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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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마블 지저스' 데드풀과 울버린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반가웠던 카메오는 엘렉트라역의 제니퍼 가너였습니다. 데어데블(2003)이 나온지도 20년이 훌쩍 지났건만 누님이 워낙 몸 관리를 잘한 덕분인지 이전보다 더 근육근육한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죠. 덕분에 제니퍼 가너에 대한 예전 팬심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뭔가 아쉬웠던 데어데블과 이걸 감히 영화라고 불러줘도 되나 싶은 졸작 엘렉트라(2005)가 아니라, 제니퍼 가너를 스타덤에 올린 미드 앨리어스(2001)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니퍼 가너가 분한 주인공 시드니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 SD6이라는 비밀 첩보기관의 스파이입니다. 여느 때처럼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그녀에게 CIA가 접근해서 진실을 알려줍니다. 사실 SD6는 첩보기관이 아니라 007의 스펙터같은 악의 조직이었습니다. 지금껏 나라를 위해 헌신해왔다고 생각했던 시드니가 배신감에 치를 떠는 사이, CIA가 새로운 제안을 해옵니다. SD6를 괴멸시키기 위해 이중스파이로 일해달라는 겁니다. 게다가 CIA가 감시역으로 그녀에게 붙여준 파트너는 다름아닌 SD6의 중간간부이자 오래 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잭(빅터 가버 분)입니다. 이제 이 부녀는 오랫동안 의절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자신들의 인생을 망친 악의 조직을 무찌르기 위해 힘을 합칩니다만... 잘 될리가요. 드라마 내내 둘은 죽도록 구릅니다.

 

앨리어스는 적어도 시즌2까지는 (취향에 따라서는 시즌3까지) 놀라울 정도로 재밌습니다. 기본적으로 언더커버물의 쫄깃쫄깃한 긴장감에 더해 매회 쏟아지는 떡밥과 다음 편을 보지 않으면 도저히 잠이 안올 것 같은 절묘한 절단신공까지... 도저히 안 재밌을 수가 없는 전개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유려해지는 제니퍼 가너의 발차기 실력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떡밥이라고? 이 드라마 혹시...? 하시는 분들, 예 맞습니다. 이 드라마의 제작자는 한때 떡밥의 제왕이라 불렸던 J.J 에이브람스입니다. 지금은 스타워즈 시퀄 폭망의 책임을 옴팡 뒤집어쓰고 반강제로 자숙중이시죠. 

 

앨리어스는 방영 당시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지라, 많은 유명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했는데 그걸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로저 무어나 페이 더너웨이, 이사벨라 로셀리니같은 대스타부터 왜 자네는 평소에 뭔가를 소중히 하지 않았냐면서 강렬한 톱질 퍼포먼스로 인생의 참교훈을 선사하시는 직쏘 선생까지, 정말 다채로운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하지만 아니, 저 형이 왜 저기서 나와? 싶은,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는 까메오들도 있습니다.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와 데이빗 크로넨버그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악의 조직 간부로 나와 언제나 그렇듯이 짧지만 걸쭉한 구강액션을 선보이고,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주인공이 장장 2년간의 기억을 잃었을 때 기억을 찾아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걸 돕는 과학자로 나옵니다. 고전 첩보영화에 무한한 애정을 가진 타란티노와 악몽과 현실을 뒤섞는데 탁월한 크로넨버그의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절묘한 캐스팅이죠.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이 드라마의 인기도 시즌4부터는 서서히 식기 시작합니다. 계속해서 던져지기만 할 뿐 회수되지 않는 떡밥들이 슬슬 식상해지고, 분명 죽었던 사람들이 계속 예토전생하는가 하면, 주인공이 코마에서 깨어나보니 그 사이에 남친이 딴 여자와 결혼하는 바람에 졸지에 사랑과 전쟁 미국편을 찍는다던가, 겹겹이 쌓여있던 출생의 비밀, 가족 간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내 남친 죽인 저 웬수년이 알고보니 우리 엄마?!... 이런 식의 짜친 전개가 연달아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것조차도 어쩌면 인기가 있을 때 끊임없이 시즌을 이어가며 노를 저어야만하는 미드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앨리어스는 시즌 5에서 실제로 제니퍼 가너가 데어데블 촬영 중 만난 벤 애플렉과 결혼하고 임신하면서 액션 연기가 힘들어지자, 작중 설정을 바꿔 그녀를 2선으로 물리고 다른 조연들에게 액션을 몰아주는 식으로 극을 전개했습니다만... 이미 앙꼬빠진 찐빵이었던터라, 결국 이 시즌을 마지막으로 종영하고 맙니다.

 

앨리어스는 새로운 천년의 시작, 밀레니엄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주인공은 공부면 공부, 첩보면 첩보, 뭐든 간에 능숙하게 해내면서 동시에 사생활도 싹싹하게 챙기는 알파걸이고, 악당들은 이전처럼 이념과 사상 따위에 연연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쉽게 이합집산하며, 심지어 주인공들과 손을 잡는 것도 서슴치 않습니다. 그들의 최종목표는 핵폭탄 같은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의 한 천재가 만들어낸 이른바 '현자의 돌'같은 어떤 물건입니다. 이 것을 얻은 자는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영생을 얻을 수도 있다네요. 

 

이렇듯 앨리어스에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강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이전 세기의 메가히트작 X파일에서 물려받은 듯한 음모론과 오컬트, SF등의 다양한 소재를 익숙한 스파이물의 플롯에 끌고옵니다. 거기에 J.J 에이브럼스 특유의 관객 멱살을 잡고 끌고가는 연출력까지 비벼지면, 그 결과는 미드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순수한 재미입니다. 분명 추억 보정이 들어간 탓도 있겠지만, 시즌2 중반 주인공들의 대활약으로 철옹성같던 악의 조직이 와르르 무너질 때 느꼈던 그 카타르시스는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PS. 

e85f36d599168264e6c3a7cd1808233d.jpg앨리어스는 J.J 에이브럼스, 제니퍼 가너외에도 또 한 명의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습니다. 바로 시즌 1, 2에 주인공의 남사친으로 등장했던 브래들리 쿠퍼죠. 잔망스런 미소를 흘리며 여심을 사로잡던 이 꽃돌이 청년은 이제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헐리우드의 중견배우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마블 평행우주에서 로켓과 엘렉트라가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모습을 한번 기대해봅니다.


profile 시지프스의술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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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vin 11시간 전
    앨리어스도 거의 대부분의 시즌제 드라마가 그렇듯이 결국은 용두사미로 끝나 버렸지만 초반 시즌은 꽤 재미있었죠.
  • @movin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시지프스의술짝 11시간 전
    시즌2까지는 그야말로 최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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