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때 널 사랑한다고 말했었다면, 지금 뭔가 달라졌을까?
영화의 제목 호우시절의 의미는 때를 알고 좋은 내리는 비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정우성과 고원원의 관계는 호우시절이 가진 의미와는 정반대인 상황을 보여주죠. 중국으로 출장을 간 동하가 우연히 미국 유학에서 사귀었던 메이를 만나게 되면서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전애인 관계여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 줄 알았던 메이는 사실 남편이 있어서 동하와 사랑 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왜 영화의 제목이 <호우시절>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전혀 감이 안 잡혔어요. 생각을 계속하며 영화를 보다가, 영화가 끝나니 호우시절보다 이 영화와 알맞은 게 있을까 싶습니다. 메이가 결혼을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녀의 남편은 작년 지진 때문에 사망한 상황이었습니다. 전 여자 친구와 재결합은 정말 힘든 것이고, 사랑은 추억으로 남겨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었지만 멜로 영화임에도 꽤 놀라웠던 반전이 나온 후부터, 남편을 잃어 외로웠던 메이에게 딱 좋은 타이밍에 동하가 찾아왔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간 동하가 메이에게 자전거를 선물하고, 결말에는 일이 끝난 메이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하의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결국 메이는 떠난 남편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동하와 행복하게 만날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둘이 다시 만나는 것에서 이해가 안 되고,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유학을 갔을 때 사귀었던 동하와 메이가 왜 헤어졌는지 이유가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보통 전애인이였던 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피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에서는 둘이 사귀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친한 친구처럼 보였어요. 유튜브에서 전 애인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진지하게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고 엄청나게 많은 댓글을 봤는데, 이 영화는 그 댓글과 정반대여서 둘의 관계가 살짝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우성과 고원원의 훌륭한 연기 때문에 영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며 봤어요. 정우성의 로맨스 영화는 <호우시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멜로 연기가 너무 잘 어울립니다. 계속 말하지만, 정우성은 강하게 연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약한 연기를 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중국 배우 고원원의 연기도 좋았고, 특히 두 배우의 영어 연기가 어색하지 않아 놀랐습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고원원의 표정 연기가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고 동하의 품에 안기다가 갑자기 택시를 타고 가버리는 연기는 좋았지만, 그 상황 자체는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출국하는 동하를 데려다 줄 때 차에서 한 메이의 대사는 이해가 안 되는 정도가 아닌 어이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메이가 동하에게 결혼 했느냐고 물어보는 것 말이죠. 전날 밤까지 둘이 키스하고, 술 마시고 모든 것을 한 사이인데 이제 와서 결혼 했느냐고 물어보는 것은 어떤 생각으로 한 말인지 궁금했습니. 한국과 중국의 큰 차이점일 수도 있고, 그냥 영화 대본의 문제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한중영화여서 그런가 중국의 모습을 굉장히 많이 보여줍니다. 중간마다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장면들도 있어서 아쉬웠지만, 한중영화여서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았습니다.
<호우시절> 역시 괜찮은 멜로 영화라도 생각하지만, 허진호 감독의 전작들보다는 아쉬운 영화인 것 같습니다. 워낙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대단한 작품이기에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이 끝난 메이를 가만히 맴돌며 기다리는 정우성의 모습은 <삼시세끼>에서 염정아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라디오를 틀고 이문세의 <시를 위한 시>를 부르는 정우성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너무 멋있고, 영화 내내 검은색 양복을 입어서 눈 호강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정우성 배우 깐머가 시선을 사로잡네요 잘생김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