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버넌트
가이 리치 감독의 신작으로 미군이 탈레반과 대치 중이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입니다.
해외 개봉 후 약 1년 반만에 개봉한 작품인데다가, 황석희 번역가의 호평 글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만 제 생각보다는 너무 무난하고 슴슴했네요. 탈레반을 다룬 수 많은 작품들과 달리 두 인물에게 집중적으로 포커스를 맞추면서 미군 만세 대신 이를 비판하는 듯한 결말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보는 내내 긴장감이 돌기보다 왠지 모를 지루함이 자꾸만 느껴지고... 종반부 사건이 갑작스럽게 끝난다거나 하는 것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더라구요. 특히 초중반이 심하게 늘어지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야기의 전개를 생각하면 해당 인물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보여주는건 좋다고 생각하는데 동어반복 같은 연출 때문에 저까지 지치는 기분이였습니다.
작품성과 별개로 제이크 질렌할과 다르 살림의 연기는 정말 배우의 수준을 넘어선 무언가를 느껴지게 했네요. 눈빛으로 모든걸 말하는... 보는 내내 감탄만 나왔습니다.
킬링 타임으로는 그다지 나쁜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느껴지는 실망감도 크네요.
전, 란
박찬욱 각본 및 제작, 박정민, 강동원 주연의 사극 작품입니다.
부국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애당초 박찬욱 각본의 사극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던 작품이였는데, 한 가지 간과한게 있었다면 박찬욱 연출이 아니라는거...
종려와 천영의 이야기, 그리고 더 크게는 전쟁과 반란을 다뤘는데 검술 액션만큼은 근래 본 사극 중 최고봉으로 꼽을만 합니다. 문제는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보는 것 처럼 훨씬 방대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뚝 뚝 자르고 두시간으로 편집한걸 보는 느낌이라 중간 중간 뭔가 이음새가 안 맞고 끊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나마 두번째 파트까지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7년이 흐른다거나, 영화 내에서 가장 중요한 종려와 천영의 서사가 말 한마디로 끝나버리는걸 보면서 '이게 뭐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4부작 미니 시리즈로 나왔으면 서사도 튼튼하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이 넣을 수 있었을텐데 왜 영화로 만들었을까 싶더라구요.
너의 색
사람의 색을 볼 수 있는 주인공 토츠코가 키미와 루이와 함께 밴드를 결성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입니다.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고 작화와 음악이 너무 제 취향이라 꽤 기대하고 있었는데, 제 생각보다 훨씬 슴슴하고 차분한 작품이더라구요. 별 다른 갈등이나 사건 없이 음악과 세 인물 사이의 관계에만 집중합니다. 음악을 만들며 각자의 감정에 보다 솔직해진다는 전개는 참 마음에 들었어요. 너의 색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요할 것 같던 소재들까지 그저 맥거핀처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색을 궁금해하는 토츠코, 자퇴한 키미, 이들이 다니는 학교 등등 '아 이제 이걸로 이야기가 진행되겠구나' 하고 예상을 했던 모든게 대사 하나로 마무리 되거나 별 다른 언급 없이 끝나버립니다. 잔잔하고 소소한 재미를 주는걸 원했다면 차라리 정말 세 인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줬거나 후반부에 서사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작화랑 ost가 너무 좋으니까... 차라리 다 마음에 안 들었으면 빨리 잊혀지기라도 할텐데 스토리 빼고 다 마음에 들어서 애증이 생깁니다. 정말 작화는... 제가 이제껏 본 일본 애니들 중에서는 거의 탑으로 꼽아도 될 만큼 색의 표현이나 소소한 디테일 하나까지 완벽했어요.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이 영화가...
혹시라도 관람을 계획 중이시면 블루 자이언트처럼 공연이 클라이맥스인 전개를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영화 자체가 공연이 하이라이트가 아닌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포커스를 둔 작품이라 블루 자이언트 기대하고 가시면 드르렁 쿨쿨... 하실 수도 있어요.
괜찮은 구석도 있다 보니 이걸 가지고 이렇게 밖에 못 만드나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