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이 좋다 나쁘다 이런 식상한 리뷰를 떠나서
폭군을 포함해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부분에 대해서 한번 짚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폭군을 보신 분들. 촬영 조명이 괜찮았나요?
인간적으로 화면이 너무 어둡지 않습니까?
여러번 확인해 보기도 하고, 모니터 컬러그레이딩까지 다시 채크를 해봐도
이건 어두워도 너무 어둡습니다.
분위기가 어둡다는 뜻이 아니라, 화면의 전체적인 밝기가 너무 어둡고
채도도 낮은 드라마가 컨트라스트까지 하드해서
암부 디테일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요.
심지어 얼마나 고의적으로 쉐도우톤을 낮춰서 찍었는지,
벤딩 현상까지 심하게 보입니다.
후반부만 해당하는 게 하니라 전체적으로 다 어두워요.
이게 특히나 영화상영을 목표로 했다고 하거나,
영화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작품일 수록 이런 현상이 매우 많아요.
아무리 환경조명 (Practical light)가 요즘의 대세라고 하지만
적어도 피사체에 대한 구분은 시켜줘야 맞는데,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어두워요.
물론, 설정 상 빛이 가지는 부분이 있어서 피차불가결하게 월광의 느낌으로 내줘야 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설정도 사실 면밀하게 파해져 보면 헛점이 많습니다. 공연조명에는 불타고, 자동차 헤드라이트에는 멀쩡하다는 게....)
다 차치하고서라도 비슷한 설정으로 야간에 대해 묘사를 했어야 했던 영화 "올빼미"와 비교해서 보면
올빼미는 피사체가 명확하게 보일 수 있도록 색과 명확한 암부표현으로 보는 내내 이상이 없었는데
폭군은 전혀 보이지가 않아서 답답한 게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하이아이트도 낮게 잡혀 있어서 극단적으로 화면이 어두워요.
과연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요.
이런 비난의 부분은 영화 "탈출"에서도 한 번 나온 적이 있습니다.
예고편이 지나치게 어둡게 나와서, 욕을 한 바가지 먹고 어느정도 밝기를 조정한 다음
예고편이 다시 업로드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극장에서 상영될 경우 좀 어둡더라도 괜찮습니다.
일단 상영환경에서 컬러 출력이 깊고, 상영환경이 어두우니까요.
하지만 OTT나 TV시리즈 같은 경우는 다릅니다
상영환경이 TV나 일반 모니터 이므로 8bit 컬러 스페이스고
대다수가 드라마는 불을 켜 놓고 보기 때문에,
어두운 장면에 대해서 묘사를 할 때는
그런 상영환경 대비 관객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세팅을 잡았어야 맞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군은 너무 어두워요.
분위기를 어둡게 잡고 싶은 건 알겠고, 환경조명으로 멋을 잡고 싶은 건 알겠는데
너무 어두워서 배우들의 얼굴도 잘 안 보이고
피사체의 구분도 잘 안 되구요.
설상가상으로 상업작품이, 그것도 분명히 씨네카 카메라로 RAW촬영을 했을 텐데
벤딩현상이 생긴다는 건, 촬영 조명에 대한 세팅을 잘못 접근했거나
후반을 잘못 만졌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몇몇 장면에서 심하게 지글거리는 노이즈를 보면 전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내내
"얘들은 조명을 안 치고 찍었나?" "ND를 이빠이 치고 찍었나?" 싶었어요.
적어도 지금보다 1스탑은 높게 찍혔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화면이 어두워도 얼마나 어두운지, 작품의 화면을 떼다가 히스토그램을 보니
쉐도우에만 몰빵되어있더라구요.
누군가는 그런 분위기가 좋을진 모르지만, 저는 굉장히 싫어합니다.
최소한, 야간이라도 피사체와 배경 구분은 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구요.
환경조명과 강렬한 하드 컨트라스트의 대비를 이용한 촬영은
로저디킨스 촬영감독이 잘 하는 분야이지만 아무나 하는 분야는 아니구나를 느낍니다.
(그 분의 촬영을 보면 어둡더라도 명확하게 피사체가 구분되면서 자연스러운 환경조명이 쓰이죠)
이게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는데,
환경조명을 쓰는 것과, 환경의 광원만 써서 화면이 어두운 거랑은 천지 차이입니다.
(한국영화는 몇몇 작품 빼고 상당수 후자에 해당됩니다.)
환경조명이라는 것은 광원이 미술과 환경,공간에서 설정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조명을 밝게 설치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엄청하네 잔라이트 세팅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 현장에서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가지요.
만약 촬영과 조명을 환경조명으로 치고 했다면
후반에서 분명하게 보정을 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그것을 컨트롤 못한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저는 감독의 주문 때문에 이렇게 나온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드는 게,
일단 박훈정감독 답게 블루가 심히 많이 들어가요. 그렇다고 틸앤 오랜지도 아니고
시종일관 새벽녘처럼 스킨톤까지 블루톤이 들어갈 정도로 엄청 넣습니다.
작품을 보다보면 이게 컬러영화인지 블루 모노톤의 흑백영화인지 모를 정도로요.
낙원의 밤부터 이런 게 굉장히 심하더군요. (귀공자, 폭군까지)
저는 반쯤은 확신하는 게 박훈정 감독의 강력한 취향이자 주문인 것 같아요.
물론 박훈정감독이 그 취향을 타협할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에는 최소한 피사체는 보여지게 찍어줬으면 합니다.
어두워도 너무 어두워서 4시간동안 라디오 드라마 보는 줄 알았습니다.
넝담~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