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헐리우드의 모습을 담은 내용과 마고 로비가 출연한다는 점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닮았는데 여기서 타란티노 감성과 이상주의를 빼고 배경을 1920~30년대로 옮기면 바빌론이 되는 셈이네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색이 들어가 있지만 그의 전작(라라랜드, 위플래시, 퍼스트 맨)들과 비교하면 대중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개봉전부터 로튼 토마토를 비롯한 해외평이 극단적으로 갈렸는데 러닝타임에 대한 얘기가 가장 많았고 러닝타임이 너무 길다는 것이 체감 되었습니다. 제가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느라 피곤에 쩔어 있어서 전반부 30분은 피곤과 힘든 씨름을 했는데 다행히 그 이후부턴 몰입해서 봤습니다. 전작들 만큼 재밌게 본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충분히 훌륭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국내에서도 호불호가 매우매우 심하게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바빌론(도시) 처럼 무성영화의 시대가 유성으로 넘어가고 계속 변화해온 할리우드의 영화인들, 특히 유성영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한 사람들의 씁쓸함이 잘 담겨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고 특히 마고 로비가 영화 전체를 캐리합니다. 빵발 형님은 이번작에서 턱시도를 입은 장면들도 많고 콧수염 때문인지 말론 브란도가 계속 보이네요... 직접 보시면 무슨 느낌인지 아실 거 같습니다. 영화의 제작총괄을 맡은 토비 맥과이어의 스크린 타임은 길진 않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네요. 얼마 전 노 웨이 홈에서 스파이더맨 역으로 반갑게 재등장 한 것을 본지 얼마 안되서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합니다.
영화의 음악은 이번에도 저스틴 허위츠가 맡았는데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재즈 음악의 부흥기라서 그런지 극 재즈광인들인 데이미언 셔젤과 저스틴 허위츠는 역시 이번에도 재즈음악들을 가득 넣어놨습니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 어떤 캐릭터가 자꾸 가래를 끄어어억 퉤! 하고 뱉어서 수리남의 박해수 형님이 생각나서 뿜을 뻔했네요.....
혹시 보러가시게 된다면 먹을 거 들고 가지 마세요... 런닝타임 때문도 있지만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후회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