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다.'라는 말은 당연히 어떤 영화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유령>은 더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유령'이라는 오브제를 이용하여 그간의 역사에서 유령처럼 숨겨진 채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멋있게 조명할 수 있는 꽤나 중요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 꿈은 엉성하고 작위적인 스토리, 얕은 캐릭터의 깊이(특히 서현우 배우와 김동희 배우 캐릭터는 정말...), 맥락 없는 액션, 자꾸 엇나가는 듯한 음악과 편집 등과 함께 무너지게 된 것 같습니다.
화려한 미술과 촬영을 통해 고유의 영상미를 가져가려 한 시도나 캐릭터의 발과 장갑, 의상에서 드러나는 컬러 모티프, 프란츠 카프카 '변신'의 삽화를 통한 서브텍스트 시도는 보였으나 이야기와 캐릭터에 도저히 몰입이 되지 않다 보니 스타일리쉬함보다는 난잡함으로 다가오게 되더군요. 이야기와 캐릭터에 여러 허점들이 있지만 특히나 전반부와 후반부가 따로 논다는 느낌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꼼꼼히 점검하고 캐릭터에 깊이를 넣으며 액션 또한 세밀하게 연출했다면 잘 빠진 영상미와 함께 서스
펜스 군상극으로 그간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하는 중요한 영화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과 함께 후기를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