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아프거나 죽는 멜로영화를 안 좋아합니다.
젊은 남녀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의 아름다움과 눈부심을 그대로 박제하기 위해서, 주인공이 아직 젊을 때 죽여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들어서... ㅋㅋ
그래서 연애의 현실적인 양상과 단면들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엄청 좋아하구요.
이 작품도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일본 청춘 멜로에 좀 익숙한 분들이라면 거의 다 예측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연출이 차분하고 안정적이어서 그런가, 꽤나 진부하고 신파 요소가 많은 이야기임에도 그럭저럭 몰입도 됐고 감상이 나쁘지 않았네요.
주인공이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옛날에 여주인공과 나눴던 경험을 겹쳐보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일 감동적이었던 건 과거와 현재에서 연등 날리는 순간이 교차 편집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대만 첫사랑 영화의 풋풋한 설렘과 일본 멜로영화의 아련함이 공존한다는 평을 봤는데 적절한 것 같습니다. 굳이 따지면 후자 감성의 비중이 더 크지만요.
그리고 남주인공이 여행을 통해 청춘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것으로 친절하게 짚고 있어서, 나름 로드무비로서도 방점을 찍어준 것 같습니다.
또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건 러브레터, 슬램덩크 등 90년대 대중문화 레퍼런스가 많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30대 이상 관객들이 동할 만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고, 특히 러브레터는 오마주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모티브를 가져온 느낌이네요.
주연배우 허광한은 이름만 겁나 들어보고 작품으로 보는건 처음인데, 엄청 멋있기도 멋있고 연기도 잘하더라구요. 중화권 스타로 이름 날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정말 뻔한 영화지만, 그 가운데서도 더 구리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허광한에 비해 여주인공의 대사나 연기가 너무 양식적이죠. 둘 사이의 케미도 솔직히 남자 쪽이 훨씬 많이 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후반부 '그녀의 사정'을 다시 한번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도 너무 길고 구렸어요. 없었어도 될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그거 포함 후반부가 다소 길게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네요.
그래도 종합적으로는 약호에 가깝습니다. 별 3개와 3개반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정도?
일본 멜로영화 감성 좋아하신다면 무난하게 추천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되어요.
말씀대로 스토리는 뻔해도 연출과 연기,비주얼 덕분에 좀더 몰입할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