시모프 2024.10.10 140361 25
불판 10월 21일(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10] 아맞다 2024.10.18 20517 23
불판 10월 18일 금요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123] 은은 2024.10.17 45237 55
이벤트 <어프렌티스> 예매권 이벤트 [114] updatefile 지앤이 파트너 2024.10.14 62773 79
영화잡담 블루 자이언트 진짜 재밌네요 [3] new
16:24 333 4
영화잡담 부국제 뒷풀이 느낌으로 다대포에서 영화행사 하나본데 날씨가...ㅠ newfile
image
16:21 247 1
와일드 로봇 50만 관객 돌파!! [21] newfile
image
15:34 475 12
영화관잡담 CGV, 노원구에 IMAX관 신설 예정? (기사 첨부) [5] new
15:21 763 5
영화잡담 더 커버넌트 잼나용.. [1] new
15:13 242 1
영화잡담 스마일2 빵티플 취줍으로 잡았어요 new
15:04 386 1
영화잡담 현재 예매해놓은 영화 목록 [2] new
14:42 504 5
영화잡담 스마일2 보고 싶은데..후기때문에.. [13] new
14:04 701 2
영화잡담 [마감]베테랑 싸다구 [5] newfile
image
13:41 693 0
영화잡담 인천영화주간 2024에 왔습니다~ newfile
image
13:17 290 1
영화정보 <프레디의 피자가게2>개봉고지 공식 티저이미지 [6] newfile
image
13:01 576 3
<모아나 2> 신규 포스터 [9] newfile
image
12:54 766 10
영화정보 <노트북>재개봉 관객수 9만 돌파! [1] newfile
image
12:47 295 2
영화잡담 인천 영화 주간 왔어요! [2] newfile
image
12:45 333 2
후기/리뷰 공작새-무코 무인 시사(강추 노스포) newfile
image
12:44 223 1
역대 속편 흥행참패 3대작 [12] newfile
image
DCD
12:38 1221 11
영화정보 (SSU) 실버 세이블 프로젝트 재개 소식 [2] newfile
image
12:18 267 2
영화정보 <채식주의자>해외배급 포스터 [1] newfile
image
12:13 487 0
영화관정보 CGV 아트하우스 20주년 기획전 상영 예정 [5] newfile
image
12:10 1101 4
후기/리뷰 <노스포>와일드 로봇 생각보다.. [2] newfile
image
12:05 586 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