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곱씹어 봐도 결코 잘 만든 영화라고 칭찬할 순 없지만 단점마저도 가슴에서 포용이 되며 응원하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가 딱 그러한 영화입니다.
치어리딩을 다룬 하이틴 코미디의 레전드인 2000년작 <브링 잇 온>의 장르적 틀에, 드라마 <땐뽀걸스>의 내러티브에, <응답하라> 시리즈의 감성에, 더군다나 두 주연배우의 캐스팅까지 이쯤되면 이 영화는 기시감을 일부러 적극 활용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그 때 그 시절 유행가와 대사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영화 자체가 익숙함을 넘어 친숙함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영화적 완성도만 따지고 들자면 이 영화는 어느것 하나 내세울게 없습니다. <브링 잇 온>처럼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치어리딩의 매력과 기술을 현란하게 뽐내는 것도 아니고 <땐뽀걸스>처럼 지역적 배경과 맞물린 10대의 성장을 차분한 호흡으로 그려내며 진정성 있는 울림을 주기에도 역부족입니다. 마찬가지로 <응답하라> 시리즈 처럼 오글거리는 대사들마저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그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깊이 우려내지도 못합니다. 어찌보면 2시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이 모든 것을 다 넣고 유머까지 첨가하여 섞어찌개처럼 센 불에 팔팔 끓여냈는데 이상하게도 그 맛이 싫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먹는 이들의 "해장"을 돕겠다는 요리의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이 살아가고 성장하고 결실을 맺어가는데 있어 진심어린 "응원"이 필요하다고 넌지시 전하는 연출의 의도가 명확하게 와닿는다는 점이 이 영화가 좋은 이유입니다. 그 의도대로 온갖 익숙한 장치들을 아낌없이 동원하여 맑고 밝은 응원의 에너지를 관객의 가슴에 기어코 선사합니다. 고로 이 영화는 기시감에 발목 잡혀 맥 없이 주저앉은게 아니라, 기시감을 구름판 삼아 후회 없이 힘차게 뛰어올랐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배우들의 개인기와 팀웍도 우수합니다. 이혜리는 마치 신기록을 가지고 있던 높이뛰기 선수가 다음 올림픽에서 자신의 신기록을 갱신하듯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를 스스로 뛰어넘는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줍니다. <땐뽀걸스>에서 주연으로서 드라마를 착실하게 끌고갔던 박세완은 이 영화에서는 이혜리의 뒤를 듬직하게 받치며 골문을 노리는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준수하게 수행해냅니다. 두 주연배우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연배우들과의 호흡 및 앙상블에도 꽤 공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성동일씨에는 못 미치지만 현봉식 또한 혜리 아버지로 등장하여 소소한 페이소스를 자아냅니다.
서두에서 얘기한것 처럼 빼어난 영화적 완성도와 예술적 독창성을 자랑하며 경탄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영화가 있는 반면, 다소 투박하고 평범하고 아쉽지만 기꺼이 토닥이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조금 모자란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투지와 에너지를 바탕으로 금메달 못지않은 동메달을 따낸 올림픽 선수를 응원하듯 전 이 영화를 응원합니다.
*별점: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