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SF 영화 <괴물>은 웰메이드 크리쳐물임과 동시에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악에 대한 경계심이 담겨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기생 어류와 숙주 설정 등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몇몇 의도했던 바는 이미 꽤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저는 제작진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보다는 주관적으로 받아들인 것을 토대로 왜 이 영화가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회자되는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 약자를 조명하다

 

  <괴물>에서 눈에 띄는 대립 구도는 크게 둘입니다. 먼저, 한강 괴물과 현서네 가족의 대치이고 두 번째는 아직 살아있을지 모르는 현서를 괴물로부터 구해야만 하는 가족과 그 과정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무능력한 공권력의 대결입니다. 플롯을 이끌어가는 현서네 가족은 두 가지 상황 속에서 절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그들이 상대를 따돌리고 제압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이는 풍자 요소로 작용하며 필시 이야기를 끝맺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결코 주인공 가족은 두 상대에 견줄 만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특히 공권력과 가족의 대립을 주목해 보면 약자에게 닥친 비극을 극복해나가야 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피해자 스스로임을 명확히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언론 등으로 표현되는 공권(재난 상황에서 언론은 국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공권으로 표기하겠습니다.)은 실질적으로 도움보다는 해가 됩니다. 작중에서 풍자한 그들의 무능은 실제로도 그러합니다. 사태 파악이 힘들어 대강 수습부터 하려고 잘못된 정보를 대중에게 뿌리기도 하고 피해자들을 더 궁지로 내몰기도 합니다. 선의로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지만 사전 예방이 아닌 사후 대처이기 때문에 이미 일어난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악의든 선의든 간에 다층적인 명령 계통의 폐해처럼 쉬이 해결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고 행정 집행자가 인간이기에 발생하는 필연적 한계이기 때문에 위험에 처한 개개인은, 특히 소시민은 공권의 구제를 받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약자의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어두운 현실을 조명한 것은 이 작품이 여전히 떠오르는 첫 번째 까닭입니다.

 

# 괴물의 중의: 강력한 오프닝 

 

  그런데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도 약자이지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돌연변이가 된 수중 생물 또한 피해자이자 약자라는 점입니다. 윤리적인 관점에서, 첫 번째 등장인물인 미군 장교 더글라스는 괴물을 만든 또 다른 괴물, 비윤리적 사고방식을 가진 악입니다. <괴물>이 보다 매력적인 것은 잘 꿰어진 첫 단추 덕입니다. 영화는 단지 대화 몇 마디 주고받는 오프닝 씬을 통해 괴물이라는 대상에 중의성을 부여하며 불멸의 블랙코미디로 거듭났습니다. 첫 장면이 빠졌더라면 단순히 시청각적으로 화려한 스릴러에 그쳤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백미는 오프닝에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살아있는 SF

 

  2022.03.05 강원도 옥계면, 누군가 산에 불을 붙입니다. 나무는 토치의 불꽃에 생명력을 잃어버리지만, 그 자신도 불덩이가 되어 번집니다. 비양심이 초래하는 결과는 영화와 삶에서 평행합니다. 사건의 희생자와 극복해야 하는 주체가 소시민이고 사회적 약자라는 점 또한 동일합니다. 무생물로 시선을 넓히면 1978년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는 소형차 핀토의 치명적 결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덮고 판매하는 편익이 크다는 이유로 리콜하지 않았고, 핀토는 괴물이 되어 희생자를 낳았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전례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있습니다. 

  비윤리가 부르는 재앙이 정확히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1995년에도, 2003년에도, 2022년에도 있었고 10년이 지나도 나타날 것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픽션은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일상의 위험을 성공적으로 그려냈습니다.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돌연변이의 생명은 유한하지만, 한강에 독극물을 붓는 악한 마음은 영원합니다. 결국 괴물은 스크린 안에서 죽었지만, 화면 밖에서 살아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했고, 맞이할 현실입니다.

: 괴물이 스크린 속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괴물>

개봉일. 2006.07.27

장르. 스릴러, 드라마, SF

감독. 봉준호

주연.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3.144.107.124

3.144.107.124


profile 금요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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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담다 2022.08.26 14:20
    좋아하는 영화인데 후기 잘 읽었습니다ㅎㅎ
  • @영화담다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금요시네마 2022.08.26 14:59
    감사합니다 ㅎㅎ
  • 까미 2022.08.26 15:27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데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ㅎㅎ맨 마지막 문장이 정말 인상깊네요 ㅎㅎ
  • @까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금요시네마 2022.08.26 15:40
    감사합니다~ 최근에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봤는데 거기서 나온 사이드미러가 생각나서 넣어봤어요 ㅎㅎ
  • Maetel 2022.08.27 00:36

    와 극장에서 봤는데 저는 뭘 본 거죠...? 복습해야 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Maetel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금요시네마 2022.08.27 06:13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저는 최근에 리뷰 써보고 싶어서 몇 번 돌려봤긴 합니다^^
  • profile
    성피랑 2022.08.29 01:11
    봉준호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 @성피랑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금요시네마 2022.08.29 09:01
    저도요 ㅎㅎ 괴물 살인의추억 두 개가 최애인데 괴물이 좀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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