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ufo=욕망, 자극
오제이=본질
에메랄드=감독 자신
주프, 홀스트=욕망에 길들여지다 결국은 잡아먹힌 영화 산업
아버지=영화인으로서의 자부심
헤이우드가=할리우드
테마파크=즐거움
진재킷=좋아했던 첫 마음
ufo처럼 보이는 외계생명체는 자신을 바라보는 생명체들을 빨아들입니다. 괴생명체는 움직이지 않는 구름 뒤에 숨어 있다 때가 되면 모습을 드러내고 먹이를 찾습니다. 자신을 볼 사람을요. 마치 장막을 걷고 나타나 사람들에게 나를 봐 달라고 자극하는 영화의 욕망처럼 느껴졌어요.
오제이는 아버지에게 보고 배운 것들을 묵묵히 이어나갑니다. 기본부터 지켜가면서요. 오제이의 아버지는 헐리웃 영화산업의 부흥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오제이의 말은 사람들에게 쉬이 전달되지 않아요. 에메랄드의 쇼맨십이 있어야 사람들은 겨우 들어줄 뿐입니다.
헤이우드가는 점점 몰락하게 됩니다. 처음엔 earth 티셔츠를 입고 있던 오제이는 후반엔 crew 후디를 입습니다. 영화라는 본질이 자부심을 잃고 사람들의 관심 밖, 카메라 뒤편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오제이는 괴생명체의 습성을 유일하게 알아봅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보여져서 그들을 취하려는 욕망을요. 그래서 괴생명체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끝내 살아남게 됩니다.
주프는 아역 시절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트라우마가 생길 만큼 엄청난 사고를 겪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펙타클한 쇼를 포기하지 못하죠. 죽음의 위기를 겨우 벗어난 여배우도 그 쇼를 보기 위해 참석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괴생명체는 주프와 관중들을 먹어치웁니다.
촬영감독 홀스트 역시 비슷합니다. 괴생명체의 실체를 간신히 수동카메라로 잡아내지만 더 생생하게 찍어내고 싶어 카메라를 들고 괴생명체 속으로 들어가 끝을 맞이합니다. 현실에선 불가능해 보이는 걸 보여주겠다는 꿈이 어느새 누구도 보지 못한 거대한 볼거리를 만들겠다는 욕망으로 변질됩니다.(카메라에 써진 글씨가 imax같았어요.) 끝도 없는 자극으로 경쟁하던 욕망은 결국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잡아 먹고 맙니다.
에메랄드는 처음엔 카메라 앞에서 주목받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려했지만 나중엔 중요한 순간을 찍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찍히는 사람에서 찍는 사람이 되는 에메랄드가 배우에서 감독이 된 조던 필 감독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에메랄드는 처음엔 최신형 cctv와 4k 카메라로 이 신기한 광경을 촬영해서 유명세를 타고 돈을 벌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괴생명체 앞에서는 쓸모없었고 실체를 마주한 후에는 두려워 도망가려 합니다. 하지만 에메랄드는 자신의 본분을 지키려는 오제이의 말을 듣고 다시 맞서고자 합니다.
에메랄드는 괴생명체를 진재킷이라 부르고 테마파크로 유인해 커다란 애드벌룬과 즉석 사진기를 이용해서 괴생명체를 해치우고 잡고 싶던 순간을 찍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온 상황에서 그 중요한 사진을 찍어 놓고도 오제이의 생환에 미소짓습니다.
최첨단 기술과 화려한 쇼맨십을 앞세운다 해도 결국 본질이 우선이라는 얘기 같았어요. 극중에서 ufo를 uap로 바꿔 부른대도 괴생명체라는 존재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결국 영화의 본질은 욕망으로 가득찬 자극 없이도 결국 사람들에게 즐거움으로 가 닿을 거란 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실제로 영화속 잔인한 장면들은 자극적으로 찌르고 베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지 않았지만, 맥락과 소리, 연출로 충분히 끔찍하게 느껴졌거든요. 영화에서 관객을 깜짝 놀래키고 겁 먹게 만든 장면 역시 실체를 등장시켜 그 과정을 보여준 게 아니라 뭔가 있을지 모른다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구요.
엔딩을 보고나니 이상하게 한편의 동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과도한 자극없이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 허무맹랑한 꿈처럼 보이지만 놉을 통해 감독이 어느 정도 실현한 게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