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개봉 1회차 나폴레옹을 아이맥스로 감상했습니다.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보는 장점은 나름 시간을 들여 묘사되는 아우스터리츠 전투와 워털루 전투에서 돌격 장면이나 포격, 진법 묘사 등을 좀 더 크고 스펙타클하게 볼 수 있다는 것 정도인 것 같네요. 그 외에는 아이맥스만의 뚜렷한 장점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영화 톤도 스콧 영화답게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라 크고 밝은 스크린과 좋은 사운드를 갖춘 관이라면 돌비든 일반관이든 아이맥스와 별 차이가 없을 듯 합니다.
리들리 스콧의 <나폴레옹>의 장점은 프랑스 대혁명부터 세인트헬레나에서의 최후까지 나폴레옹의 전 일대기를 다루고 있어 인물에 관한 여러가지 디테일들이 소소하게나마 종합적으로 한 영화 안에 엮여있는 점, 그동안 관련 매체에서 역사다큐나 드라마같이 묘사된 전투들을 좀 더 할리우드식으로 연출한 점, 호아킨 피닉스와 바네사 커비가 실제 인물과의 싱크로율과 배우로서 자신들만의 강한 개성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한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조커 연기를 보고 호아킨을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실로 약간 매니악한 나폴레옹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스콧같은 노장 감독이 만든 영화라 그런지 연인 조세핀 앞에서 폭력적인 남편과 아양떠는 철부지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나폴레옹의 사적 면모를 좀 더 시니컬하게 또는 블랙코미디스럽게 세게 부각시킨 듯 하네요. 페이스가 빠른 편인데도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이 어려워 어쩔 수없이 영화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고, 지루함이 길어질 때쯤 전투가 나오면서 다시 집중력을 높여주는 그런 흐름입니다. 사실 전투도 초중반은 자세히 보여주다가 더 보고싶은 마음이 드는 타이밍에 끝내버립니다.
평론가들은 호평하는 추세인 듯 한데 영화 자체는 약간 평이 엇갈릴 만하고 개인적으로는 기대한 만큼은 아닌 그저 그랬습니다. 확장판이 나중에 나온다 해도 감독이 말한 대로 편집된 장면들이 조세핀의 과거에 더 초점을 두는 방향이라면, 영화의 퀄리티가 극적으로 올라갈 것 같지는 않아요. 리들리 스콧 감독만의 픽션적 연출과 실제 깨알같은 역사적 사실들이 그야말로 혼재되어 있는데.. 나폴레옹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하나의 색다른 재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로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에 대해 입문하려 한다면 전체적으로 감정선이 드라이한 이 작품에서 전투장면이나 명화로 유명한 대관식 빼고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단두대 처형같은 폭력적 묘사 뿐만 아니라 성교장면 역시 R등급이 나온 사유였길래 어느 정도 수위인가 싶었는데 직접적인 노출은 전혀 없어 국내에서 무난히 15세 등급을 받은게 이해가 됩니다.
참고로 여기는 영국이다 보니 극 중에서 나폴레옹이 영국 해군에 대해 '배 더 많다고 더 잘난 줄 아나보지' 이런 대사를 치는 장면이 있는데 거의 모든 영국인 관객들이 여기서 크게 빵터지더군요. 영국인들에게 나폴레옹 영화가 어떤 의미일지 아주 정확한 맥락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승자 쪽 입장이니 우리가 이순신 삼부작 보는 느낌과 약간은 비슷하려나 싶네요.
평점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