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하우스는 문제작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봐야지, 하고 몇 년 전 체크를 해놓고 잊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노스맨에 이어 더 위치를 보고 나서 다음으로 바로 이어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풀 랭스 필름을 오직 두 배우의 연기에 기대 진행합니다. 영화로 표현한 연극무대와도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기에 연출기법 역시 그러한 두 인물의 연기를 있는 그대로 흡입할 수 있는 방식이 쓰였습니다. 일단 영화는 흑백입니다. 한없이 어두운 느낌과, 후에 나타나는 빛의 이미지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필름의 포맷도 독특한데요, 이건 아주 옛날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느낌과 고딕 호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과 동시에, 두 인물 외에 다른 것은 모두 배제해버리는 효과를 보입니다. 더불어 영화의 시작부터 반복적으로 들리는 독특한 리듬 역시 이야깃속에서 미쳐가는 두 인물의 광기에 저도 모르게 동조하게 됩니다.
또, 두 인물에게 집중해야 하기에 줄거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한 남자가 등대로 옵니다. 그곳을 본래 지키고 있었던 등대지기와 함께 살면서 그는 서서히 미쳐갑니다. 그는 언젠가부터 자꾸만 등대의 빛을 봐야만 한다는 강한 집념을 보입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어쩐지 성경에 등장하는 성궤를 떠올립니다. 성경에 따르면, 성궤 안을 허락없이 들여다본 자는 그대로 멸한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등대의 빛 역시 그러합니다. 등대가 인정하는 자, 즉 등대지기를 제외하고는 그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빛을 마주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떻게든 등대의 빛을 스스로 마주보고자 하였고, 갖은 금기를 저지른 끝에 등대지기를 죽이고 그 열쇠를 빼앗아 빛을 마주봅니다. 그 결과, 결국 주인공은 죽음보다 못한 삶에 빠집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선악과를 따서 에덴에서 추방된 인간의 모습, 또 프로메테우스의 모습을 연상하게도 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흔히 지식으로 일컬어지는)을 나눠주었다가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신세가 됩니다. 주인공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는 대신 두 눈이 먼 채 바닥에 널브러져 갈매기에게 몸을 쪼아먹힙니다. 프로메테우스처럼 처참한 그의 몰골 뒤로 등대가 무너져 있습니다. 이는 곧 에덴에서의 추방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영화는 이동진 씨를 비롯한 여러 평론가들이 극찬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공포의 의미를 전혀 다른 각도로 해석하는 것과 동시에, 고전 필름의 느낌을 잘 살려냈더라고요.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곱씹는 맛이 있을 것 같아, 내일 더 위치와 함께 한 번 더 보려고 합니다.
이상 영화를 보고 난 후 조금 길게 읊조려본 라이트 하우스 후기였습니다.
아래는 라이트하우스 공식 예고편입니다.