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 이벤트로 픽처하우스 유태오 기획전 보고 온 후기입니다

 

(스포가 있으므로 주의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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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61PQvtH4LmQ

 

낯설게 하기: 이건 없던 일임

 

처음에는 빅토르 초이의 전기 영화라고 생각했다. 어렴풋이 검색해보니 그런 식의 이야기가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한국 언론에서 비교적 알리기 쉬운 방식이기에 그렇게 알린 게 아닌가 싶다.

일단 빅토르 초이 개인에 대한 영화부터가 아니고, 철저히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한 전기 영화도 아니다. 현실에 기초한 픽션 영화다. 그걸 숨기지도 않는다. 아예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Verfremdung)'를 곳곳에 배치해 이게 사실이 아니라 픽션임을 끊임없이 알린다. 감정 이입해서 극을 보면 비판의식이 사라지기 때문에 낯설게 보라는 거다. 무엇을 낯설게 보라는 걸까. 소련, 현 러시아의 상황을 낯설게 보라는 의도로 보인다.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는 <레토>를 작업하던 중 뇌물죄로 구속됐다. 진짜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기보단 러시아 국가 체제를 끊임없이 비판하는 세레브렌니코프를 정치적 이유로 구속한 것이다.

<레토>는 전면적인 정치 영화는 아니지만 정치적 비판 의도를 철저히 배경에 깔아놓고 있다. 록 콘서트장에서 관객은 플래카드조차 들 수 없다. 콘서트장은 국가의 통제를 받으며, 운영자들은 록음악이 부랑자의 음악이 아니라 건전한 음악임을 당국에 인정받고자 한다. 기차에서는 노인이 서양 음악을 한다고 빅토르 일행을 나무라고, 경찰은 빅토르 일행 중 하나를 연행한다.

이때 빅토르 일행이 저항하며 한바탕 난동이 벌어진다. 배경 음악으로는 토킹 헤즈의 '사이코 킬러' 커버곡이 깔린다. 난리법석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현실과 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의주의자'란 인물이 "이건 없던 일임"이라고 하고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런 식으로 세레브렌니코프는 '낯설게 하기' 효과를 넣어 관객들을 생각하게 한다. 주로 러시아 관객들에게는 당시의 시대 상황과 비추어 오늘날 점차 자유민주주의와 멀어지는 러시아 정치 상황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삼각 관계 속에서 그려지는 권력 교체

영화는 러시아 록신의 거물 마이크와 그의 아내 나타샤, 록커 지망생 빅토르 사이의 삼각관계 속에서 빅토르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마이크는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 빅토르를 이끌어준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을 위협하는 빅토르를 불편해한다. 나타샤는 빅토르를 처음 본 순간부터 스파크가 튄다. 그렇다고 마이크를 배신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빅토르는 이들과 어울리며 점차 러시아 록신의 정점에 설 자질을 드러낸다.

일종의 권력 교체가 발생한다. 마이크는 당시 최고의 스타 중 하나였지만 서양 록음악을 답습하며 점차 인기를 잃어갔다. 반면 빅토르 초이는 독창적인 본인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며 러시아 최고 인기 록커의 위치에 오른다. 애정 관계에서도 나타샤는 매너리즘에 빠진 마이크보다 더 야망으로 가득 찬 빅토르의 젊은 에너지에 끌린다.

아직까지는 마이크의 위치가 훨씬 높지만 마이크는 불안함을 느낀다. 나타샤가 솔직하게 빅토르와 키스하고 싶다고 말한다.

마이크는 빅토르의 데뷔 무대에 난입해 멋진 기타 연주로 사람들이 빅토르에게 관심을 갖게 도와준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두 사람이 잠자리를 가질 수 있게 겉으론 밤새 논다고 말하며 집을 비워준다. 그러고 길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비애를 느낀다. 이후 빅토르와의 사이도 조금씩 멀어진다.

나타샤는 결국 빅토르와 키스를 하지만 마이크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두 사람 역시 어색함을 느끼고 멀어진다.

빅토르는 새로운 여인을 만나고, 승승장구해 마이크의 도움 없이도 공연을 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이크와 나타샤는 빅토르의 공연을 찾아와 마음을 보태준다. 뜨거운 여름날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이 영화는 없던 일임: 직접 생각해보자

이 영화를 본 관계자들은 이 영화는 사실이 아니라며 분개했다. 당시 록신을 모르는 자가 각본을 썼으며, 이 자가 그 당시에 살았으면 KGB나 했을 거라고 극언했다.

영화에 참여한 실제 관계자는 마이크의 아내인 나타샤(나탈리아)다. 아무래도 그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걸로 보인다. 빅토르와 마이크는 90년대 초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 전기 영화에 충실하고자 했다면 꼭 본인이 세상에 없더라도, 알아볼 여러 방법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 영화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감독은 크게 상관 없는 걸로 보인다.

그는 러브 트라이앵글 속에서 80년대 국가의 통제 하에 있던 언더그라운드 록신의 분위기를 그려낸다. 그 속에서 훗날 슈퍼스타로 성장하게 될 초이, 그를 키워주면서도 씁쓸함을 느끼는 마이크, 그 사이에서 끓어오르는 젊음의 에너지, 청춘의 사랑을 포착해낸다. 그러면서 틈틈이 러시아 체제를 비판한다.

오히려 이 영화는 인물들을 '사실'이라는 이름 하에 고정시키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이 직접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통해 요즘 세대들이 빅토르 초이의 '키노'와 마이크 나우멘코의 '조파르크' 음악을 듣게 된다면, 빅토르 초이와 그 당시의 록커들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그들의 음악이 요즘 시대에 어떤 울림이 있는지에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빅토르 초이는 독일 태생 한국인 배우 유태오가 연기한다. 러시아어를 전혀 하지 못함에도 캐스팅됐고, 빅토르의 대사는 러시아 배우의 더빙으로 덧입혀졌다. 아주 눈에 띄는 건 아니지만 어색함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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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예술 영화관 픽처하우스에서 관람했다.

유태오 특별전을 관람하면 포스터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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