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프랑스에서 개봉한 <고질라 마이너스 원>을 4DX로 보고 왔습니다
1954년에 나온 <고질라>를 보진 못했는데 그 작품의 시놉시스를 읽어보면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오리지널을 추구하는 게 보이더라구요. 원작의 본질에 충실하려고 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그와 연관해서 리뷰를 남겨보겠습니다. 스포는 없습니다
'고질라'의 본질은 공포 또는 트라우마입니다. 문화심리학적으로 '고질라'는 전후 일본인들이 가진 핵에 대한 공포로 해석된다죠. 비교적 최근 작품 중에서 사회적인 느낌이 강한 <신 고질라>는 고질라에 대해서 3.11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트라우마로 접근했습니다. 할리우드 고질라 영화가 계속 실패하는 지점도 이와 연관되어 있는데 왜냐면 할리우드는 그런 공포와 트라우마의 동시대성을 공유하고 있지 않거든요.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취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고질라는 전쟁의 공포를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영화는 고질라 자체보다는 인간의 드라마에 좀더 자연스럽게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한 관객의 입장으로서 인간들의 드라마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고질라를 마주할 때의 긴장감은 어마어마합니다. 이는 고질라가 단순히 거대한 사이즈와 압도적 파괴력을 과시해서가 아니라 고질라가 무력한 개인의 입장에서 코스믹 호러적인 존재로 영화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고질라가 도시를 부술 때의 박력만큼은 정말 굉장한데 그 무지막지한 파괴력 앞에서 무력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게 왜 뛰어나다고 느껴지냐면 '몬스터버스'의 있으나 마나한 인간들 파트와 비교해보시면...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개인이 가진 전쟁의 트라우마와 후유증을 보여주면서 군국주의 비판과 반전주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가라는 존재는 이 영화에서 전면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고질라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주며 강하게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를 위한 전쟁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영화가 짚어주는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 대한 성찰은 후반부로 가면 많이 옅여지는 쪽입니다. 옅어지고 더 나아가서 얄팍해진다는 쪽에 가까워요
이 영화의 단점은 후반부 40분입니다. 제가 위에 언급했던 장점들은 후반부가 되면 거의 느끼기 어렵습니다. 인간들의 드라마가 점점 신파로 흐르게 되면서 영화에서 관성적인 작법이 연쇄됩니다. 프로파간다는 아닌데 프로파간다 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감정을 호소하는데 그게 억지스러워 보이긴 합니다. 영화 전중반부에도 관성적인 작법이 없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눈감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후반부는 메시지를 전달하느라 이야기가 많이 앙상해졌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시대에 대한 성찰은 얄팍해지면서 저절로 (한국인으로서) 의도가 의심스러운 장면도 나옵니다. 아무리 반군국주의와 반전주의를 대놓고 내세운다고해도, 인물들의 드라마로 덮어버린다고 해도 "'이 장면'을 이렇게 다루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만약 한국에서 이 영화가 개봉한다면 이 영화의 후반부는 아마 한국 관객으로부터 진의를 의심받을 법한 부분일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메시지가 개인적으로 와닿지 않았던 것도 있었습니다.
장단점이 분명한데 그래도 4DX로 보니 긴장감 있게 봤습니다.
고질라가 나타나고 뭘 부술 때마다 의자가 격렬하게 흔들려서 의자 손잡이를 저절로 꽉 잡게 되더라구요
방사열선(?)을 쏠 때 의자에서 뜨거운 공기가 나오는 건 인상적이었네요 ㅎ
한줄로 거칠게 정리하자면...
'할리우드 고질라가 아무리 날뛰어도 취할 수 없는 지점까지 올라갔다가 딱 영화 중반부터 미끄러져 내려온다.'
별점은 5개 만점에 ★★★
간단히 짧게 리뷰를 남긴다 생각했는데 다 쓰고 보니 리뷰가 간단하게 짧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