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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를렌 디트리히의 표정과 움직임으로 만들어 낸 탁월한 전쟁 멜로극이자 존 포드의 많은 로드무비나 히치콕(<오명>의 불신과 방황의 삼각관계 테마)에게도 영감이 갔을 듯 보이는 탁월한 마음의 풍경화, 로드무비.
이 영화는 사실상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고 연애고수로 느껴지는 남녀의 밀당 끝에 여자가 남자를 따라 나서게 되는, 이를테면 디트리히의 대표작인 루비치의 <엔젤>과도 같은 움직임으로 대변될 탁월한 엔딩이 압권인 영화인데 사실은 그 둘은 서로 멀어져있을 때는 누구보다 요원하고 붙어있을 때는 시니컬하게 거리를 두거나 도망가고 나서는 상대가 요청하거나 오게끔 유도하는 게임의 방식으로 영화가 짜여있다. 그러니까, 사실은 이들은 연애고수임과 동시에 연애초보이고 쑥맥이기도 하다. 그 마음의 풍경화는 서로에게 직접적으로 가닿지 못하고 애둘러 표현되거나 뒤따르거나 혼자있을 때만 표현될 뿐이다. 서로를 온전히 믿지도 않으며, 심지어 서로 결혼하거나 고백할 타이밍이 주어지더라도 그냥 전쟁터에 남자인 게리쿠퍼는 나가버리고 돌아올 타이밍에도 또 다시 떠나버린다. 전쟁과 일처럼 사랑도 끊임없이 도망가고 쉽게 정착하거나 결정치못하고 방황하며 움직여야하는 것이 플롯과 연출에서 고스란히 보여진다. 연출 중 디졸브로 시공간의 거리감과 운동감과 함께 마음의 조급함, 설레임, 불안함 등을 엮어내는 풍경화로써 이 영화는 탁월하고 이 영화의 다른 인물들인 선임 군인이나, 디트리히의 약혼자인 남자까지 악인이라는 느낌보다는 공정하고 우직한 면들이 있다. 이를테면, 디트리히는 묘한 유령성의 여인에서 출발해 점차 사랑을 느끼고 급진적이고 주도적인 여성으로 바뀌는데, 이 영화 속 남자들은 여성의 사랑을 갈구하기 위해 주도적이기보다는 여자에게 선택권을 맡기고 본인들은 거의 이끌리는 편이며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야비한 수를 쓰며 자기만 빠져나간다기보다는 그저 맡은 임믄를 뚝심있게 하며 같이 경쟁을 할 뿐이다.(선임군인의 최후)
마지막에 약혼자가 디트리히를 잡는 씬이 있지만, 거기서조차도 살짝 손을 잡을 뿐, 떠나는 그녀를 하염없이 지켜볼 뿐이다. 주인공인 게리쿠퍼도 일이나 행동에 있어서는 진취적이고 주도적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애둘러 가는 타입이다. 결국에는 진취적이고 주도적인 여성이 된 디트리히가 그의 뒤를 쫓는 엔딩은, 그의 사랑 게임에 종속되며 휘말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진취적이고 주도적이기에 오히려 꽁무니를 쫓을 수 있다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스턴버그의 대표작 <뉴욕의 선창>보다도 뛰어난 걸작이네요.

 

5.0/5.0


Cinephilia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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