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랄까요.
좀 세게 말해 각본을 쓴 진한새 작가가 거품이 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뎃생 연습을 안 하고 피카소처럼 그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특이한 소재에 생소한 질감을 넣어 느낌 가는 대로 써내려갔는데 관객의 흥미를 꾸준히 붙잡는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탄탄하지 못해 보입니다.
단적으로 이 이야기는 '한 여자가 외계인에게 잡혀간 남자친구를 찾아나선다' 라는 로그라인을 가지고 있는데 '찾아나선다' 부분 부터 이야기가 크게 삐걱거립니다.
이게 치명적입니다.
남친이 없어졌다 까진 (썩 좋진 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지효가 발벗고 남친을 찾아나서지를 않고 갑자기 '자아탐색'을 하며 과거로 과거로 추억여행에 빠집니다. 그렇게 되면서 동시간대에 사건은 진행이 안 되고 그나마 발동이 걸릴랑말랑 하던 엔진에 푸슈슉 꺼지며 전체 이야기의 동력이 사라집니다.
결정적으로 지효가 시국이를 별로 안 좋아했으니 찾아도 그만 안 찾아도 그만 궁금하질 않습니다. 정반대의 경우 <테이큰>이 있겠죠. 우리도 시국이가 안 궁금하고 우리보다 지효는 더 안 궁금하고ㅠ 그러니 남친 까먹고 보라랑 좋았던 옛시절 추억하고 있겠죠.
워맨스도 좋고 여주의 자아찾기도 좋습니다.
근데 그거 좀 재밌게 했음 좋겠네요. 첨부터 시국이 팔지나 말던가요. 전혀 남친 찾는 얘기가 아닌걸요.
급 <델마와 루이스>가 보고 싶은 날입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