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55660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제 블로그 글을 퍼온 것임을 밝힙니다.

 

심심해서 시간을 보내다 저의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조커를 오랜만에 한 번 더 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감명 깊었던 영화지만 다시 보아도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는데 생각난 김에 제가 주목한 포인트들을 위주로 간단한 리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 감정이입에의 빌드업

  영화는 고담 시의 더럽고 참혹한 환경, 정부의 무능함을 드러내며 음울한 분위기로 막을 엽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거울을 보며 광대 분장을 하는 아서 플렉의 모습과 참담한 현실을 뒤로하고 억지웃음을 지어보려 손으로 입꼬리를 올리지만 웃지 못하는 얼굴, 흘러내리는 땀은 오히려 슬픔을 가중시킵니다.

  조커가 되기 전 아서 플렉이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짧았지만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는 몇 가지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며 금세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광대 분장을 하고 거리에서 광고를 하다 비행청소년 무리에 집단 구타를 당하고 뻗은 그의 모습, 사정도 모르고 걱정은커녕 광고판을 훼손시켰다며 추궁하는 광대 업체 사장과의 논쟁, 코미디언이 되길 원하는 아들에게 격려가 아닌 "넌 재미없으니 불가능하다."라는 투의 말을 던지는 그의 어머니와의 대화 등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장면들의 연속이지만 칙칙한 음악과 호아킨의 메소드 연기가 영화 속 아서 플렉의 감정에 어느새 빠져들게 만듭니다.

# 음산한 음악에서 경쾌한 춤으로

  아서 플렉은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잠깐의 혼란을 느끼다 춤을 추며 순간 자유로운 영혼을 만끽합니다. 인생 스탠스의 변화 조짐을 보이는 아서에게 찾아온 소식은 비극적입니다. 모시고 살던 어머니가 사실은 자신을 병에 시달리게 한 주범이며 학대를 방관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마 불행했던 그의 일평생 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아서는 어머니를 살해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비극적인 코미디언 아서 플렉에서 빌런 조커로의 변모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씬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침내 그는 광대 '소품'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카락까지 직접 물들임으로써 비로소 '조커' 그 자체로 거듭납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얼굴에 띤 환한 미소와 화려한 춤은 현실에서의 해방감을 경쾌하게 묘사합니다.​

 

# 그러나 점점 멀어지는

  호아킨 피닉스의 훌륭한 연기는 분명 조커라는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게 했지만, 그의 계속되는 불쾌한 행동들과 망상을 폭로하는 장면들은 작품에 몰입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에 대한 동정심을 잃고 악당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또 한편의 시각에서는 조커가 극 중 내내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모방 범죄의 위험을 일으키고 찝찝한 감정을 남긴다고 보기도 하지만, 저는 위에 언급한 요소들로 인해서 일반적인 빌런 영화로서의 목적 또한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망상은 과연 어디까지?

  <조커>에서 마지막 포인트이자 가장 좋았던 점은 정신적 망상을 흥미롭게 다뤘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과거의 사실, 현재의 사실인 것만 같던 장면들이 알고 보니 고도의 정신질환자 아서 플렉의 환상 속 이야기에 불과했다는 점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때문에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답할 수 없는 의문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영화 속 망상이 전부가 아니라 아서가 살인을 저지르고 조커가 되어 거리를 활보하는 모든 것이 단지 그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의문. 비록 토드 필립스 감독의 확실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모든 것이 그저 환영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최근 모 사이트의 일도 생각나고 그래서 극 중 가장 강렬했던 대사로 리뷰를 마무리합니다.

 

"I used to think that my life was a tragedy... but now I realize, it's a fucking comedy."

 


 

<JOKER>

개봉일. 2019.10.02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감독 토드 필립스

주연 호아킨 피닉스


profile 금요시네마

영화 리뷰

# compact

 

R # 1. 조커

https://muko.kr/movietalk/55660

R # 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https://muko.kr/movietalk/177219

R # 3. 데어 윌 비 블러드

https://muko.kr/movietalk/220215

R # 4. 괴물

https://muko.kr/movietalk/256667

/////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profile
    가끔 2022.08.16 15:38
    리뷰 잘 봤습니다!
  • @가끔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금요시네마 2022.08.16 15:4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인생유전 2022.08.16 15:43
    정성스런 감상글 잘 읽었습니다.(--)(__)저 개인적으로는 불편했던 점들도 없잖아 있었습니만 완성도에 있어서는 정말 이론의 여지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압도적인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워낙 깔끔하게 정리해 써주셔서 이 영화를 감동 깊게 보신 분들이나, 저처럼 한 발자국 쯤 떨어져서 평가하고픈 사람 모두에게 공감이 갈 수 있는 평이 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인생유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금요시네마 2022.08.16 15:50
    감사합니다!
    생각을 갖고(?) 본 영화 중에 제일 인상깊은 작품 중 하나라 정성을 들여 적어봤는데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 profile


    조커(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사회적 빌런이라 할 수도 있겠죠ㅎㅎ)의 행적에 대해서 적극적인 옹호가 아니라, 말씀대로 조금의 연민에 그치도록 했다는 점에서 매우 좋았습니다!

    와킨이형 명연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잘 봤습니다!🤡

  • @조커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금요시네마 2022.08.16 17:16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ㅎㅎ
    조커는 정말 블랙코미디와 빌런 무비의 환상적인 조화였습니다!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385658 94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38] file Bob 2022.09.18 393886 135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724872 202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3] admin 2022.08.17 473367 148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4] admin 2022.08.16 1108428 141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356554 169
더보기
칼럼 [Tech In Cinema] 때로는 영상을 더럽히는게 정답이다 [9] file Supbro 2023.06.08 2819 33
칼럼 <프레이> 리뷰 - 온전하게 계승된 사냥의 정신(feat. <프레데터(1987)>) (스포일러) [2] file 아스탄 2022.08.26 1281 3
현황판 <CGV 아트하우스> 상시 굿즈 소진 현황판 [300]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3.01.14 191007 130
현황판 인사이드 아웃2 굿즈 소진 현황판 [26]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5.22 19529 28
불판 7월 1일(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20] update 무코할결심 2024.06.28 6841 57
불판 Bifan2024 일반예매 불판 [11] 너의영화는 2024.06.27 4564 8
후기/리뷰 [호,약스포] 마거리트의 정리 [2] newfile
image
01:59 133 1
후기/리뷰 <쉰들러 리스트> 간단 후기 [1] newfile
image
01:47 188 4
후기/리뷰 오랜만에 본 쉰들러 리스트 후기 [2] newfile
image
00:57 315 6
후기/리뷰 (1일1영화는 실패한) 6월 한 달 영화 결산 [6] newfile
image
00:49 309 5
후기/리뷰 <핸섬 가이즈> 약빨고 만든 오컬트 영화 [1] newfile
image
23:39 401 5
후기/리뷰 피아니스트 명작 of 명작이군요 [2] new
22:02 393 2
어머님의 핸섬가이즈 간단 평 [1] new
21:40 1161 17
후기/리뷰 [핸썸가이즈] 이것도 홍보의 실패인가...(약스포) new
21:27 776 2
후기/리뷰 <핸섬가이즈> 늦은 간략 후기 new
20:55 281 1
후기/리뷰 천만 혹은 백만관객의 24년 상반기 (상반기 박스오피스 리뷰) [3] newfile
image
20:04 377 4
핸섬가이즈 강스포 후기) MZ한 영화, 하지만 이건 좋은 MZ영화다 [4] new
19:50 750 13
후기/리뷰 핸섬가이즈 재밌네요!! [2] newfile
image
18:25 565 9
후기/리뷰 나눔인증 [1] newfile
image
17:21 247 1
후기/리뷰 핸섬가이즈 짧은 호후기 [3] update
15:38 507 4
후기/리뷰 [다섯 번째 방]을 보고(약스포) file
image
11:37 145 0
쏘핫 무코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28] file
image
2024.06.30 3828 45
후기/리뷰 프렌치 수프 보고 볼 때는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스포)
2024.06.30 616 9
후기/리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2024 상반기 영화 Best10 [3] update
2024.06.29 568 4
후기/리뷰 <콰플: 첫째 날> 전작들을 답습한 밋밋한 영화 (약 스포) [9] updatefile
image
2024.06.29 486 5
후기/리뷰 <태풍클럽> 호 후기 [4] file
image
2024.06.29 700 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