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현재 이 영화들을 마블의 4대 스페이스 오페라 코미디 명작들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들 중 세편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영화들이 시종일관 분위기가 유쾌한 편입니다. 1편과 2편이 특히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고, 마지막에 주연급 캐릭터 한명이 각각 사망하게 되지만, 그루트의 경우는 그의 아들이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되고, 욘두의 경우는 라바저스들이 그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그들의 희생이 의미있는 행동이었음을 증명합니다. 3편은 이걸 뒤집어서 분위기가 어두위지고 수위도 높아진 대신 주연 캐릭터 전원이 생환하는 해피엔딩 서사를 성공적으로 선보이죠.
그런데 [토르: 라그나로크]는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가 한동안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막판에 가면 분위기가 상당히 어두워지죠. 심지어 이 시간 동안에는 개그의 비중도 순식간에 급추락합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영화들이 주기적으로 개그장면을 추가하여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지는 걸 방지한 것과는 대조적이죠.
엔딩 역시 차이가 큽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엔딩들이 마냥 슬픈 건 아니고 그래도 나름 감동적인 여운을 남길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는 아예 해피엔딩 서사까지 선보이기까지 하는데, [토르: 라그나로크]는 그런 거 없습니다. 오히려 아스가르드가 완전히 파괴되고 아스가르드인들도 상당히 소수만 살아남게 되었지요. 토르가 왕위에 오르긴 해도 사실상 난민신세가 된 걸 생각하면 이건 그야말로 뒷맛이 씁쓸한 엔딩이 따로 없습니다. 심지어 크레딧 장면들 중 하나는 아예 타노스의 함선이 나타나기까지 하면서 영화의 주제의식에다 정면으로 가래침을 뱉기까지 하고요.
[토르: 라그나로크]는 그런 면에서 이질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액션 코미디 영화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엔딩은 씁쓸한 뒷맛막에 남기지 않으니까요. 적어도 마블이 이런 시도를 한 건 나름 참신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