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글레이저는 영국 감독으로 아슈케나즈 유대인의 후예다. 그는 제96 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본인이 감독한 작품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소감으로 이스라엘-가자 전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홀로코스트라는 참혹한 범죄의 와중에 수용소 사령관 루돌프 회스 부부가 그 옆에서 어떤 삶을 꾸리고 있는지를 그리는 영화다. 글레이저는 이 영화가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라 당시 홀로코스트의 희생자였던 유대인이 만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으로 인해 생긴 갈등으로 또 다른 비인간화가 저질러지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라고 이스라엘-가자 전쟁에 대해 비판했다. 이는 유대인 사회 및 보수 진영에서 엄청난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조나단 글레이저의 소감문을 살펴보고 이후의 반응들을 살펴보자.

"정말 감사합니다. 소감문을 읽을게요. 제게 이런 영예를 안겨주신 아카데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파트너인 A24. 필름4, 억세스, 폴란드 필름 인스티튜트, 저희를 신뢰해주시고 이끌어주신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주 박물관, 제 프로듀서들, 배우들, 협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저희의 모든 선택은 현재의 문제를 반영하고, 저희를 현재의 문제와 직면하기 위해 내린 겁니다. "그들이 그때 무슨 짓을 했는지 봐"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봐"입니다. 저희 영화는 비인간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최악의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것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형성했습니다. 지금 저희는 유대인성이 [이스라엘의] 점령을 통해 홀로코스트로 전유되고(hijacked) 있는 것에 대해 반박하는 하는 인간으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는 너무나 많은 무고한 사람을 휘말리게 한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희생자들이 10월... [박수] 10월 7일 이스라엘의 희생자들이든, 가자에 대해 계속되는 공격에 의한 희생자든 모두 이 비인간화의 희생자들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저항해야 할까요? [박수] 이 영화에서 빛났던 알렉산드라 비스트론-코워지에이치크는 실제 현실에서도 저항하기를 선택했습니다. 이 영광을 그녀에 대한 기억과 그녀의 저항에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먼저 홀로코스트 생존자 협회 회장 데이비드 셱터는 다음과 같은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당신은 홀로코스트 영화를 만들어 오스카상을 탔다. 그리고 당신은 유대인이다. 잘된 일이다. 하지만 당신이 순전 유대인 정체성 때문에 살해당한 150만 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6백만 명의 유대인 인구를 대변한다는 듯 말한 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유대인 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의 창설과, 존재, 생존이 '점령'과 동일하다면, 당신은 분명 당신의 영화로부터 배운 게 아무것도 없는 거다."

 

오스카 수상 홀로코스트 다큐멘터리 <롱웨이 홈>의 감독 리처드 트랭크는 헐리우드 리포터 기고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가지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건 전 세계의 유대인들이 오스카 수상자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 말에 분노하고, 역겨워하고 있단 거다. 나도 거기에 동의하며, 우리가 무언가에 저항하거나 반박해야 한다면 그건 조나단 글레이저가 낸 성명 같은 것들에 대해서다."

3월 18일에는 450명이 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유대인 창작자들(데브라 메싱, 제니퍼 제이슨 리, 에이미 파스칼, 에이미 셔먼-팔라디노, 엘리 로스, 셰리 랜싱, 조엘 필즈, 조 와이스버그 등)이 글레이저의 연설을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우리는 유대인성이 인종 절멸을 꾀했던 나치 체제와 자신의 절멸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이스라엘을 도덕적으로 동일시하는 식으로 유대인성을 전유하는 것에 대해 반박한다."

“이스라엘은 시민들은 노리지 않았다. 하마스만 노리고 있다. 하마스가 인질과 항복자들을 석방하는 즉시 이 가슴 아픈 전쟁은 끝날 거다."

“(글레이저의 발언은) 전 세계, 미국,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커지는 반유대인 증오를 부추기는 오늘날의 부당한 비방에 신뢰를 더해주고 있다."

아직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출연한 배우 누구도 발언하지 않았다. 영화의 프로듀서 중 하나인 이스라엘 지지자 렌 블라바트니크의 대변인은 "블라바트니크는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와 영화가 받은 찬사에 극도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의 오래된 이스라엘을 향한 지지는 확고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유대계로부터 글레이저가 비난만 받은 건 아니다. 일부 유대인들은 글레이저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외할머니가 유대인인 영화 감독 부츠 라일리는 "조나단 글레이저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는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화가 오늘날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라고 트윗을 올렸다.

역시 유대인인 인디 와이어의 영화 평론가 데이비드 얼리히는 "성명서에 동참하지 않은 90만 명의 유대인 (엔터테인먼트) 창작자들, 간부들, 헐리우드인들에게 샤라웃을 보낸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에 협조했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박물관의 관장 표트르 M.A 치빈스키 박사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오스카상 수락 연설에서 조나단 글레이저는 비인간화에 대한 보편적인 도덕적 경고를 발표했다. 그의 목적은 정치 담론의 수준으로 내려가자는 게 아니었다.

분명한 정치적 입장이나 오직 집단 학살에 관한 영화만을 기대했던 비판자들의 그의 메시지의 깊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쇼아(홀로코스트)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이는 주로 인간성과 그 본성에 대한 심원한 경고다."

 

<빅식>과 <카우보이의 노래> 출연자이자 배우 겸 감독 폴 다노의 아내인 영화 배우 조이 카잔은 비유대인 영화인으로서 글레이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본 사람이 글레이저가 오스카에서 한 말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이 영화는 엄격하게 관객들이 감정이나, 자축으로 도망갈 수 없이 거울을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해보도록 의도됐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자기 작업에 대한 상을 수락하면서 우리에게 똑같은 걸 물었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이 연설이 정치적 입장으로 간주된다는 것조차도 나를 너무나 슬프게 만든다."

 

https://blog.naver.com/mittlivsom/223390039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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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lamourfou 2024.03.20 23:08
    이스라엘이 시민들을 노리진 않았다는 건 헛소리고..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지만) 영화가 주는 질문과 메시지의 영향이 그리 오래 가진 않거나 크게 작동하진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거 같아요. 메시지와 질문에 크게 감명받지만 그게 자신에게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치 않고..
  • @lamourfou님에게 보내는 답글
    Cyril 2024.03.20 23:13
    기생충을 1000만 명 넘게 봤지만 많은 이들이 지금도 아파트로 나누고, 대학으로 나누고 끊임 없이 차별할 거리를 찾고 있기도 하죠ㅎㅎ
  • movin 2024.03.21 05:33

    누가 봐도 학살이죠.
    나치에게 당한 걸 팔레스테인에 반복하는 꼴입니다.
    애초에 나라가 만들어진 것 부터가 문제입니다만...

  • ㅇㅇㅅㄹ 2024.03.21 06:21
    얼마나 갈등의 골이 깊어졌으면 저렇게까지 자기 비판이 안 될까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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