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 2화 밖에 공개가 되지 않아서 전체 평가를 할 수는 없고 간단하게 의식의 흐름대로 제 생각을 적었습니다
일단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 감상을 시작하다보면 피터 잭슨이 감독한 <반지의 제왕>과 <호빗> 트릴로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긴 합니다. 어쨌든 피터 잭슨의 트릴로지는 일반 대중들에게 톨킨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강하게 각인시켰으니까요. 그리고 그 트릴로지에서 다뤄지는 시대와는 다르지만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에서 봤던 캐릭터가 등장해서 <힘의 반지>에 등장해서 어느 정도 익숙함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힘의 반지>는 피터 잭슨의 트릴로지와는 많이 차별점을 주려는 지점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두 작품에서 세계관을 표현하는 미술 디자인도 많이 느낌이 다르고, 또한 갈라드리엘과 엘론드는 아예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하죠.
큰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서사입니다. 피터 잭슨의 트릴로지는 아주 고전적인 모험담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웅장한 모험담을 미들어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친 듯한 느낌을 주죠. 그에 비해 <힘의 반지>는 모험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잘 없습니다. 물론 1, 2화까지는 미들어스 세계관에 닥쳐오는 운명의 전조를 그리는 데에 그치고 있지만 추측하건대 이야기의 방향은 모험을 목적지로 두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갈라드리엘의 여정은 복수극에 더 가까우며 호빗이나 인간에게 닥치는 위협은 미스터리나 호러 영화에 더 가깝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엘론드와 카잣둠의 난쟁이들의 이야기는 정치극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힘의 반지>는 미들어스라는 너무나 광활한 세계관에 걸맞게 다양한 종족의 인물들에게 각자의 서사를 부여합니다. 이 서사들이 점차 엮여지면서 미들어스가 거대한 운명을 맞이하여 어떤 장중한 서사를 만들게 될 지 다음 회차가 기대되는 대목인데요. 1, 2화까지의 느낌으로는 아직까지는 서사들의 연결이 느슨하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캐릭터 각자의 서사들이 그렇게 더 보고 싶은 구미를 당기게 하는가 싶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역시 이 시리즈물의 강력한 힘은 바로 자본이 아닌가 싶습니다. 1, 2화 내내 자본이 집약되어 있는 이미지들이 연속되다시피 하는데, 이러한 이미지들은 때때로 스펙터클하면서도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이야기에 불어넣습니다. 그게 미들어스 세계관이 가지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살리기도 하네요. 종종 과시적이지만 그게 매력인 대자본이 아닌가 합니다.
톨키니스트들은 어떤 불만을 표하는지 알고 있지는 않지만 평범한 시청자인 제 눈으로는 그냥저냥 볼 만한 정도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