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로 유명한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가 쓴 글입니다
-처음에 내가 쓴 시나리오는 260쪽이었다. 영화로 여섯 시간 분량이었다. 클레이튼이 내게 말했다. “음, 이제 40쪽을 잘라내면 되겠소.” 내가 “맙소사, 난 못해요”라고 하자, 그는 “해봐요. 당신이 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내가 뒤에 있을 거요”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40쪽을 잘라냈다. “좋소. 이제 40쪽을 더 잘라내봅시다.” 나는 다시 시나리오를 180쪽으로 줄였다. 그러자 클레이튼이 말했다. “30쪽 더.” 내가 소리쳤다.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하다고요!” 그러곤 시나리오를 150쪽으로 줄였다. 클레이튼이 다시 말했다. “30쪽 더.” 클레이튼은 계속해서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세상에, 마지막 수정을 마치자 결국 시나리오는 120쪽으로 줄었다. 그게 더 나았다.
-그냥 그날그날 옆에 앉아서 “이 대사를 여섯 줄 대신 두 줄로 표현하는 방법 없을까요?”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그는 뭔가를 좀 더 짧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보라며 나를 도전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 길을 찾았다. 그런 간접적인 제안과 그가 나를 심리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
모두 다 잘라낸다. 중요한 건 압축이다. 사실 자른다기보다 은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시에 관한 지식이 꽤 도움이 되었다. 위대한 시와 위대한 시나리오 사이에는 관계가 있는데, 둘 다 압축된 이미지를 다룬다는 점이다. 올바른 은유, 올바른 이미지를 찾아서 장면 속에 넣을 수만 있다면 대사 네 쪽을 대체할 수 있다.
-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하드보일드 소설로 유명한 레이먼드 챈들러가 이 점을 지적했지요
글로 볼 때는 그 이상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간결할 수가 없는데도, 도무지 연기하기가 쉽지 않아요. 배우 두어 명을 데려와 책 속에 나오는 장면을 바로 연기하게 해 봤는데, 느낌이 너무 와 닿지 않아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제야 당신이 쓴 대사는 부분적으로만 정상적이고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나머지는 종이 위에서만 효과가 있어요. 말이 불규칙하게 덩어리져서 빠르게 움직이니 눈으로 볼 때 일종의 폭발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겁니다. 눈으로 읽을 때는 개별적인 대사나 대화 단위가 아니라 글을 덩어리로 읽잖습니까? 그걸 화면으로 옮기자니 이런 효과가 전부 사라지고 표현의 본질적인 유약함만이 예리함을 상실한 채 나타나는 거죠. 영화 관계자들이 말하기를 그게 촬영용 대화와 문학적 대화의 차이라고 하더군요. 화면에 나오려면 모든 게 날카롭고 날이 서 있고, 가능한 축약되어야 합니다.
-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소설 쓰기와 시나리오 쓰기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