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기면 야하지만 아슬아슬하면 섹시합니다.

 

비슷한 논리로, 보여주면 무섭지만 안보여주면 공포스럽습니다.

 

저에게 [파묘]는 순한 공포 영화로 시작해서 무서운 영화로 끝나버린, 조금은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초자연적인 존재를 다루는 영화가 공포스러운 이유는 낯선 존재를 상대로 아무런 정보도 없고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절망감으로 공황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지의 존재가 실체를 가지고 의문이 해소되면서 이에 대항할 수단이 생기면, 우리는 그 존재를 싫어하고 무서워할 지언정 공포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파묘]가 아쉽습니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몰두하고 스스로 패닉에 빠지게 만들었어야하는데, 주인공 일행들의 최종 목표와 수행 방법을 너무 일찍 공개해버렸습니다. [사바하]를 예로 들자면 극의 최후반부에 와서야 진짜 김제석(유지태)의 정체가 드러났지만, 그 순간에도 관객들은 박웅재(이정재)가 김제석을 어떻게 저지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파묘]는 일본 오니(다이묘)의 실체를 너무 일찍(중반부 즈음) 등장시켰고, 후반부에는 퇴마법도 너무 선명하게 드러내는 바람에 '아, 어쨌든 말뚝 찾아서 말피로 부숴버리고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긴장감이 느슨해졌습니다. 물론 말뚝이 다이의 몸 속에 있었고 그것을 상덕(최민식)의 피를 묻힌 나무로 퇴마한다는 반전이 있긴했지만, 그 반전이 후반부 20분 가량의 느슨해졌던 긴장감을 바투 조여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들인 [검은 사제들], [사바하]는 오컬트 호러에 가까웠고, 오컬트 호러를 기대한 관객들은 오컬트 판타지인 [파묘]를 보고 스토리든 연출이든 전체적으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오컬트까지는 아니지만 무속신앙을 다룬다는 점에서 작년 추석에 개봉해서 흥행 실패한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떠오르기도 했고, [파묘]가 [천박사~]의 업x업그레이드 버전은 될지언정 비교불가한 영화까지는 아니라는 생각도 언뜻 듭니다.

 

 

이게 별 3개는 적고 3개 반은 많은 것 같아서 65/100점을 줘야하나 고민이 참 많았는데... 제 점수는요

 

3.0/5.0

 

 

 

-사족-

영화 중반부에서 도굴꾼들에게서 가져왔다는 물건에 쇠말뚝이 있는 것을 보자마자 이우혁 작가의 소설 [퇴마록: 혼세편]에 나오는 '와불이 일어나면'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고, 아니나다를까 이후부터 한반도의 정기를 끊는 일제의 쇠말뚝을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야말로 [퇴마록]을 괜찮게 영화화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개신교 + 무속인 + 풍수지리사'라는 동서양 오컬트를 아우르는 조합이 묘하게 '박신부 - 준후 - 현암'과 결이 비슷하달까요.

 

-사족 2-

한국 오컬트 영화가 나올 때마다 [곡성]과 비교하는 글을 종종 보는데,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준으로 [곡성]은 오컬트/공포 기준 [기생충] 급이라고 봐요. [곡성]이랑 비교하면 오컬트 영화들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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