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오리지널의 8부작 드라마 <파친코> 시즌1을 이틀에 걸쳐 정주행 마쳤습니다.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 <애프터 양>의 광팬을 자처하여 현재 무코에서의 프사와 닉네임에 반영했는데, 틈만나면 신작 보러 극장 다닌다고 막상 감독의 다른 작품들은 여태 안본게 저혼자 난처하긴 했습니다.
마침 힌남노 때문에 며칠 외부일정을 비우기도 했고 또 무코 덕에 애플tv 가입도 하게 되어, 미뤄두었던 ‘파친코’를 좋은 기회로 몰아볼 수 있었네요. 이제라도 닉값좀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코고나다 감독의 두 작품은 (일부러 비교하며 봐서인지는 몰라도)닮은 구석을 꽤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제작 시기가 크게 차이나지 않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SF’와 ‘시대극’이라는 장르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가족,향수,차별 이라는 키워드는 두 작품이 공유하고 있는데, ‘파친코’의 감독을 맡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애프터 양’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감독의 관심사를 볼때 일제강점기와 이민자의 삶을 다루는 ‘파친코’의 이야기는 감독에게 마치 운명처럼 다가갔을 것 같습니다.
1000억이라는 큰 투자를 받은 작품이기에 전작보다는 좀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소재에 충실한 묵직한 분위기와 인물의 감정 위주로 파고드는 연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적소에 침묵을 강조하는 편집 호흡도 ‘애프터 양’의 그것을 그대로 빼다박았다는 느낌입니다.
첫날 4화까지 보고 거기서의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게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코고나다 감독은 1화부터 4화까지만 연출을 맡았다고 하네요. ‘파친코’를 볼 계획이 있으시다면 초반이 기대보다 다소 지루하더라도 4화까지는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곧바로 끝까지 달리게 할 동력이 되는 훌륭한 회차입니다.
시대의 암울한 부분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듯 명암의 대비가 강한 화면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특히 전반적으로 어두운 화면 속 한 부분에 다소 과한 빛을 포인트로 심어둔 장면이 많은데, ‘애프터 양’이 극장환경에서 좀 많이 어둡다고 느껴졌던 것과 비교하면 ‘파친코’의 화면은 TV화면을 타겟으로 했을때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느껴집니다.
또한 시대극에서 사용하기 쉽지 않은 원색의 빛들을 소품이나 새벽 장면을 통해 진득하게 드러내는데, 감독 피셜로 본인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이와이 슌지나 오즈 야스지로(깨알 정보-‘코고나다’라는 이름은 오즈 야스지로 감독 작품들의 각본가 이름에서 가져왔다고 함) 뿐만아니라 다른 일본 영화들의 영향도 많이 받은 느낌이 듭니다.
두 작품의 거의 유일한 웃음포인트는 오프닝 크레딧 장면에 있습니다. 작품 전체와 맥락 자체를 달리하는 부분인데 ‘이것까지 비슷하게 연출했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감독이 본인의 지문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구가 느껴집니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볼때 가볍게 웃고 지나갈 수 있는 소소한 비교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감상할 때는 독특한 영상미에 빠져서 봤지만 나중에는 결국 작품의 주제의식이나 배우들의 감정연기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윤여정 배우 뿐만아니라 신인에 가까운 김민하, 노상현 배우도 무척 인상적이기에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네요. (두분다 차기작은 확정된 상태군요^^) 다른 배우들도 모두 파친코의 다음 시즌에서 그대로 만날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오... 아직 안 봤는데 챙겨 보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