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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정신없는 포스터.

-에블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지칠대로 지쳐버린 현실의 삶에서, 스쳐지나가듯 본 다른 세계 속 자신의 휘황찬란한 삶. 그곳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칠지언정 누려보지 못했던 행복에 겨워 살고 싶었었기에. 물론 음악의 가사는 이와 많이 다르지만 ㅎ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에, 드물지는 않게 함께하는 동아리 동생에게서 주중에 연락이 왔다. 보고싶은 영화가 생겼다고 말이다. 영화 약속이라면 너무도 좋을 따름이었다. 대학원 일정이 있던 애인도 참여하게 되어 셋은 그렇게 주말의 시작을 극장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02.jpg

가족.

 정신없는 영화라는 말이 딱 맞을 것이다. 허나 그것이 절대 난잡해보이지 않으며, 이해는 쉽고 심히 유쾌하게 풀어낸 것에 대해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필자는 미칠 것만 같았다. 넋을 놓고 껄껄거리며 웃음에 빠지면서도, 작품이 중반부를 넘어갈 즈음에는 그저 조용히 감탄에 빠졌다.

 어떻게 영화를 이래 만들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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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아서.

 다중 우주라는 개념은 참으로 난해하기에 필자가 정말 싫어하는 설정 중 하나였다. 그랬기에 과거 애인과 보았던 '닥터스트레인지2'의 경우도 재미는 있었다만, 그리 기억에 담아두지는 않았었다.

 본작은 정말 달랐다. 이토록 정교한 줄거리에 코미디와 감동, 아련함까지 담아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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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의 느낌이 물씬.

 지긋지긋한 삶에 빠져, 한때 사랑하여 함께 도피를 택했었던 남편과는 소원해져버려, 서로가 서로에게 만족이 없는 끔찍한 나날들이었다.

 돌연 말투와 행동을 달리하여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이던 남편에게서 색다른 매력을 느껴 동했던 것만 같았다.

 나이를 먹어가며 자연스레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낭만과 꿈에 대해 다시금 찾을 수 있다 느낀 것일까.

 

 에블린의 표정은 황당무계하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으로 비춰졌다. 새로운 모험.

 따분한 쳇바퀴에서 벗어난 가슴 설레는.


05.jpg

로리 누님...

 같은 배우들이 다역을 맡으며 다중 우주를 넘나드는 본작의 설정 상,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떠올랐다. 해당 영화는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만, 처음 감상했을 당시 정말 좋게 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랬기에 본작은 더욱이 인상 깊을 수 밖에 없었다.

 

 지루한 부분도 없을 뿐더러,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아름답게 갈무리한 종막까지.

 억지 신파나 눈물 짜기용이 아닌, 모두가 나이 들어 끄덕일 수 있을 어여쁜 이야기의 마지막.

 

 어머니, 아버지. 그들은 낭만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 책임 탓에 잊어버린 것이기에.


06.jpg

이런 세상에서도 사랑은 싹터.

레드카펫을 밟으며 플래시 세례를 받는 다른 자신을 보며, 동경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계속해서 시선을 돌리는 그녀에게 그것만은 아니된다 악을 써보지만, 알겠다며 건성으로 답할뿐.

 

자신이 포기한 것이 가장 많았기에, 다른 이들이 그만큼 얻은 것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그 심정이 어땠을까.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무얼 느꼈을지. 아니면 자신에게 그저 속상하기만 했을지.

 

당신과 함께 하지 않았던 내 모습이 얼마나 화려했던지,

내가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했기에 끝없이 같은 고통을 받고,

모두가 내 짐을 알아줄 리는 없겠지만.

이 순간에도 멍청하게 친절을 보이라는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인지.

그런 당신이니까, 그런 당신을 사랑했던 나였으니까,

힘든 선택이지만 끝까지 함께 할테요.

사랑을 보여줄테요.

영화를 보고 홀린 듯 써본 글귀.

 

ps. 메가박스에서 관람했는데, 당연히 오리지널티켓은 소진이었다. 대신 포스터는 남아있다하여 냉큼 받아왔다. 함께 영화를 관람한 동생은 굉장히 신이 난 것 같았다.

08.jpg

pps. 인스타에 쓴 짤막 리뷰다.

07.jpg

(by. SQUARE IDIOT)

(by. 네모바보)

 


profile 네모바보

영화가 최고의 낙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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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턴트맨마이크 2022.11.06 11:5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당신이 제일 안좋은 선택을 했기에 다른 에블린들이 성공할 수 있었고, 성공하지 못한 당신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오히려 빈 그릇이어서 모든 버스의 에블린을 소환 할 수 있는 최고의 에블린이라는 설정. 완성된 100 보단 아무것도 아닌 0 이 1000 이 될 수도 있죠. 가족갈등, 세대갈등, 문화적갈등 을 품은 메세지를 떠나서 저런 메세지도 좋았습니다.

  • @스턴트맨마이크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네모바보 2022.11.06 17:12
    복합적인, 참으로 많은 메세지를 투영한 작품이거늘 그것이 어렵지 않고 쉽게 다가와서 더욱이 놀라웠습니다.
    훌륭한 이런 영화들이 많이 제작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 미약해 2022.11.06 11:54
    하 정말 어떻게 영화를 이래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 @미약해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네모바보 2022.11.06 17:12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인 것 같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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