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가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볼 생각이 없었는데 (명랑, 발랄, 순진무구 안좋아함)

촬영감독님과 씨네토크가 있다고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ㅎㅎ

 

개인적인 별점은 8/10

안보신 분들을 위해 짧게 얘기하자면 꼭 열린 마음으로 영화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 

 

솔직히 쉽지는 않은 영화인 건 맞고

편하게 앉아 적당한 카타르시스와 깨우침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 불편할만큼 질문하는 영화였어요 

 

주 관객인 어른들이 봤을때 기대하는 그런 아이는 나오지 않고,

어른들이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아주고 따뜻함을 일깨워주는 그런 도구로서의 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외면해왔고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는 그런 아이에 가까워요 

저런 사람을 일상에서 마주했을때 어떤 행동을 해왔나 돌이켜보면

대부분이 그렇듯 이상해, 문제있어, 이해할래야 이해 할 수가 없어 이런 반응일거에요

 

단순히 잘만들었다, 상받은 영화 등등 그런 평가하는 시선에서 내려와서

낮은 곳에 있는 것들을 돌아보게 되는.. 반성하는 느낌이 컸어요. 

 

영상은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 느낌이었고   

괴물같은 예쁘고 화려한(?) 영상미를 생각했는데 많이 달라요 

확실히 촬영감독님께 영상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ㅎㅎ 

 

 

아래는 긴 리뷰(?) 겸 제가 해석한 내용 입니다!

해석이라기 보다 제가 이해한 것을 정리해봤습니다 

좀 두서없습니다ㅠㅠ

쭉 스포입니다ㅎㅎ 

 

크게 촬영부분과 내용 부분 나눠서 썼으니 

내용적으로 궁금하신 분들은 스크롤 쭉 내려서 보시면 됩니당!

 

 

 

<촬영부분>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낯선 앵글이었어요. 

롱샷과 무심하게 바닥에 놓인 카메라가 기억에 남았고

사실 거슬리기도 했는데 

왜 이렇게 숨기지 않고 다 보여주는지, 심도가 왜 이렇게 깊은지,

날 것 그대로 같았고 심심하다 싶었거든요 그 의도가 궁금했어요.. 

 

화장실에서 괴롭힘 당하는 장면에서는 아이들의 다리만 보였는데

마치 화장실 칸 아래로 훔쳐보는 듯  

학폭 당하는 주인공을 확대해서 보여주지도 않고,

때리는 아이들의 못됨을 강조하지도 않고 그 모든 아이들을 함께 놓고 보여주더라구요

그래서 방관자가 된 느낌에 불편한 감정이 들었어요

그게 의도했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ㅎㅎ 

다른 리뷰에서는 초현실적인..? 그런 내용을 봤는데 전 오히려 지독히 현실적인 느낌이었어요  

 

아이가 나오는 영화라면 당연히 아이는 예쁘고 뽀얗고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들을 끌어당기고, 쉽게 공감할 수 있게, 친절하게 말을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렇게 풀샷과 롱테이크를 많이 쓸 줄 몰랐거든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에 하나는,

좋아하는 아이에게 쿠키를 주는 장면을

하천 건너편에서 인물을 콩알만하게 찍은 그 장면인데

 

그런 중요한 장면이라면 보통 쿠키를 건네는 손, 두근두근 표정, 예쁜 분위기를 한껏 담을 것 같은데 

아무 개입 없이 롱테이크로 쭈욱 서있는 모습에서 참 다르다.. 싶었고

그저 아주 멀리서 두 아이를 포함한 넓은 세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느낌이라 제일 기억에 남더라구요

 

아미코가 주인공인데에 비해

세상은 너무 불친절하고, 거대하고 복잡하다는 게 

앵글로서 확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미코는 넓은 화면 속에 일부분으로 포함되어 있었고,

구불구불한 길, 양 방향으로 늘어진 길, 수직으로 기다란 계단, 나무들 속 한 귀퉁이에 있더라구요 

 

학교에서도 아미코가 있는 복도 뿐 아니라

시선이 닿지 않는 저 위층에도 아이들이 있고

하천에도 아미코 반대쪽으로 다른 아이들이 똑같이 내려가고 있는 그런 모든게 

아주 혼돈스러우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세계는 늘 연결되어있고 관계되어 있다, 

동시에 일정하지 않은 불규칙한 세상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더라구요 

 

 

 

 

<내용부분>

 

아미코는 그 나이대에 맞게 정신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걸 넘어선 약간의 자폐가 있는 아이 같았어요 

소통할 줄 모르고, 사회적인 언어도 모르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을 줄도 모르고 전혀 정제되지 않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그런 존재였죠

 

다들 이해되지 않기에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런 세상에서 점점 외톨이가 되었고, 

가족들조차 도와주는 대신 외면했고 방치했죠

또래 아이들과 좀 다르다는 것조차 나몰라라했던 것 같아요

그냥 대충 적당히 받아주고 그러면서 넘기는.. 

 

아미코가 짝사랑한 노리는 대놓고 네가 싫은데 잘해주라고 해서

억지로 집에 같이 가주는 거라고 팩폭하고 

급기야 좋아한다는 말에 구타하기까지 하는데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상황임에도 아미코의 유별남 덕분인지 완전 절망하지는 않더라구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데도 끊임없이 소통을 원하고 불러대는게

그게 한편으로는 자폐적인 특징이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 아미코의 동력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너무 충격받은 나머지

바닷가 멀리 유령들이 손짓하는 그곳으로 따라가는 거 아닌가 했지만

꿋꿋하게 차가운 파도를 맞으면서 유령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게 참 슬프더라구요ㅠ

사람들도 아닌 유령이 제일 따뜻하고 환영해주는 것 같고..

 

사실 아미코는 그저 이상한 애가 아니라 제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유별난 부분을 갖고 있어도, 

아미코처럼 말로 표현하고 행동하지 않을 뿐 잠재되어 있는 독특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자라면서 언어를 배우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거세된 거라고 하는데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어릴때 했던 생각들은 더이상 아무 가치없고 미숙한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성인은 원래부터 성인이었던 것 처럼 말이죠

저도 애들은 왜 그럴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남동생의 무덤을 만든 것처럼 좋은 이유로 한 행동도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되고 오해되기 일쑤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다듬어지고 성숙해지는 동시에 숨기고 꾸미기 바빠지는 것 같아요 

 

 

아미코는 처음부터 엄마의 점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오빠는 그렇게 다른 사람을 뚫어져라 보면 안된다고 알려주는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두가지가 생각났는데 하나는 다른 사람의 결점이나 숨기고 싶은 점,

그런 겉모습 말고 그 사람 자체를 보라는 것 같기도 했고

 

동시에 각자에겐 발설되고 싶지 않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다는 뜻 같았어요

그러니 절대 들추거나 응시하지 말고 모른척 해야한다는.. 

하지만 그런 사회적인 약속을 모르는 아미코는 노골적일만큼 무해하게 바라보았고, 

 

막바지에 아미코에게도 변화가 일어나는 듯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아빠가 자기를 할머니집에 두고 떠날 때도 이유를 묻지 않더라구요

 

아빠가 이제 가야한다고 할때 그 전의 천진난만함은 사라지고

더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떠나는 아빠를 바라보는게

많은 변화가 생겼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살면서 마주할 일 없는 한 유별난 아이의 성장스토리가 아니라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현실에 닿아 있는 얘기 같았어요 

 

그런 사람을 향해 나도 손가락질한다거나 쟤는 좀 따돌림당할 것 같다거나

그렇게 내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섬찟했고 

 

자라면서 구르고 깨지면서 사회화 되지만,

언젠가는 이해받지 못해서 외롭고 혼자인 순간이 많았던 그런 때가 떠올랐어요

 

내 진심은 오롯이 전달되지 못하고 공중에 먼지처럼 흩어지기도 하고

까딱하면 이상한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이 세상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

어릴때의 순수한 마음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무시한 채 말이죠 

 

그래도 아미코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이 있었죠

마지막에 나온 아저씨, 계단에서 만난 아주머니, 아미코에 관심이 있었던 밤톨머리 친구, 양호선생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친절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살면서 고통스럽고 이해받지 못하고 혼자인 것 같은 순간에도

눈을 돌려보면 언젠가는 좋은 사람이 존재했다 그런 얘기도 하는 것 같았어요

사실 그런 순간들을 아미코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자꾸 되새길수록 눈물이 나는 영화였고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하게 되는 것 같네요ㅎㅎ

 

긴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춥다아

예술영화관 좋아합니다 

켄로치, 에드워드양, 구스반산트, 오종 영화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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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MJMJ 2024.03.04 01:46
    잘 읽었습니다 이건 여기는 아미코
    배급사 슈아픽쳐스로
    보내야될 정도의 굿리뷰네요 :)
  • @MJMJ님에게 보내는 답글
    춥다아 2024.03.04 02:09
    오ㅠㅠ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lizzy 2024.03.04 02:09
    제목에 노스포 표기하셨는데 스포 많은것 같아요...ㅎㅎㅎ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lizzy님에게 보내는 답글
    춥다아 2024.03.04 02:11
    앗 그런가요ㅠㅠ 제목 수정했습니다ㅎㅎ
  • 투수파파 2024.03.04 08:19
    잘 작성하셨네요~ 저도 보고나서 생각과 반성을 하게 만든 영화였어요
  • profile
    칠리리만고 2024.03.04 08:43
    와~상세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美味 2024.03.04 21:19
    오 저는마냥 불호였는데 이글읽고 새롭게 보이네요. 잘읽었습니다^^
  • 알폰소쿠아론 2024.03.09 01:09
    오늘 보고 뒤늦게 댓글 다네요. 정성스런 후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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